LA한인타운 선거구는 갈기갈기 찢겨져 있다. 지금 가장 논쟁이 되고 있는 시의회 선거구는 1지구, 4지구, 10지구, 13지구 등 4개로 나눠져 있다. 원래 한인타운은 연방선거구에서 31지역과 33지역, 주하원선거구는 46지구와 48지구, 그리고 주상원은 22 지구와 26지구 등 각각 2개로 나눠져 있다가 지금은 모두 단일화가 되었으나 유독 LA시의회 선거구는 30여년 째 4개로 찢어져있는 상태다. 이는 정치인들의 욕심 때문이다. 이처럼 갈라진 선거구의 역사는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A시의회는 1980년에 ‘코리아타운’(Koreatown)이라는 공식 행정구역을 설정했다. 하지만 15개로 구분된 LA시의회 구역에서 한인타운은 단일로 병합되지 못하고 4개의 시의원이 갈라먹는 선거구로 남겨져왔다. 한인타운의 단일 선거구를 찬성치 않는 시의원으로 대표적인 정치인은 10지구의 허브 웨슨 시의원과 4지구의 톰 라본지 시의원으로 알려져왔다. 또한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LA시장도 적극적인 찬성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 정치인들은 한인사회로부터 전체 정치헌금의 30% 정도에 달하는 막대한 정치헌금을 받고 있지만 한인들의 정치력 신장에는 ‘입’으로만 관심을 표명할 뿐, ‘행동’하지 않았다.
<특별취재팀> |
지난 1월 25일 밸리 지역 밴나이스 시청에서 개최된 LA시의회 선거구 재조정위원회(LA City Council Redistricting Commission, CRC) 정기회의에 참석한 한인들과 한인단체 대표자들은 CRC 측이 한인사회 단일선거구 요청을 묵살한 선거구지도 조정안을 제시한데 대해 강렬한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브래드 이 부회장은 심각한 표정으로 마이크 앞에 나서 CRC 조정위 커미셔너들을 쳐다보며 “한인 커뮤니티의 의견을 듣고 대변하는 정치인이 없는데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크리스 앨리슨 커미셔너는 어디 있는가. 당신은 한인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라고 소리쳤다. 또 “맥퀸 커미셔너는 어디 있는가“라고 불렀다. 앨리슨 커미셔서는 10지구 허브 웨슨 시의원이 추천한 선거구조정 커미셔너이고, 맥퀸 커미셔너는 4지구 톰 라본지 시의원이 추천한 커미셔너이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CRC 위원회 알트로 바가스 의장은 커뮤니티에서 참관한 사람들이 의견을 발표하는 시간을 1분으로 제한했다. 그러자 수잔 최씨는 마이크 앞에서 1분 동안 이날 방청한 한인 노인들의 이름을 한사람 한사람 씩 불러나갔다. 1분의 시간이 지나자, 다음 번 한인 청년이 나서 계속 이름을 불러 나갔다. 이날 회의장에 방청한 한인 노인들이 영어를 잘 몰라 발언은 할 수 없었으나, 마음으로는 ‘한인타운 단일선거구’를 외치고 있었다. 그레이스 유 KAC 사무국장은 이날 CRC회의에 차편이 없는 한인들을 위해 버스를 대절해 80여명의 한인들이 동참했다. 지도 찍으며 항의
이날 CRC 커미셔너들은 한인사회에서 나온 한 목회자의 행동에 잔뜩 긴장했다. 앤토니 박 목사는 마이크 앞에서 “나는 설교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이 아니다“면서 손에 들고 있던 CRC의 한인타운 분할선거구조정 지도를 두 조각으로 찢은 다음 다시 네조각으로 찢고, 또다시 조그만 조각으로 찢으며 “이제 한인타운 분할지도는 없어졌다“고 비장한 각오로 말했다.
한인민주당위원회의 알렉스 차 대표도 “우리를 대변할 정치인이 없어 우리 소리를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면서 “선거구지도 초안을 4시간 전에 공개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면서 항의했다. 이날 한인사협회의 데이빗 유 회장은 “우리 한인사회가 단일선거구를 위해 10년을 기다려왔다“면서 “한인타운이 분단되는 것을 더 이상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1.5세와 2세 한인들은 오는 2월 12일 올림픽가에 모여 서로 손을 잡고 서는 ‘핸즈 어크로스(Hands Across)’ 이벤트를 열고 마지막까지 한인타운 선거구 단일화를 알린다는 계획이다. LA시의회 최종 선거구 경계선은 시의회에서 7월 전에 결정할 것으로 보여 한인 커뮤니티가 끝까지 투쟁하는 것이 관건이다. |
겉과 속 다른 정치인
지난 25일 공개한 CRC의 공식 선거구재조정안 초안에 따르면 한인타운 지역은 선거구 경계가 기존의 구획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채 한인사회의 의견을 완전 무시한 계획안이었다.
더욱이 기존의 4지구(탐 라본지 시의원)에 속해 있던 웨스턴 애비뉴 서쪽 지역은 새롭게 5지구(폴 코레츠 시의원)로 편입됐고, 3가 북쪽으로는 13지구(에릭 가세티 시의원), 그리고 버몬트 동쪽으로는 1지구(에드 레예스)에 여전히 남아 있어 한인타운이 기존과 마찬가지로 4개 지역으로 분리돼 있다.
이날 공개된 CRC의 공식 재조정안 초안은 특히 한인타운을 관장하는 10지구 허브 웨슨 시의장 측이 한인단체들의 단일화 노력에 반대하며 한인 단체들에 자신들의 안을 받아들일 것을 종용해 온 한인타운 북쪽 3가 경계안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관련 한인 단체장들은 이구동성으로 ‘웨슨 의원 측이 한인타운 지역에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서 뒷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지난 23일 올림픽 경찰서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가진 한인 커뮤니티 단체장들은 시의회에서 웨슨 시의회 의장 등이 일부 시의원들과 한인타운을 2개로 나누려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에 대해 ‘강력대처’를 다짐했다.
그러나 관계자들에 따르면 시의회 내부에서는 한인타운을 3가를 중심으로 2개로 나눠 남서쪽 지역을 10지구로 포함시키려는 로비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더군다나 웨슨 시의회 의장을 포함 일부 시의원 측근들은 한인 단체장들에게 전화로 단일화안을 포기하라고 종용하는 등 압력을 행사해 단체장들의 분노를 샀다. |
단일화 포기 종용 압력
이창엽 K-ARC회장은 “한인타운은 다른 지역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지만 이에 따른 세수 혜택은 제대로 받지 못했다. 오히려 한인타운에서 발생한 세수를 다른 지역으로 가져가는 불이익만 받았다“며 “한인타운이 앞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10지구에서 빠져나와 한인 커뮤니티를 제대로 대변하는 다른 선거구로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한인타운의 분위기에 대해 웨슨 시의회 의장은 지난 25일 에드 존슨 공보관을 통해 “한인 커뮤니티의 의견을 잘 알고 있다. 웨슨 시의원도 한인타운 선거구를 나누는 안은 지지하지 않는다“며 “LA시에서 인정한 한인타운 구역을 단일화하는 안을 지지한다“고 해명에 나섰다. 에드 존슨 공보관은 또 “선거구 재조정과 관련해 많은 루머가 있다는 걸 알지만 시의회는 재조 정위원회에서 선정한 최종안을 놓고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이에 대해 웨슨 사무실 측은 23일 일부 언론사에 보낸 이메일을 통해“ 우리 사무실 측은 그 어떠한 선거구 재조 정 관련 방안을 제안한 적이 없다“며 선거구 재조정은 “독립기관인 CRC가 제안한 후에 그 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주장, 한인단체 관계자들의 주장을 부인했다. 마치 웨슨 시의원은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고 변명하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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