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형 씨는 인천국제공항 민영화로 인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지만 사실 이명박 정권 초반인 지난 2008년 한국투자공사의 메릴린치 투자건으로 인해 사정기관의 한 차례 주목을 받은 바있다. 2008년 1월 한국투자공사는 미국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투자했다. 현 정권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이었다. 이후 메릴린치 주가가 폭락해 1조4000억~1조8000억원의 평가손이 발생했다. 유례가 없는 규모의 국고손실이었다. 2008년 당시 이 문제가 국회에서 한차례 문제가 되었으나 이내 덮혔다. 당시 한국투자공사는 20억 달러라는 거액의 투자를 일주일 만에 결정했으며, 상급 부처인 기획재정부에 준법감시인의 서명도 없는 보고서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한국투자공사 리스크관리팀장은 사내의 모든 부서장들에게 “이것(투자)은 큰일 난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메릴린치 투자건으로 주목
배영식 의원은 지난 2008년 국감에서 메릴린치 투자에 계약 당사자인 한국투자공사와 메릴린치 이외에 ‘제3의 세력’이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한국투자공사가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투자할 당시 메릴린치가 한국의 A모 회사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했다. 메릴린치에 한국 자금을 끌어들인 역할은 메릴린치의 임원이던 한국계 넬슨 채가 맡았다. 미국에서 넬슨 채와 각별하게 한국 자본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한 사람이 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본 위원이 파악한 바로는 메릴린치가 이 회사에 투자를 했고 그걸 대신 우회적으로 또 해주기 위해 한국투자공사가 메릴린치에 20억 달러를 우회적으로 넣어주었다는…. 그래서 메릴린치가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국투자공사 돈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넬슨 채의 역할이 엄청나게 컸고 넬슨 채와 같이 미국에서 일을 했던 한국의 이 회사 대표 간의 소위 말하면 보이지 않는 약속에 의해 그렇게 된 걸로 나는 그렇게 보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선 메릴린치 투자는 이명박 정권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시절에 이뤄졌으므로 인수위가 이 투자에 관여했을 것으로 본다. 메릴린치 투자 결정에는 당시 재경부 장관이 참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한국투자공사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인수위 1분과 강만수 간사는 한국투자공사에 정통했고, 최중경 전문위원은 한국투자공사법 제정을 주도한 당사자였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들 뒤에 더 큰 배후가 있다는 말이 끊임없이 나돌았고 그 주인공으로 이상득 의원의 아들인 이지형 씨가 거론되거나 지목됐다.
당시 메릴린치 투자 건을 실무적으로 검토해 20억 달러 투자를 품의한 책임자는 중국계 말레이시아인으로 알려진 구안 옹(Guan Ong) 한국투자공사 투자운용본부장(CIO)이었다. 실제로 한국투자공사 사장은 2008년 국감에서 “투자과정에서 구안 옹 CIO가 유일하게 미국 뉴욕으로 가서 넬슨 채를 만나 메릴린치 투자내용을 조율했다”고 말한 바 있다.
문제의 구안 옹 씨는 이지형 씨와 2009년부터 싱가포르의 헤지펀드 회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었다. 구안 옹 씨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투자공사에서 투자운용본부장(CIO)을 지냈다. 2009년 구안 옹씨는 한국투자공사에서 나와 싱가포르에서 브림(BRIM)이라는 헤지펀드회사를 설립했는데 이 회사에 이상득 의원의 아들 지형씨가 ‘Jay Lee’라는 이름으로 마케팅담당 이사로 활동하고 있었던 사실도 최근 한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민주통합당 홍영표 의원 역시 이 사건을 “한국투자공사에서 미국의 메릴린치에 20억불을 투자하고 그 대가로 메릴린치가 국내에 있는 어떤 그 회사에 투자를 했는데 그 투자를 한 회사에 이상득 씨의 아들 이지형 씨가 임원으로 되어 있다는 주장”이라며 설명했다. 홍 의원은“당시 인수위 시절에 20억불 투자하는 과정 자체가 내부에 정해진 규정이나 이런 것,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도 않고 갑작스럽게 이루어져 결과적으로는 지금 주식이 폭락해서 1조 4천에서 8천억 정도의 국고손실이 난 것”이라며 “이 자체가 팩트인데 이것에 대해서 올해 국감에서 문제제기가 됐었는데 현재까지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까지는 감사원 감사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어떤 검찰조사도 없는데 이 사건도 보면 객관적인 사실들이 너무나 명백하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에서 알아보기만 해도 금방 실체적 진실을 파악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메릴린치 사건 하나만 하더라도 국정조사 같은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