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안보에 관한 한 언제나 이스라엘을 지지할 것이다.” ‘미국ㆍ이스라엘 공공정책위원회(AIPAC)’ 연례총회 기간 중인 지난 5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란의 핵개발 사태 해법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여 온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란 사태의 외교적 해법만을 강조해 온 기존 노선에서 벗어난 “군사적 대응” 가능성도 언급됐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대외정책이 또 다시 이스라엘에 끌려가는 순간이었다.
미국의 외교전문 사이트인 ‘포린 폴리시’의 이언 윌리암스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미국은 이스라엘의 위성국가’라고 정의한 바 있다. 다소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미국의 정책결정을 막후에서 조정하는 유대인의 막대한 영향력을 감안하면 터무니없다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말이다. 세계 어디서든 무서울 것이 없어 보이는 미국이 유대인의 작은 나라 이스라엘에게는 좀처럼 ‘노((NO)’를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편집자주>
올해 AIPAC에서 못이긴 척 이스라엘에게 손을 내밀며 ‘친 이스라엘’발언을 쏟아낸 오바마 대통령의 모습은 미국을 움직이는 ‘유대인 파워’를 보여주는 한 단면일 뿐이다. 미국 경제도 언론도 유대자본이 장악하고 있으며 미국에 거주하는 유대인 인구는 650만명 수준으로 전체 미국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들은 미 국민소득의 15%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고 있다.
지난 2007년 미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세계 30대 기업 가운데 유대인이 창업했거나 경영하는 기업은 12개에 달한다. 여기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 씨티그룹, 엑슨모빌, 마이크로소프트, 골드만삭스 등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주요직책 모두 유대인 장악
미국의 ‘경제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전ㆍ현직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과 벤 버냉키도 모두 유대인이다. 언론계에서도 유대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세계 4대 통신사인 APㆍAFPㆍ로이터ㆍUPI를 비롯해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유수의 신문사, NBCㆍABCㆍCBS 등 방송사는 모두 유대인이 세웠거나 유대인 자본으로 경영되고 NYT와 워싱턴포스트(WP),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경영진과 주요 필진은 45%가 유대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유대인이 미국사회를 움직이는 자본과 여론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이들의 눈치를 살피기에 급급하다. 미국 정치인이 이스라엘의 정책을 비판할 경우 유대인으로부터 나오는 엄청난 후원금은 물론 유대인이 장악하고 있는 언론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일례로 지난 1982년 당시 미국의 대외정책이 너무 이스라엘 쪽으로 치우쳤다며 “중동정책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공화당 하원의원 폴 핀들리는 그 해 실시된 하원선거에서 무명의 민주당 후보에게 패해 22년에 걸친 의원 생활을 마감해야 했다.
직접 정계에 진출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유대인들도 적지 않다. 현 정권에서만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을 비롯해 램 이마뉴엘 전 백악관 비서실장, 데이비드 엑설로드 전 백악관 수석고문, 로렌스 서머스 전 국가경제위원회(NEC) 의장 등이 모두 유대인이다. 미 의회에서는 평균적으로 총 100명의 상원의원 중 10여명, 435명의 하원의원 중 30여명의 유대인이 배출되고 있다.
AIPAC, 미 중동정책 좌지우지
이처럼 미국에서 무소불위의 파워를 과시하는 유대인 로비의 핵심은 단연 AIPAC이다. AIPAC은 엄청난 자금력을 바탕으로 미 정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국 내 최대의 로비단체다. 매년 5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AIPAC 연례총회 행사에는 미국의 대통령을 비롯해 정계의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이스라엘의 비위를 맞추느라 여념이 없다. 올해는 미국 상ㆍ하원 전체 의원의 70%인 400여명이 이 행사에 줄줄이 모습을 드러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관례대로 개막연설을 직접 맡았다.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한창 선거운동에 바쁜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3명도 위성방송으로 연설을 하는 정성을 보였다.
반 유대주의 확산을 막기 위해 자금력과 정치력을 총동원하는 AIPAC의 힘은 미국의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AIPAC의 지지 없이 당선된 이가 없다고 할 정도다. 미국의 이스라엘 편향정책에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오바마 대통령 역시 올해 재선을 의식해 최근 AIPAC 총회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미국의 지원은 초당파적”이며 이스라엘의 이익은 곧 미국의 이익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미국 정치인들의 친 이스라엘 성향은 단순한 립서비스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이 해마다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군사원조는 이스라엘의 연간 국방예산의 20%를 차지한다.
지난 1982년 당시 이스라엘이 레바논 침공으로 국제적 비난 여론에 직면한 당시 미국은 법까지 개정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오히려 강화했다. 매년 미국에서는 약 130건의 크고 작은 친 이스라엘ㆍ유대인 법안 및 결의가 의회를 통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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