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순직’ 가족에게 상처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해군을 ‘해적’이라고 부른 ‘고대녀’ 김지윤 씨의 발언을 둘러싸고 찬반논란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현역 해군이 올린 ‘자작시’가 관심을 끌고 있다. 해군 진해기지사령부 시설전대에 근무하는 윤대이(33) 중사는 9일 진해 해군기지사령부 내부게시판에 ‘내가 해적이란다’라는 자작시를 올려 억울하고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나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밖으로 나돌며 어느 땐 목숨까지도 걸어야하는 그런 길을 걷고 있다 /나로 인해 내 가족들이 행복하기에 /나로 인해 나의 모두들이 행복하기에 /이런 나를 누가 해적 이란다 /나의 자식들은 해적의 자식들 이란다 /피눈물이 난다 /멈추질 않는다 /그저 내 가족, 내주위의 모든 사람들을 지켜주고 싶어서 대한민국 해군이 되었을 뿐인데…> 이글은 900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며 다른 해군장병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내부망에 올라온 게시물이 평균 200여건의 조회수를 보이는 것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윤중사는 “해군기지를 해적기지라고 하는 것은 나라를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해군들을 모독하고 비하하는 행위”라며 “부대 내 모든 장병과 가족들이 분통이 터져 죽겠다고 아우성인데,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자는 차원에서 이글을 썼다”고 밝혔다.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고대녀’ 김지윤 씨의 ‘해적’발언과 관련, 새누리당의 최연소비대위원인 이준석 위원도 ‘유감’을 나타냈다. 이 위원은 지난 8일 자기 트위터에 김 씨의 발언과 관련해 “내가 예고했던 최후의 전장이란 결국 사회적 문제를 열거만하고 ‘어떻게’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동사 빠진’ 청년비례대표 후보들과 진지하게 백분토론에서 붙어보고 싶었던 거였다”며 “어제의 황당한 해적발언으로 그 기회가 날아간 것이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김씨와 지난달 ‘맞짱 토론’을 벌였던 이 위원이 김 씨 발언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한 것이다.
한편 무소속 강용석의원은 지난8일 김씨를 ‘해군모욕죄’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트위터에 “해군해병전우회회원 123명을 강용석이 대리하여 고대녀와 통합진보당을 모욕죄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습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고대녀 ‘해적’발언은 실수가 아니라 확신범이군요”라고도 썼다.
“사실을 왜곡하지 말라”
한편 ‘해적’ 발언의 주인공인 김지윤 씨는 지난 8일 오후 자신의 홈페이지(http://kjy2030.com) ‘김지윤이 보는 세상’ 페이지에 ‘국방부의 비판에 답하며’라는 글을 올리면서” 사실을 왜곡하지 말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마디로 쫓기는 닭이 담장에 머리만 처박고 숨었다고 하는 처지나 다를 바 없다. 김씨는 ‘강정마을주민의 심정을 담아 다시 한번 제주해적기지 건설반대를 외친다’라는 부제가 붙은 이글에서 김씨는 “강용석, 전여옥, 변희재 등 보수인사들이내가제주해군기지반대인증샷을올린것을비난한데이어, 보수언론들과 국방부마저 이를 인용해 제주해군기지 반대의 뜻을 왜곡하고 있다”며 “나는 평범한 사병들을 ‘해적’이라 한 적이 없다”고 적었다.
이어 김씨는 “강정마을 주민들을 짓밟고 자연유산을 파괴하며 군사기지건설을 강행하는 이명박 정권과 해군 당국을 ‘해적’에 빗대 비판한 것”이라며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제국주의적 해양지배를 하려하는데,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이런 ‘합법적 해적질’을 돕게 된다는 점에서도 ‘해적’기지라 할 것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통합진보당측도 김 씨의 발언에 사실상 사과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혔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공동대표는 지난 12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해적기지) 발언은 해군자체, 또 그 역할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강정 해군기지건설에 대한해군의태도, 추진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과정에서 나온 말이라고 본다”며 “그동안 해군과 경찰이 얼마나 주민들에게 모질게 대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적이라는) 표현자체에 대해 얽매일 필요는 없다. (해적이라는 말이 나온) 원인에 대해서 분명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지윤 씨는 이날 제주강정마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방부와 해군당국은 내가 해군사병들을 해적으로 지칭한 것처럼 왜곡하고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며 “나는 군사기지건설을 강행하는 이명박 정부와 해군 당국을 ‘해적’에 빗대 비판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해군이 자신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한데대해서도 민변소속변호사들로 공동변호인단을 꾸려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민주통합당 간부겸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해군에게 모욕감을 주고 주권을 약화시키는 듯한 발언, 우리사회 내부의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발언 등은 색깔론의 빌미를 줄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저녁 발표된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 경선결과 김지윤 씨는 탈락했고, 김재연(여·32) 반값등록금 국민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이 뽑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