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하나금융의 새한은행 인수가 발표되면서 한인은행가가 연초부터 술렁거리고 있다. 새한은행 주주들을 비롯한 한인 은행가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주주들은 한국 하나금융의 인수발표 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경영 참여 방식이나 인수가격 등 구체적인 인수 조건에 대해 불안감과 우려를 보이고 있다. 지난 10일 하나금융이 신주 유상증자를 통해 새한은행의 지분 51%를 매입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새한은행과 체결하면서 한인은행가는 지금, 한미 양국 감독당국의 승인을 받아 성사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측이 MOU체결을 통해 인수 성사를 대외적으로 발표했지만 인수 절차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가장 최근에는 우리금융의 한미은행 인수 추진 과정에서 감독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된 사례가 있으며, 2010년 11월에도 하나금융이 커먼웰스 비즈니스 은행 인수를 추진했다가 감독국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된 전례도 있다. 하지만 하나금융과 새한은행은 FRB 승인을 낙관하고 있으며 정황상 FRB의 승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또 한편 인수 승인을 받아 성사된다 하더라도 새한은행 인수를 발판삼은 하나금융의 미주진출이 성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우려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미주에 진출한 한인은행들의 방만한 부실 경영으로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지 사정에 밝은 한인은행들 조차도 부실경영과 자본금 잠식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데 현지 물정을 모르는 본국 은행들의 미주 진출은 심각한 손실을 불러왔다. 이는 지난 신한뱅크아메리카의 부실경영이 단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하나금융의 새한은행 인수 성사를 위한 남은 과정과 진정한 현지화를 통한 성공적인 미주진출의 과제를 짚어봤다.
<시몬 최 취재부 기자>
지난 10일 오후 LA다운타운 매리어트 호텔에서 하나금융그룹 김승유 회장은 새한은행 한동수 이사장과 함께 새한은행 지분 51%를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는 하나금융이 새한은행의 지주회사인 새한뱅콥의 신주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분 51%를 확보해 최대주주 자격으로 경영에 참여한다는 내용이다. 하나금융은 조만간 한국의 금융위원회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등의 승인을 받고 증자대금을 납부한 뒤 새한뱅콥의 신주 유상증자 참여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며, 이에 따라 인수 완료 시기는 올 3·4분기로 예상된다. 하나금융 측은 이번 인수에 대해 “외환은행은 2004년 론스타가 대주주가 되면서 미국 현지법인이었던 퍼시픽유니온뱅크(PUB)를 미국 한미은행에 매각해 미국 내 거점을 상실했다”며 “최근 완료된 외환은행 인수와 새한뱅콥 인수는 외환은행의 미국 은행시장 재진입과 네트워크 회복, 미국 시장 공략 등의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사인은 하나가, 경영은 외환이 하나금융은 새한은행을 미국 한인사회의 리딩뱅크로 키우고 장기적으로 미국 내 중견은행으로 키울 계획이다. 특히 외환은행 인수 완료로 세계 22개 국으로 확장된 다양한 해외네트워크를 통해 새한은행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
이번 하나금융의 새한은행 인수 추진은 외환은행 현지 법인의 ‘부활’ 성격이 짙다. 론스타가 2004년 외환은행을 인수하면서 미국현지 법인을 매각해 거점을 상실했는데 이번에 다시 미주 네트워크를 복원한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측은 지난 17일 김승유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새한은행 경영을 외환은행에 맡기려 한다”는 발표를 통해 어느 정도 드러나고 있다. 김승유 회장은 새한은행의 경영을 외환은행에게 맡길 것이라면서 “새한은행은 하나금융 자회사가 인수하는 것으로 계약했기 때문에 하나지주가 인수할 수도, 외환인행이 인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김기철 외환은행 노조위원장도 “하나금융에서 인수하는 새한은행을 외환은행 측에서 경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힘으로써 이는 향후 하나금융의 새한은행 인수가 마무리되면 경영의 주체가 하나은행이나 하나지주가 아닌 외환은행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와 관련 한국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이 노사협상 과정에서 외환은행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외환은행의 새한은행 경영 참여’를 약속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윤용로 외환은행장도 “외환은행의 해외 네트워크가 하나은행보다 우수하므로 외환은행이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현재 외환은행은 LA와 뉴욕에서 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주로 신용장 발급과 기업 송금 등의 비은행 업무를 전담하는 에이전시 형태의 미국법인을 두고 있다. 새한뱅콥의 주요 임원들은 하나금융 인수 후에도 자리를 지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분 인수 후 새한뱅콥 최대주주는 24.8%의 다함넷에서 하나금융으로 바뀌지만, 2010년의 유상증자 이후 캐롤라인 최(9.82%), 김일영(5.21%), 한동수(3.51%) 등 여러 임원들도 대주주가 됐다. 이들을 억지로 몰아내는 것은 부작용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김승유 회장도 “현지 인력의 적극 활용”을 강조해 그들의 인맥과 노하우를 존중할 의사를 내비쳤다.
20% 할인율로 50센트 적정 한편 이번 인수 발표 후 새한은행 주주들의 가장 큰 관심은 하나금융이 과연 얼마에 주식을 매입할 것이냐에 쏠렸다. 매입 가격에 따라 자신들이 갖고 있는 주식의 가치도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수가와 관련해 한국 언론들은 주당 50센트가 유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의 한 언론은 하나금융이 새한은행의 지분 51%를 인수하기로 합의하면서 인수 가격은 최소 11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보도했다. 관건은 현재 시가(21일 종가 60센트)에 대한 할인율이다. 약 20%의 할인율로 50센트가 적정하다는 의견이 많지만, 새한은행의 재무건전성이 한층 개선된 만큼 그 이상의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새한은행의 주식 수는 총 1억8909만7874주(시가 총액 1억1350만달러)이다. 따라서 하나금융이 신주 인수만으로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51%를 채우기 위해서는 총 1억9681만6155주를 인수해야 한다. 유상증자를 통한 지분 인수 참여는 대체로 시가에 어느 정도 할인율이 적용된다. 새한은행 지분 인수가 결정에서도 이 할인율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주당 50센트가 유력한 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50센트는 2가지 면에서 탄력을 받는데, 첫번째는 최근 시가(59~60센트)에서 약 20% 할인된 금액으로 일반적인 유상증자 지분 참여의 할인율과 비슷하다는 점, 두번째는 지난 2010년 3월 유상증자시에도 주당 50센트로 책정됐다는 점이다. 하나금융의 지분인수 소식이 알려지면서 새한은행의 주가는 지난 10일 75센트까지 올라가기도 했지만, 소문을 노린 핫머니가 빠진 후 최근에는 거의 60센트 근방에서 움직이고 있다. 또 지난 2010년 금융당국으로부터 재무구조 개선 명령을 받은 새한은행은 다함넷 (1700만 달러), PMC그룹 윌리엄 박 회장(680만 달러), 동양 PNF그룹(200만 달러) 등 65명으로부터 6060만 달러(주당 50센트 배정)를 새롭게 투자받아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주당 50센트로 계산할 경우 새한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하나금융이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약 9840만8077달러가 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가치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새한은행 이사는 “2010년 초 새한은행이 파산 위기에 처해있던 상황과 달리 지금은 재무건전성도 크게 개선됐고, 경영 또한 안정적이니 더 높은 가치가 인정돼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한은행의 경영지표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새한은행은 지난해 3분기 누적 연결 당기순이익 191만 달러를 시현, 전년동기의 -1167만 달러에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은 5516만 달러에서 5855만 달러로 늘어났으며, 대손충당금은 3023만 달러에서 2225만 달러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새한은행의 순자산가치가 늘어났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한은행은 2010년보다 자산과 부채가 줄어 규모는 오히려 더 작아졌다. 또 자기자본이 여전히 자본금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새한은행의 총자산은 5억6356만달러로 전년 동기의 6억7475만 달러에 비해 16.5%나 급감했다. 특히 같은 기간 부채가 6억1959만 달러에서 5억501만 달러로 1억달러 이상 줄어든 영향이 컸는데, 새한은행에 예금이 줄어들고 있다는 적신호라는 해석도 있다. 또한 새한은행의 자기자본(5855만달러)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도 지난 2010년 3월 투자된 자본금(6060만달러)에는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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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경영 되풀이’ 우려 지난 3년간 한국은행의 미주 한인은행 인수 과정에서 두 차례 모두 감독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됐다. 두 번 모두 은행 지주사에 대한 단독 감독권을 보유하면서 미국 내 은행 합병에 대한 최종 승인권을 갖고 있는 FRB가 승인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나금융과 새한은행은 이번에는 FRB의 승인을 낙관하고 있으며 여러 정황상 승인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나금융은 최근 인수를 마친 한국 외환은행이 LA와 뉴욕에서 에이전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미국법인의 인수를 FRB가 승인한 사실에 고무 받고 있다. 또한 하나금융 인수는 새한은행 측에 신규 자본이 투입되면서 은행의 자본건전성을 개선하기 때문에 감독 당국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하나금융의 새한은행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한인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우려와 부정적인 견해들도 만만치 않다. 가장 큰 관건은 진정한 현지화이다. 김승유 회장은 “현지 경영진과 이사진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동반자적 성장모델을 구축하는 등 진정한 현지화를 이뤄내겠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하지만 이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다. 그동안 미주에 진출했던 한국은행들의 방만한 부실경영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주진출 한국은행들의 경영상태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으나 그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특히 현지 사정에 어두운 본국 은행들의 미주 진출은 불러왔다.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대출을 본국 정·관계 실세들의 입김과 압력에 의해 대출을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본국 거래은행의 여신을 담보로 한 대출과 인맥 학연 지연관계로 인한 부정대출이 공공연히 자행되는 등 미주 진출 한국은행들의 부실경영은 심각했었다. 여기에 현진 물정을 전혀 모르는 파견은행원들의 근무 태도도 한 몫 했다. 이들은 현지 사정에 밝지 못하고 영어와 실무능력도 모자라면서 단지 본국에서 파견나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현지직원들 위에서 고압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또한 본국 파견 직원들의 구조적인 비리는 대출 관계자들 사이에 먹이사슬처럼 형성되어 있었다. 부실대출이고 문제가 있는 대출인 줄 알면서도 인사에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눈을 감고 적당히 넘어가는 것이 결국 은행의 부실로 이어지기도 했다. 결국 최초로 외환은행의 LA현지법인인 PUB가 문을 닫았으며, 가주신탁은행과 조흥은행 등 미주 진출 한국은행들이 줄줄이 문을 닫거나 합병 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이번 하나금융의 성공적인 미주지역 연착륙은 이곳 현지와의 소통과 대화를 통한 진정한 현지화에 달려있다. 하나금융과 새한은행은 지난 수년 동안의 미주지역에 진출한 한국은행의 실패사례에서 그 교훈과 해법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