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게이트로 번지고 있는 파이시티 사건의‘키맨(key-man)’인 이정배 대표는 “2조원이 넘는 사업을 MB정권이 강탈해 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파급력이 큰 것은 그가 정권 실세에게 어떤 식으로 돈을 전달했는지 등의 구체적인 팩트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선데이저널>이 확인한 결과 이정배 대표는 이미 지난해 11월 채권단인 우리은행과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을 상대로 형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대표의 소송이 의미가 있는 것은 사건이 확전되기 전 그가 가감없이 자신의 주장을 펼쳤기 때문이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대표는 소장을 통해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이 파이시티 사업권을 인수하기 위해 비밀협약서를 체결했고, 경영진 의사와 관계없이 파이시티를 파산시켰다”고 주장했다. 또한 “2010년 초 대우자동차판매 등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뒤 채권은행인 우리은행으로부터 200억원에 모든 사업권을 양도하라는 협박을 받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같은 해 8월 채권은행단이 일방적으로 법원에 파이시티의 파산을 신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약 이 대표의 주장처럼 파이시티 사업권이 MB를 둘러싼 측근들의 공모에 의해 좌지우지 된 것이라면 이는 곧바로 권력형 게이트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정배 대표의 소송을 통해 이번 사건의 전말을 되짚어 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파이시티는 서울 강남구 양재동 225번지 일대 9만6017㎡(약 2만9000평)에 업무·연구·판매시설을 갖춘 복합유통센터를 짓는 사업의 시행사다. 사업부지가 양재 나들목에 바로 붙어 있고 서울 도심에서는 보기 드물게 대규모 부지여서 개발사업자의 관심이 높은 곳이었다. 파이시티는 당초 2조4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2009년 12월 착공-2013년 8월 준공을 목표로 복합유통센터를 지을 예정이었다. 이 센터는 연 면적이 63빌딩의 4배 이상인 75만8606㎡(22만9400평)로 단일 단지로는 국내 최대 규모이고 파이시티 측은 오피스를 매각하고 쇼핑몰을 분양해 총 3조3288억원의 매출액을 올릴 것으로 기대했다. 파이시티가 매입하기 전 사업 부지는 진로그룹 소유였다. 진로가 외환위기로 쓰러지자 경매로 나온 땅을 파이시티가 966억원에 낙찰받아 개발사업을 진행했다. 사업 초기엔 부동산 경기가 좋아 건설사의 지급보증으로 1조원 가까운 돈을 대출받아 진행했지만 이후 경기가 침체하면서 이 부지는 건설업체의 수렁으로 전락했다. 인허가 문제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자 파이시티는 돈을 빌리기가 어려워졌고 대출 지급보증을 선 대우자동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은 2010년 상반기에 나란히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갔다. 파이시티는 2009년 11월 마침내 개발사업의 건축허가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등에게 로비가 집중됐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은 파이시티 측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파이시티는 2011년 1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올 3월 포스코건설을 새 시공사로 선정해 현재 사업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
|
▲ 서울 양제동의 목합화물자동차 부지내에 들어서게 될 대형복합유통센터의 조감도. |
이정배 지난해 11월 소송
이정배 대표는 최근 검찰 수사에서 “자기가 공들인 파이시티 사업을 MB정권 실세들이 빼앗아 갔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사실은 <선데이저널>이 최초로 확인한 이정배 대표의 소송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센터 ‘파이시티’ 개발사업의 공동시행자인 ㈜파이시티와 ㈜파이랜드 전 경영진은 작년 11월 25일 사기와 업무방해 등 혐의로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에 대한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접수했다. 이정배 파이시티 대표 등은 고소장에서 “우리은행과 포스코건설이 파이시티 사업권을 인수하기 위해 비밀협약서를 체결했고, 경영진 의사와 관계없이 파이시티를 파산시켰다”고 주장했다. 또한 “2010년 초 대우자동차판매 등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뒤 채권은행인 우리은행으로부터 200억원에 모든 사업권을 양도하라는 협박을 받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같은 해 8월 채권은행단이 일방적으로 법원에 파이시티의 파산을 신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법원이 파산신청을 기각한 뒤 파이시티에 대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가 진행됐다. 이 때문에 파이시티 시행업자 이정배 대표는 검찰 수사에서 파이시티 사업은 사실상 MB정권이 빼앗아 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의 정부 입김이 강한 사실상의 국책은행인데다가 MB의 오랜 친구인 이팔성 씨가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또한 포스코 역시 박영준 전 차관이 정준양 회장 선임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회사다. 이런 연관성 때문에 이 대표는 현정부 실세들이 사업을 빼앗기 위해 공모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대표의 소송은 중앙지검 형사부에서 수사하다 이번 사건이 불거지면서 대검 중수부에 병합되어 진행하고 있다. 정권 실세들에게 로비자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는 1983년 대우건설에 입사해 1993년 퇴사했다. 1998년 개발업체를 설립해 아파트 개발사업을 진행했고 손대는 사업마다 성공해 큰 돈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양재동 개발사업에 심혈을 기울였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고 인허가가 늦어지는 등 잘 풀리지 않자 인맥을 동원해 사업을 정상화시키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
▲ 파이시티 이정배 전 대표가 진술에서, 브로커 이동율씨로부터 10억을 건내주었다고 들었다는 박영준 전 지경부 차관.. |
사라진 돈 어디로?
검찰은 브로커 이씨가 이정배 파이시티 대표로부터 11억5000만원을 받은 시점인 2007~2008년의 금품수수로 수사를 시작했지만 2006년 5월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가 용도변경된 시기를 주목하고 있다. 특가법상 알선수재의 공소시효는 5년으로 2007년 이후 금품을 받은 사실에 대해서만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다. 검찰이 일단 2007~2008년 돈거래를 수사의 시발점으로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 이전의 금품수수에 대해서는 동일한 사안(파이시티 사업관련)에 대한 알선수재일 경우 ‘하나의 범죄’로 보고 처벌이 가능하다. 2007년 이후 혐의만 입증하면 그 전의 금품수수 역시 처벌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다. 대법원은 판례를 통해 ‘포괄일죄의 공소시효는 최종의 범죄행위가 종료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최종 돈을 받은 시점이 2007년 이후면 된다. 검찰은 브로커 이씨가 박 전 차관에게 2007년 이후 수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2006년 5월 화물터미널 부지의 용도변경 시점을 전후해서도 금품이 오고갔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2007~2008년 사이에 진행된 양재동 복합유통단지의 건축심의보다는 2006년 5월의 용도변경이 양재동 화물터미널 재개발 사업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파이시티 이 대표가 2004~2005년경 브로커 이씨를 통해 최 전 위원장을 접촉했던 것도 용도변경을 앞두고였다. 박 전 차관은 2005년 서울시 정무국장으로 당시는 서울시 내부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기다. 최 전 위원장은 “당시 서울시에 이명박 시장 말고는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한 것을 볼 때 파이시티 이 대표는 최 전 위원장을 통해 이명박 당시 시장을, 박 전 차관을 통해서는 실무라인을 움직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로비 시도를 시장과 실무라인 투트랙으로 나눠 진행했으며 용도변경과 건축심의를 모두 통과하해 결과적으로 ‘성공한 로비’를 만들어냈다.
MB대선자금까지 가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의 현재 신분은 피내사자다. 하지만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의 혐의 사실이 입증되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인허가 로비가 있었는지와 함께 로비자금이 누구에게 흘러갔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최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의 (사)용처 부분은 반드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전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받은 돈은 이명박 대선 후보의 선거조사 비용으로 썼다”고 밝혔다. 최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의 사용처 수사는 2007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대선자금과 연결돼 있다. 최 전 위원장은 2007~2008년 서울 양재동 복합유통단지 시행사인 파이시티 측에서 인허가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이르면 다음주 중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52)을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파이시티 이정배 전 대표가 브로커 이동율씨에게 돈을 주면서 최 전 위원장 외에 박 전 차관에게도 건네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전 차관 주변 인물에 대한 계좌추적도 벌이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표가 브로커 이씨에게 전달한 11억5000만원 가운데 수억원이 박 전 차관에게도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시기를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박 전 차관 조사는 불가피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의 수사가 마무리되면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 금품을 받은 정·관계 인사와 돈의 사용처 수사에 집중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파이시티 사업의 인허가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검찰과 경찰이 갖고 있던 기존 사건 수사기록을 확보한 뒤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중수부는 이날 파이시티 곽모 전 상무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곽씨가 파이시티 측이 인허가를 위해 정·관계에 금품을 전달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선데이저널>은 최근 10회에 걸쳐‘MB 족벌비리, 뿌리를 캔다’라는 제목으로 시리즈 기사를 보도했다. 시리즈 1회 제목은‘잇따른 측근비리, 몰락은 시작됐다’였다. 본지는 시리즈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과 주변측근들의 광범위한 비리 의혹을 제기했고, 보도는 온라인상에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시리즈가 막을 내린지 한 달 정도 지나자 1회 제목처럼, 실제로 MB측근들의 비리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다. MB의 멘토로 알려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검찰에 소환됐고,‘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역시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당했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최 전 위원장과 박 전 차관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본지가‘몰락은 시작됐다’고 보도했던대로 정권 초반부터 각종 구설에 휘말렸던 그들이 어떤 식으로든 검찰 수사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단지 그 단초가‘파이시티’인허가를 둘러싼 금품수수였을 뿐이다. 결국 그들의 비리 의혹은 족벌비리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역대 정권의 비리 의혹을 앞장서서 보도했던 본지는 현 정권 인사들의 비리 의혹이 어느 때보다도 짙게 풍겨져 나옴에도 불구하고 사정기관이 움직이지 않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 권력의 눈치를 보는 권력기관일수록, 권력의 힘이 떨어지면 제멋대로 날뛰기 마련이다. 대검찰청 중수부는 그동안 억눌려왔던 화력을 한 곳에 집중시키기라도 하듯, 대통령의 측근을 향해 칼끝을 겨누고 있다. MB족벌비리의 예견된 몰락을 되짚어봤다. 연 훈 (선데이저널 발행인)
<선데이저널>은 1월 5일자 ‘MB족벌비리, 뿌리를 캔다’ 시리즈 1회에서 가장 먼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상득 의원을 거론했다. 당시 최 전 위원장은 한국방송예술종합진흥원 김학인 이사장과 관련한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본지는 이 대통령과 최 전 위원장이 같은 포항 출신으로 ‘운명’을 같이하는 인물이었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당시 보도 내용의 일부분이다. 『 최 위원장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언론인(합동통신과 동아일보)으로, 그리고 여론조사 전문가(한국갤럽회장)로 활동했다. 이 기간 동안 이 대통령에게 ‘기업인’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는 데 조언할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해준 것이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갤럽 회장 시절을 회상하면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 말에 귀를 기울였다”면서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한국 선거에 여론조사 기법을 도입한 주인공이다. 이런 과정에서 자신도 모르게 선거판의 막후 실력자가 된 것이다. 최 위원장은 이 대통령이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뒤부터 줄곧 정치적 조언을 하면서 이 대통령의 정치적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출마도 그중 하나다. 최 위원장은 “정치적 기반을 다지기 위해서는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당시 이 대통령에게 국가 최고지도자의 꿈을 심어준 것이다. 2007년 5월 경선 국면에서 박근혜 의원은 한국갤럽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이명박 후보와 최 한국갤럽회장이 가깝다는 것을 의식한 지적이다. 그는 아예 사표를 내고 이명박 캠프(고문)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명박 캠프의 건너편에 있는 대하빌딩에 개인사무실을 냈다. ‘대하빌딩팀’의 실체는 대선이 끝난 뒤 세상에 알려졌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전략기획 및 여론분석과 선거대책이 곧 MB 대선전략이 됐다는 후문이다. 최 위원장의 탁월한 여론분석과 정세판단, 방향설정의 판단자료가 여기서 나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최 위원장은 MB정부 출범 후 줄곧 정권 실세라는 말이 뒤에 따라다녔다. 국정원장 1순위로 항상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권불십년’도 아닌 4년 만에 이 대통령, 이상득 의원 그리고 최 위원장의 신세는 그야말로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검찰 주변에서는 박배수 보좌관과 정용욱 씨에 대한 수사는 이제 시작일 것이라고 말한다.』 본지는 보도를 통해 이명박 정부의 몰락이 시작됐다면 그 단초는 최 전 위원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리고 측근에 대한 수사도 시작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 보도 불과 세달 후 최 전 위원장은 대검찰청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멘토와 왕차관 동시 몰락
MB정부 또 다른 실세 중 한 명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역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박 전 차관은 파이시티 이정배 대표로부터 인허가 관련 대가로 10억원 정도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박 전 차관 역시 본지에서 수차례 보도해왔던 인물이다. 본지는 박 전 차관과 연루된 KMDC 유전개발 의혹, 영포회 의혹을 보도했었다. 박 전 차관은 이것을 비롯해 여러 가지 의혹에 연루됐으나 그 때마다 교묘히 수사망을 피해갔었다. 하지만 파이시티 의혹은 이전 것들과는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 법조계 주변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검찰은 지난 25일 박 전 차관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고, 내주 중 검찰에 소환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파이시티 이정배 대표로부터 박 전 차장 쪽에서 부동산 구입 명목으로 돈이 필요하다고 요구해와 2008년 1월24일 한번에 10억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돈이 브로커 이종률씨의 계좌에 먼저 송금된 뒤 현금으로 인출돼 박 전 차장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인 날짜와 동기, 전달방법까지 나온 터여서, 검찰은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이정백 대표의 진술대로 2008년 1월 돈이 전달됐다면 박 전 차장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을 했을 때 돈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박 전 차장은 2007년 12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의 총괄팀장을 지냈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박 전 차장에게는 서울시 정무국장을 마친 뒤 돈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차장의 혐의 입증에 한껏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이 씨의 계좌에서 돈이 입출금된 2008년 1월을 전후해 박 전 차장과 가족 등의 돈거래와 부동산거래가 있었는지 등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 이 씨를 상대로는 박 전 차장에게 실제 돈을 줬는지와 경위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체포된 뒤 줄곧 입을 닫았던 이씨는 최근 일부 혐의 내용에 대해 진술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차관은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 출범 후에는 청와대 비서관으로 재직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래서 그에게는 ‘왕비서관’이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가 각종 인사를 좌지우지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그는 비서관 자리를 그만두고 야인으로 돌아갔다가 불과 몇 개월 만에 지식경제부 차관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당시 본지는 박영준 전 차관을 비롯해,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 장수만 방위사업청장 등 ‘왕차관’들이 4대강 사업을 포함해 예산을 좌지우지 한다고 지적했었다. 이처럼 정권 초반부터 깊숙한 곳에서 권력을 휘둘렀던 박 전 차관 역시 정권 말 검찰 수사의 예봉을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전락해버렸다.
맥쿼리도 또 다시 논란의 핵으로
본지는 족벌비리에 대해 보도하며 이상득 의원의 아들인 이지형 씨가 일했던 다국적 금융회사인 맥쿼리가 각종 국책사업에 연관되어 있어, 정부 차원에서 수많은 특혜를 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근 맥쿼리가 주요 주주로 참여한 서울시 지하철 9호선 요금이 논란을 빚으며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지난 23일 열린 서울시의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이정훈 서울시의원은 “이상득 의원 장남인 이지형씨는 2000년 3월 맥쿼리-IMM 이사로 취임한 후 이명박 시장이 당선된 직후인 2002년 9월 승진해 대표이사로 취임, 2009년 3월까지 재직했다”며 특혜의혹을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역시 현재 추진하는 청문회 리스트에 ‘맥쿼리 청문회’를 추가했다. 지하철 9호선 요금 기습 인상을 계기로 국내 곳곳의 사회기간시설 민영화에 깊이 뿌리내린 맥쿼리의 실체와 특혜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것이다. 본지는 ‘MB족벌비리 뿌리를 캔다 4탄‘을 통해 “MB일가들이 나라 재산 팔아넘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대표적 사례로 맥쿼리를 꼽았다. 본지는 맥쿼리가 우면산터널 특혜 의혹 등을 받고 있으며 한국맥쿼리에서 일했던 이지형 씨가 정권 말 뇌관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 씨는 서울시 지하철 9호선 요금 인상 논란과 함께 태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맥쿼리 뿐만 아니라 MB 고대 인맥의 핵심인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역시 CJ 이재현 회장과의 부적절한 술자리 논란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4·11총선이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끝나면서 겨우 한숨을 돌린 청와대는 ‘돌발변수’에 좌불안석이다. 민간인 사찰의 망령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메가톤급 악재가 다시 잇달아 터져나오며 청와대의 손발을 묶는 형국이다. 문제는 딱히 해법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4·11총선 국면을 뒤흔든 민간인 사찰 의혹 때처럼, 야권을 끌어들이기도 불가능한 구도다. 현정부 집권의 ‘좌청룡 우백호’가 앞서거니 뒷서거니 수난시대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진행해온 민생 행보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힘을 잃어버리고, 레임덕도 당초 예상보다 더 빨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 주변에서는 MB측근들의 잇따른 몰락은 이제 서막이 올랐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MB의 직계가족인 이상득 의원의 불법정치자금 수수에 대한 수사가 시작되고, 아들 시형 씨의 내곡동 사저 의혹 역시 본격적인 수사를 받게 되면 더 큰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BBK 실소유주 의혹은 힘이 떨어져 버린 MB 본인을 직접 겨냥할 수도 있다는 것은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