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 ‘B’와 ‘P’의 작은 차이지만 한글에 대한 이해가 없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두 단어는 서로 다른 단어로 인식되기 쉽다. 게다가 ‘코리안 B.B.Q’로 묶어서 표기할 때, 갈비, 삽겹살, 불고기 등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 또한 메뉴판을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적절한 음식 설명도 필요하다. 어떠한 재료가 들어가고, 그 재료가 어떠한 과정으로 어떠한 맛이 나는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하다. 비교적 강한 맛을 많이 갖고 있는 한식은 음식에 대한 적절한 설명이 그 어떤 음식보다도 절실하다. 어떤 메뉴에 대한 사전 안내 없이 시식을 했다가 한식의 강한 풍미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단순한 표기의 문제이지만 시선을 바꿔 생각한다면 충분히 개선해야할 문제임을 절감할 수 있다.
“어느 식당으로 들어갈가”
레스토랑의 문화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한식 세계화’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미국의 레스토랑의 문화와 한식당의 문화는 많이 다르다. 음식 종류차이 외에, 문화의 관점으로 비교를 해 볼 때 세계화를 향한 우리 한식당의 문제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그 첫째가 ‘쉐프’의 브랜드화다. 미국의 레스토랑의 경우 ‘쉐프’자체가 브랜드화 된 식당이 많다. 한 예를 들면 A 레스토랑에 가면 ‘쉐프’인 누구누구의 음식 솜씨를 맛 볼 수 있다는 개념이 있다. 하지만 한식당의 경우, 쉐프의 이름을 따라 레스토랑을 결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수라상 식당’의 조리사(쉐프) ‘대장금’이 만든 전골이 특미이다라는 말이 나돌아야 된다는 것이다. ‘쉐프’ 브랜드의 좋은 예를 들자면, 세계 최고 권위를 인정받는 레스토랑 추천 저널 ‘미슐랭 가이드’의 최고 평점 3스타에 빛나는 스타 쉐프 ‘장조지’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세계적인 스타 쉐프인 만큼 그의 레스토랑은 그의 음식을 만나기 위해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뉴욕의 명소가 됐다. 레스토랑의 이름보다는 스타 쉐프 ‘장조지’의 레스토랑으로서 기억되며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우리 한식당엔 아직까지 이러한 스타 쉐프가 없다. 이것이 바로 문화적 차이이다. 하지만 그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고 변화하고자 한다면 이는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문제다. 따라서 스타 쉐프 의 양성은 이같이 한식의 세계화와 직결될 수도 있다는 결론이다. 더욱이 ‘쉐프’ 양성의 목적은 넓게 생각했을 때 매우 시급한 문제이기도 하다. 한류문화가 확산 되면서 외국에 문을 여는 한식당이 늘고 있지만, 한식과는 거리가 먼 음식을 파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식당의 음식은 한식이라 보기 어려울만한 메뉴로 한식에 대한 오해를 불러 일으킨다. 이는 근본적으로 한식을 정식으로 공부하지 않은 말 뿐인 ‘외국인 한식 요리사’가 많아진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정식으로 한식을 요리할 줄 아는 외국인의 배출 시기가 왔다는 것이다. 쉐프 양성은 비단 외국인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현재 미국 내 한식당은 약 1700여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중 정식 조리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경우는 불과 200여개의 한식당뿐이다. 손맛을 중요시하는 한식 문화에서 조리사 자격증은 어찌 보면 절차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한식 세계화 차원에서 생각 하면 그러한 절차가 신뢰를 얻는 과정일 수도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큰 문화적 차이는 바로 서버(식당 웨이터나 웨이추레스)들의 개념의 차이다. 독특한 음식 문화를 갖고 있는 한식은 외국인 입장에서 먹는 방법이나 음식 설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한 예로 비빔밥을 주문한 외국인이 밥을 비비지 않고 밥 위에 얹어진 재료를 따로 먹는다던가, 매운 김치찌개를 모르고 시켰다가 낭패를 본다던가 등의 난감한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미국은 서버들이 단순히 음식을 날라주는 헬퍼의 개념이 아니고, 해당 테이블의 서비스를 책임지는 담당자 역할이기 때문에 외국인들은 음식 서브의 책임자인 서버에 의존하는 서비스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따라서 이해하기 힘든 한식문화에 있어 서버들의 그 역할이 중요하다. 음식의 주문에서부터 식사하는 방법까지 서버들의 도움이 외국인 고객에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한식당 서버는 단순히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날라주는 한정적 역할만 담당하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지 못한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난감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식 세계화를 위해 서버의 개념을 다시 세우고, 역할에 있어 새로운 교육이 필요하다.
더욱이 영어로 인한 의사소통 때문에 한식을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게 있기에 언어 문제 또한 기본적으로 소화해야할 과제이기도하다. 서버는 단순히 식당의 종업원이 아닌, 프로페셔널한 직업이라는 개념 인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