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금배지 달라는 상한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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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바커 목사가 또 쓰러졌습니다. 지난 1년 사이 두 번째 심장발작입니다. 다행히 경증의 Heart Attack이어서 그는 지금 자택에서 요양중입니다.
50대초의 젊은 나이인 그는 LA 한 흑인교회의 흑인목사입니다. 1년전 바커 부인이 내 아내한테 들려준 목사부부의 말못할 가정사는 충격이었습니다. 아들 하나는 교도소에 들어가 있고 딸은 마약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한다며 흑인인 바커부인은 내 아내를 껴안고 한참을 흐느꼈습니다. 그 무렵 바커 목사가 첫 번째 심장발작으로 쓰러졌지요. 자식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가 목사의 지친 심신을 무너뜨린겁니다.
A목사는 LA 근교에서 한인 개척교회를 인도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애를 쓰고 기도를 해도 교인수는 10년째 50여명에서 늘어나질 않습니다. 사모는 생활비를 보태려 세탁소에서 파트타임 일을 합니다. A목사는 요즘 교회부흥 같은건 생각할 겨를조차 없습니다.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딸이 말썽을 피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여호와의 주신 기업이오, 태의 열애”라는 하나님의 종 목사의 자식이, 이렇게 엇나갈 줄을 그는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A목사는 말합니다.
“목회자 중에는 자식문제로 시험받고 고통받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개척교회와 작은교회의 목사와 사모는, 교회 일에 거의 24시간 매달려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자녀교육에 소홀할 수 밖에 없지요. 아이들은 그들대로 목사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경건과 절제와 기도의 생활을 강제당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어린아이일 때는 그런대로 견디는데 사춘기를 겪으며 잠재돼 있던 내적 욕구가 폭발하면서 영적 일탈(逸脫)에 빠져들게 되는거지요.”
목사들은 실패한 ‘자식농사’ 얘기를 입밖에 함부로 꺼내거나 누구와 상담할 수도 없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게 된다고 A목사는 말합니다.


목사질과 의원질


김태복 목사는 서울 홍익교회의 원로목사입니다. 그는 요즘 은퇴생활을 즐기며 교회 홈페이지에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 김목사가 쓴 어떤 칼럼의 앞머리엔 이런 글이 나옵니다.
“…(지난해) 11월 24일자 동아일보에 내 두 아들의 인터뷰 기사가 실렸다. 두 아들이 오늘 이처럼 활동할 수 있는 배경에 홍익교회를 가장 우선으로 둘 수 밖에 없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기도후원과 아울러 학비 일체를 도와주신 홍익교회에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자식농사에 실패하는 많은 개척교회나 소형교회의 목사들과는 달리 김태복 목사는 성공적으로 키운 두 아들이 꽤나 자랑스러운 모양입니다. ‘잘 자라 준’ 김목사의 두 아들이 바로 나꼼수의 김용민과 슈스타K의 PD인 김용범입니다.
목사 아버지가 자랑스러워 하는 김용민이 한달 후 금배지를 다는 불상사(?)가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당이 감옥에 들어가 있는 나꼼수의 다른 멤버 정봉주의 요청을 받아들여 김용민을 정봉주의 옛 지역구인 서울 노원갑에 전략공천을 했습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용민과 그의 아버지인 김태복 목사가 인터넷에 뜨고 있습니다. 요 며칠새 인터넷엔 김용민의 19대 국회의원 출마를 개탄하며 민주당의 정치적 꼼수를 규탄하는 글들이 봇물을 이루고 있습니다. 김의 아버지가까지 새삼 여론의 조명을 받는건 ‘훌륭한’ 목사 아버지와 이 ‘벌종 아들’이 주는 이미지가 위화적 콘트래스트 때문일겁니다.
김용민은 평소 자기 아버지의 직업이 ‘목사질’이라고 말한다지요. 목사질하는 아버지의 아들이 ‘의원질’을 하려고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나꼼수질’ 까지는 눈감아 주던 사람들도 의원질 만큼은 아니다 싶었는지, 은퇴한 원로목사인 부친까지 들먹이며 김용민을 씹어대고 있습니다.
나꼼수 멤버중 김용민은 ‘가장 덜 유명한’ 인물입니다. 인지도를 높이고 싶어선지 근 저질욕설, 성적농담과 음담패설, 찬송가 개사(改詞) 패러디, 치졸한 성대묘사 등을 도맡아 합니다. 감옥에 있는 정봉주가 성욕감퇴약을 먹고 있으니 비키니 사진을 올려달라고 요설을 떨다 여성비하 파문을 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김용민입니다. 민주당 공천을 받기 직전 그가 나꼼수에 남긴 저질 욕설은 “(대한민국) 전 병력을 좆까” 였지요.
김용민이 나꼼수에서 쏟아내고 있는 ‘욕설 어록’을 소개하고 싶어도 글로 옮길 재간이 없습니다. 말 그대로 옮겨쓰면 언론윤리규정 위반이고, 윤리규정을 피해가자니 문장 곳곳에 X나 XX나 혹은 XXX를 써야합니다. 괴로운 노릇이지요.
김용민은 국회의원 후보자리고 X으로 얻었습니다. 그는 공천 따내기 직전 “나는 정봉주의 X이 되겠습니다”라고 나꼼수에서 정치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금배지를 달아도 그는 영원한 정봉주의 X인 셈이지요.
그는 자칭 ‘목사질 하는 돼지새끼 아들’입니다. ‘정봉주의 X’이 무슨 뜻인지 알려면, 글 읽는 사람이 ‘돼지새끼’ 수준으로 망가져야 하는데 그게 간단칠 않습니다. 헌데 영리한(?) 한명숙은 단번에 X의 의미를 알아 차리고 그를 노원갑으로 모셔 갔습니다.


한명숙의 꼼수, 정봉주의 꼼수


요즘 나꼼수의 인기는 많이 시들해 졌습니다. 엊그제 문화일보의 사설엔 어느 대학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강의 시간에 파악해 봤다는 나꼼수 청취율 조사 결과가 인용됐습니다. 나꼼수를 듣고 있다는 응답은 100여당 7~8명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민주당 한명숙 대표는 김용민의 공천을 자랑하고 싶었던지 “매주 100만명이 나꼼수를 듣거나 본다”고 뻥을 쳤습니다. 앞에 말한 신문방송학과 교수의 셈법으로는 많게 잡아야 2~3백만으로 한창때 보다 반이상 마니아층이 줄었다는 계산입니다. 이런 망나니 저질 방송이 생명력을 이어갈 수는 없습니다.
서울 노원갑은 젊은층과 서민층이 모여 사는 야당 강세지역입니다. 의석 하나라도 더 얻겠다는 민주당이 굳이 나꼼수를 끌어들일 필요는 없었다는 얘기입니다.
김용민 카드에는 두 개의 꼼수가 숨어 있습니다. 먼저 한명숙은 이번 총선과 12월 대선에서 나꼼수를 확실히 민주당으로 잡아 두겠다는 속셈입니다. 나꼼수는 정권교체의 나팔수와 불쏘시개로 이용하려는 꼼수이지요.
다른 하나는 정봉주의 꼼수입니다. 그는 4월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되면 자신이 석방돼 사면복권으로 다시 금배지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지역구를 되돌려 받으려면 자신의 X이 되겠다고 납작 엎드리는 김용민같은 ‘정치적 무뇌아’ 한테 잠시 그 자리를 맡겨 놓는게 좋습니다.
김용민 공천은 민주당 내부에서 거센 비판과 반발이 일어났습니다. X나 XX를 쓰지 않고는 대화가 안될 정도인 이 시대 저질 욕설담꾼인 김용민과 의정 단상에 같이 앉는다는게 명색이 직업 정치인인 그들에게는 견딜 수 없이 쪽팔리는 일이겠지요. 반대 기류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한명숙은 또 한차례 꼼수로 정면돌파해 나갔습니다. 공천심사위에 후보추천을 맡기지 않고 최고위원회에서 전격적으로 김용민을 전략공천자로 발표해 버린 겁니다.
김용민. 상한 영혼의 목사 아들.
아마도 그는 이변이 없는 한 19대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게 될겁니다. 나꼼수의 인기때문이 아니라 민주당의 공천 덕입니다. X와 XX와 XXX 놀음만으로 간단히 국회의원이 될 수 있는 나라, 대한민국….
포털 <네이버>에 며칠전 실린 글의 일부를 소개하지요. ‘나꼼수 김용민은 목사 아들답게 처진’ 하라는 제목으로 네티즌 ‘하얀비’라는 사람이 쓴 글의 발췌입니다.
“…나꼼수 김용민은 방송에서 기독교 찬송가를 저질스럽게 패러디하여 항의를 받기도 한다. 스스로를 목사 아들 돼지라고 한다…. 아버지가 목사라고 아들도 목사같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스스로 목사 아들이라고 밝힌 이상 그에 걸맞는 언행이 필요하다…. 김용민은 내가 존경하는 L목사님이 계시는 G교회 집사라고 하니, 뭐라 말하기도 그렇고 얼굴이 뜨겁기만 하다. 성경에 나오는 엘리 제사장의 아들이 언뜻 떠오른다….”

<2012년 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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