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의 ‘실패한 수신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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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한국최대의 재벌 삼성가의 집안싸움이 점입가경입니다. 이건희 회장은 상속권 소송을 낸 큰형 이맹희를 “수준이하의 자연인”이라 폄하하며 “상대가 안된다”고 공개망신을 줬습니다. 지난 4월 17일 출근길에서 만난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입니다.
1주일 후 수준이하라는 그의 형 이맹희가 반격에 나섰습니다. “건희가 어린애같은 발언을 하는 것을 듣고 몹시 당황했다. 삼성을 누가 끌고갈지 걱정이다.” 이맹희는 또 덧붙였습니다. “형제간에 불화만 가중시키고 늘 자기 욕심만 챙긴것은 건희다.”
그러자 이건희는 다시 이맹희를 “삼성집안의 누구도 그를 장손으로 인정치 않고, 가문에서 이미 퇴출된 사람”이라고 인신공격을 퍼부었습니다. “내 앞에서는 얼굴도 못드는 사람이 건희, 건희한다”고 큰형 맹희를 입으로 짓밟았습니다. 이맹희 이건희 형제의 막말 싸움 앞에선 나꼼수들도 두손 두발 다 들겠습니다. 국민을 완전 졸(卒)로 아는 재벌가 오너 형제의 오만방자가 하늘을 찌릅니다.
이렇게 해서 명백해졌습니다. 삼성의 선대회장 이병철은 수준 이하의 첫째아들 맹희를 낳았고, 형제간에 불화만 빚는 어린애같은 셋째 아들 건희를 뒀습니다.
삼성의 송사를 세상 사람들은 ‘1조원짜리 재산싸움’이라 부릅니다. 이건희의 큰형 이맹희와 둘째누이 이숙희가 제기한 상속재산 청구 규모가 1조원 정도 되는 모양이지요?
1조원이면 한달에 수백만원 받는 월급쟁이가 한푼도 쓰지 않고, 구석기시대부터 지금까지 모아야 만져볼까 말까한 돈입니다. 삼성의 집안 싸움은 누가 옳고 그른지, 누가 이기고 지는지를 떠나 송사 자체가 국민들한테는 입맛 떨어지는 재벌가의 몹쓸 신업(身業)입니다.
넘치도록 가진자들이 더 갖겠다고 맹자단청(盲者丹靑)식 골육상쟁을 벌이는 꼬락서니가 역겨워 도리질을 하는 국민이 많습니다.


육영재단 싸움에 살인사건까지


12월 대선을 앞둔 요즘 한국에서는 삼성의 집안싸움보다 덩치가 더 크고 사회적 국가적 파장이 더 엄청날 또다른 집안싸움 하나가 진행중에 있습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이 재산싸움의 규모는 최소 1~2조에서 최대 10조원까지 이른다고 하지요.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을 둘러싼 박정희가의 집안싸움입니다. 박정희 전대통령 유자녀 셋이 벌이는 이 싸움의 파장은 유력한 여권 대선주자인 박근혜의 정치적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강한 인화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재산싸움 성격이 강한 육영재단 사태가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정치권에서는 박근혜의 정치적 아킬레스건인 육영재단 분쟁의 숨겨진 내막을 캐내려는 야당과 나꼼수 등 좌파언론들이 박근령 쪽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나돌고 있습니다. 박근령은 박근혜의 유일한 여동생으로 육영재단 이사장 자리를 서로 뺏고 빼앗기며 지난 20년동안 언니와 갈등을 빚어 왔습니다. 박근혜는 남동생 박지만과 한패가 되고, 박근령은 남편 신동욱 전백석문화대 교수와 한패가 돼 거의 치킨게임 수준의 골육상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의 싸움은 지난 2월 신동욱이 박근혜와 박지만을 무고한 혐의로 구속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습니다. 박근혜 반대세력은 박근령이 이사장으로 있을 당시 육영재단 살림을 맡았던 신동욱이 육영재단과 관련한 박근혜의 비리정보를 다량 갖고 있을 것으로 보고 그와 다각적으로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정국에서 박근령ㆍ신동욱 부부는 박근혜를 괴롭힐 주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육영재단 싸움은 마치 한편의 미스터리 추리극 같은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습니다. 박근혜와 박근령이 이사장 자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여기에 남동생 박지만이 악역을 맡아 작은 누나를 100여명의 용역까지 동원하는 물리력으로 재단에서 몰아냅니다.
박근혜한테는 최태민이라는 정체가 야릇한 목사가 후견인으로 나서고 박근령한테는 지방대학 광고학과 야간부 출신이라는 14살 연하의 ‘괴짜교수’ 신동욱이 약혼자 행세와 남편 행세를 하며 자매간 싸움에 끼어 들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의문의 살인, 자살 사건까지 발생합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둘째 형인 박무희의 친손자로 박근혜한테는 5촌 조카가 되는 박용철과 박용수 4촌 형제가 지난해 9월 의문의 시체로 발견됐습니다. 두 사람중 박용철은 한때 박근혜 박지만 편에 서서 육영재단 일을 맡았던 인물입니다. 이 박용철이 느닷없이 변심해 박근령 신동욱 부부한테 접근했습니다. 그는 박지만이 신동욱을 죽이라면서 살인청부 비용까지 보내왔다고 폭로하고 나섰습니다. 신동욱은 이를 근거로 박지만을 살인교사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지요.
헌데 법정에 증인으로 나와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 줄 박용철이 돌연 사촌형에게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한 겁니다. 신동욱은 결국 무고죄로 올해 2월 징역 1년 6월형을 받고 구속 수감됐습니다. 신동욱은 박지만의 살인교사 혐의를 증언할 박용철이 재판을 앞두고 돌연 사촌인 박용수에게 피살된 배경에는 모종의 음모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박용수가 박용철을 죽이고 자신도 자살했다는 경찰의 수사 자체를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지요. 이에 대해서는 박근령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용철ㆍ용수 사촌지간에 칼부림이 날 정도의 이유가 없다. 좀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박근혜 대선가도에 신동욱 변수


내 집안 누이 중에 근영이 걱정을 하는 누이가 있습니다. 근영이의 경기여중고 스승입니다. “그애 팔자가 어쩌다 저렇게 꼬였는지…. 괜찮은 애였는데….”
박근령의 원래 이름은 근영입니다. 이후 서영으로 바꿨다가 다시 근령으로 개명했습니다. 잦은 개명이 굴곡진 그의 ‘팔자’를 상징하는듯 합니다. 스무살때 어머니가, 스물 다섯 살 때 아버지가 피살되는 충격을 겪었습니다. 전두환 정권 때인 82년 스물여덟살 때 풍산금속 류찬우 사장의 장남 류청과 결혼했지만 6개월 후 이혼합니다. 박근령의 모진 팔자 시리즈는 이렇게 계속됐지요.
박근령ㆍ류청 커플의 이혼사유가 아리송합니다. 류청이 미국지사로 발령이 났는데 박근령이 따라가지 않겠다고 버텨 이혼을 하게 됐다는 겁니다. 어떤 신문 인터뷰에서 박근령은 “언니(근혜)를 도와주며 함께 살아야 할 입장이어서 미국으로 가는 대신 이혼을 선택했다”고 털어 놨습니다. 회사 오너의 아들이라면 아내가 가지 않겠다는 미국지사 근무는 얼마든지 피할 수 있습니다. 헌데 류청은 신혼 6개월을 파탄내고 아내 박근령 곁을 떠났습니다. 이후 박근령은 언니 근혜와 함께 육영재단 경영을 맡으며 자매간 불화의 싹이 트기 시작했습니다.
차라리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 갔다면 그가 세 번이나 이름을 바꿔가며 기구한 팔자앞에 눈물짓는 일은 없었을지 모릅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는 평생을 따라다닐 아킬레스건인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 관련 의혹으로 한차례 곤욕을 치렀습니다. 이번 대선 경선과 본선에서도 또 한차례 호된 검증의식을 치러야 할 겁니다.
육영재단 문제는 4년전보다 인화성이 높아졌습니다. 친인척 두명이 죽고 제부는 구속까지 됐습니다. 남동생 박지만과 관련된 새로운 의혹들도 불거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본국의 한 주간지는 “박근령이 박근혜한테 적개심을 품고있는 인사들과 접촉하고 있다는 소문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야권과 나꼼수 등 좌파언론이 구속된 박근혜의 제부 신동욱과 접촉해 박근혜 비리정보를 상당히 입수했다는 소문도 정치권에 떠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친박계의 한 인사는 “박근령이 대선을 앞두고 여러면에서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자매간에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일을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는 박정희 가의 맏딸입니다. 대통령이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안의 맏이로서 ‘수신제가’부터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대한민국 근대화의 기틀을 다지고 항상 존경받는 전직대통령 랭킹 1위에 올라 있는 박정희의 유자녀 셋이, 부모가 돌아가신지 30년이 넘은 지금까지 재산문제로 국민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수치스럽고 대통령 부모를 욕보이는 일입니다.
박근혜는 정치를 하면서도 늘 소통부재와 폐쇄적인 리더십이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그는 자신이 반대한 결혼을 한 여동생 박근령과, ‘근본을 알 수 없는’ 백수건달 타입의 제부 신동욱에 대해 거의 편집증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대통령이 돼 ‘치국평천하’를 하겠다는 그의 ‘수신제가’가 그토록 어려운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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