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스님들이 음주 도박으로 밤을 세우고 있다. |
|
불교계는 이번사건을 수산스님 입적 후 백양사방장 · 주지후임문제로 빚어진 내부갈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승려들이 감투를 놓고 싸우면서 몰래카메라까지 동원하는 모습이 속세 뺨친다. 그러나 국민의 시선은 영상 속 도박판에 쏠릴 수밖에 없다.
승려들의 밤샘도박과 몰래카메라파장으로 석가탄신일을 앞둔 불교 조계종단에 파란이 일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의 총무부장과 기획실장 등 부 · 실장단 6명이 책임을 지고 지난 10일 일괄사표를 제출했다.
지난달 23일 전남 장성 백양사근처의 관광호텔에 백양사 문중스님 8명이 모였다. 이튿날 열리는 백양사 방장수산스님(3월 7일 입적)의 49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백양사측에서 마련해 준방에서 스님들은 밤새 내기포커를 했다. 1만원 권과 5만원 권이 오갔다. 일부 스님은 담배를 피웠고 술을 마셨다고 한다.
시정잡배들보다 못한 땡중들
이 장면은 고스란히 몰래카메라에 녹화됐다. 누군가 방에다 미리카메라를 설치해 놓은 것이다. 결국 도박장면이 문제가 됐고 문제의 동영상을 제보 받은 백양사 주지스님과 친분이 있는 성호스님은 “수억 원에 이르는 판돈을 걸고 포커도박판을 벌였다”며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성호스님은 동영상입수경위에 대해 “누가 불당 앞에 USB를 놓고 갔길래 봤더니 도박현장을 찍은 동영상이 담겨있었다”고 주장했다.
성호스님은 9일 조계사 주지 겸 중앙종회의원인 토진스님과 조계사 부주지 의연스님 등 8명이 지난달 23~24일 전남의 한 특급호텔에서 불법도박을 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성호스님은 고발장을 통해 “토진스님과 성명불상의 스님들이 호텔스위트룸에서 밤을 세워가며 수억 원에 달하는 판돈을 걸고 소위 포카 도박을 했다”며 “선량한 풍속과 사회질서 등을 위반했으므로 철저히 수사해 엄벌에 처해 달라”고 밝혔다.
문제가 불거지자 조계사 주지였던 토진스님은 5일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 했다. 종단관계자는 “백양사 문중에 행사가 있을 때 스님들이 모이면 간혹 심심풀이 차원의 내기포커를 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누군가 정치적의도로 상대편을 제거하고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조사를 지켜보면 알겠지만 고발장에 적힌 ‘억대 도박판’은 사실과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종단관계자들이 지적하는 사건의 발단은 백양사의 주지선임문제다. 백양사의 최고어른인 방장수산스님은 지난 3월입적하기 몇 주 전에 후임주지를 지명하는 유시를 남겼다. 그런데 현주지는 “방장스님이 병환이 깊어 말도 못하고 사람을 알아보기도 어렵다. 어떻게 유시를 남길 수 있느냐.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 했다. 반대편에 선 방장스님이 직접유시에 도장을 찍는 사진까지 공개하며 유시의 적법성을 주장했다.
결국 백양사에선 현주지 지지그룹과 방장스님이 지명한 후임주지 지지그룹 사이에 갈등이 불거졌다. 현주지는 문중원로회의를 개최해 새 방장까지 선임했으나 절차가 적법하지 않아 결국 무산됐다.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갔다. 조계종 기획실장 정만 스님은 “방장스님의 49재도 마치지 않았는데 문중 내 갈등을 빚는 모습이 보기에 좋지 않았다. 그래서 49재 이후에 다시 백양사 주지 선임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그 와중에 이번사건이 터졌다”고 설명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