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발 문제를 놓고 이란과 미국, 이스라엘 등 서방국가들의 군사적 충돌이 우려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앞서 이란발 원유 전쟁은 이미 본격적으로 시작된 듯싶다. 이란은 유럽연합에 대한 추가 원유 수출 중단을 경고했고 LA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지역의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이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미친’ 듯 오르고 있는 휘발유 가격에 한인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져만 가고 있다. LA지역 휘발유 가격은 지난 20일 갤런당 평균 4달러7센트까지 올라 미국에서 최고 수준이다. 가격 인상 속도도 빠르다. LA지역 휘발유 가격은 최근 14일 연속 올랐고, 최근 27일 동안 26차례 인상됐다. 주유소에 게시하는 가격표를 거의 매일 갈아대는 현상이 이어진 끝에 일주일 전에 비해 갤런당 19.4센트나 올랐다. 지난 해 봄 일본 대지진과 중동 사태 등 악재가 겹쳐 LA지역 평균 휘발유 가격이 4달러를 돌파한 이래 점차 하락세를 보였지만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을 둘러싸고 서방국가와 이란이 긴장 상태에 접어들면서 세계 유가를 비롯한 LA유가가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다. 당분간 기름값 고공행진은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되며, 기름값 상승에 서민 가계가 직견탄을 맞고 있어 한인들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져만 가고 있다.
<시몬 최 취재부 기자>
LA지역 휘발유 가격이 지난 20일 갤런당 평균 4달러7센트까지 올라 미국 내에서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휘발유 가격 비교 사이트 개스버디닷컴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이 비싼 상위 10개 도시 가운데 하와이 호놀룰루를 뺀 9개 도시가 캘리포니아 주에 집중됐다. 한 달 전보다 갤런당 33.5센트나 인상됐고, 작년 이맘때에 비해 갤런당 51.4센트가 비싸졌다. 연일 오름세를 기록하면서 오는 4월에는 4.25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또 업계 전문가들은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이 계속 될 경우 올 여름 갤런당 5달러까지 치솟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3천만명의 거대 인구가 거주하고 있지만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못한 남부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이렇게 휘발유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자 서민 가계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승용차를 이용해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트럭 등을 이용해 생계를 꾸리는 자영업자들은 가계에 주름살이 더욱 깊어질 지경이다.
이란발 ‘오일쇼크’ 오나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은 핵개발 문제를 놓고 이란과 미국, 이스라엘 등 서방국가들의 군사적 충돌이 우려되면서 이란발 제3차 ‘오일쇼크’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원래 원유 금수조치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이란의 자금줄을 죄기 위해서 이란이 다른 나라에 원유를 팔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였고, 오는 7월부터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거꾸로 이란이 먼저 원유 수출을 하지 않겠다는 선제적 대응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은 지난 19일 영국과 프랑스에 대한 원유 수출을 중단했다고 발표했고, 20일 유럽연합의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독일, 네덜란드 등 유럽연합의 다른 나라에 대한 추가적인 원유 수출 중단을 경고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체감 기름값도 요동치고 있다. 중동산 두바이산 원유가격은 117.45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도이치 뱅크는 최근 이란과 서방 국가들 간의 갈등이 계속될 경우 1970년대 식 ‘오일쇼크’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 큰 문제는 핵무기 개발 의혹을 둘러싼 이란과 서방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호르무즈 해협에서 군사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에너지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1차 걸프전(1990년) 이후 22년 만에 심각한 공급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최근 경고했다. 미국 외교협회(CFR)가 지난 1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 전면 봉쇄 등 최악의 경우 원유 공급량이 하루 1700만 배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는 세계 하루 공급량인 9000만 배럴의 18.8%로 극심한 침체와 고물가(스태그플레이션) 위기가 벌어질 수 있는 물량이다. 71년과 79년 두 차례 석유파동 모두가 공급쇼크였다. 그동안 이란 사태와 관련해 국제 유가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은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란산 금수조치에 따른 부족분에 대해 이라크의 석유 생산능력을 늘릴 수 있다는 전망에서였다. 특히 중국, 인도 등의 석유 수요에 이라크가 대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했다. 미국은 추가로 이라크 하루 원유 생산량을 270만 배럴에서 오는 2017년까지 꾸준히 늘려 1200만 배럴까지 끌어올려 수급 부족을 채우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국이 지난해 12월 이라크를 떠난 이후 잦은 테러사건이 발생했고, 같은 달 적어도 민간인 63명이 살해되면서 원유 생산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전쟁이후 폐허된 정유생산 시설에 복귀를 위한 대대적인 투자와 건설이 필요한 데 지금 당장 해결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유럽 금융위기에 이어 ‘에너지 위기’가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휘발유 가격이 폭등세는 경제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된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휘발유 가격 인상이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경기를 위축시키고 소비 지출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미국인들은 지난해 가계수입의 8.4%를 휘발유 값으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할 때 두 배나 늘어난 수치다. |
싼 주유소를 찾아라 이런 고유가 시대에 한인들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LA지역 평균 개스 가격이 4달러를 넘어서면서 개스 가격 비교 웹사이트를 검색해 한 푼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가고, 대중교통과 카풀을 통해 출퇴근을 하며, 스마트폰으로 몇 센트라도 싼 주유소를 찾는 등 한인들의 ‘기름전쟁’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LA 전역의 개솔린 가격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한인들이 비교적 싼 주유소를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노스리지에 거주하는 배 모씨는 “평소에는 집이나 회사 근처에서 주유를 했으나 최근 기름 값이 너무 올라 주유 전에 먼저 개스 가격이 싼 곳을 확인한 뒤 주유를 하고 있다”며 “특히 점심시간에는 직장 동료들과 개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주유소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는 등 주유비를 아끼기 위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비교적 타지역에 비해 비교적 개스 가격이 싼 한인 타운 일부 주유소나 코스코 주유소에는 연료비 절감을 위한 차량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LA 다운타운에 거주하는 한인 최 모 씨는 “주유비를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매주말마다 밸리 코스코까지 찾아가 주유를 한다”며 “주유소를 찾는 차량들로 붐벼 심한 경우에는 30분 정도 기다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버뱅크에서 LA다운타운까지 매일 물건을 납품해야 하는 하 모 씨는 주유소에 가기 전 꼭 스마트폰을 본다. 개스 값이 싼 주유소를 검색해 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개스 값이 가장 싼 주유소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 씨는 “갤런 당 10센트만 절약해도 한번 기름 넣을 때 커피 한 잔 값은 벌 수 있기 때문”이라며 “예전에는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게 더 손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같은 살인적 유가에는 어쩔 수 없이 1센트라도 싼 곳을 찾게 된다”고 고개를 저었다. 밸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 모씨는 LA 한인타운까지 지하철과 버스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고 있다. 차를 회사 주차장에 세워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는 박씨는 “대중교통 이용과 함께 한 달에 200달러 정도를 절약하고 있다”며 “출퇴근 시간이 다소 길어졌지만 트래픽에 운전을 하지 않고, 대중교통 이용이 환경에도 좋기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 치솟는 기름 값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렌데일 거주 회사원 송 모씨는 최근 부인이 직장을 새로 얻은 뒤 새 차를 한 대 뽑으려다 개스 값 등 유지비 부담으로 포기했다. 대신 송씨는 출근시간을 좀 더 당겨 아들 유치원과 아내 회사를 거쳐 회사에 출근한다. 그는 “회식 등으로 퇴근시간을 못 맞출 때는 와이프가 택시를 이용해 아들을 픽업해 집에 돌아간다”며 “택시 이용이 차를 한 대 더 굴리는 것보다 저렴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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