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와 ‘앉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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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이번에는 현역 육군대위가 ‘가카새끼’를 입에 담았습니다. 트위터에서 그는 ‘가카, 이 새끼’라고 군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을 욕했습니다. 이모대위(28)는 상관 모욕죄로 군검찰에 기소돼 6월부터 재판을 받습니다.
서기호 전 판사는 한달후 금배지를 달 희망에 부풀어 있습니다. 대통령을 가카새끼라고 모욕한 공로(?)로 좌파진영에서 ‘개념판사’로 띄워진 서기호는 법복을 벗은후 종북녀 이정희에 의해 19대 국회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4번으로 영입됐습니다. 의원직을 꿰차기에는 어림도 없는 후순위였지만 행운이 찾아왔지요. 바로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부정 파문입니다. 서기호는 비례대표 1번인 윤금순이 예정대로 사퇴하고 7번인 조윤숙이 신당권파에 의해 제명되면, 한달후쯤 금배지를 달게 됩니다.
대통령을 가카새끼라고 욕하고 그 덕에 국회의원이 되는 억세게 재수좋은 위인입니다. 서기호는 지난해 업무평가에서 최하위 2%안에 들어 판사 재임용에서 탈락됐지만 트위터에 띄운 ‘가카새끼’ 네글자가 마치 네잎 클로버처럼 행운의 인생역전을 안겨 줬습니다.
가카새끼는 어느새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낮춰 부르는 유행어가 됐습니다.
개도 소도 대통령을 가카새끼라 부르며 희죽거립니다. 다음 18대 대통령도 마찬가지일겁니다. 보수쪽 대통령이 나오면 진보쪽에서, 진보쪽 대통령이 나오면 보수쪽에서 새 대통령을 조롱하고 비하하며 가카새끼라고 부르겠지요.
여자 대통령이 나오면 안된 얘기지만 ‘가카년’이 될 겁니다. 그런 욕설이나 듣는 대통령을 하겠다고 어림잡아 열다섯명이 넘는 내노라하는 여야 거물급 정치인들이 지금 12월 대선을 향해 진군 나팔을 불고 있습니다.


박근혜 진영의 콧노래


대통령 ‘선거’의 반대말은 ‘앉은거’라고 합니다. 인터넷에 나도는 선거 조크지요. ‘선거’가 될지 ‘앉은거’가 될지 모르지만, 폭풍노도의 시대, 대한민국호를 이끌 배의 조타수를 뽑는 18대 대선은 이제 여섯달 앞으로 다가 왔습니다.
‘선거’가 아닌 ‘앉은거’를 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새누리당 후보 박근혜입니다. 그는 당대표와 원내대표등 당의 요직을 친박일색으로 채웠습니다. 비박 반박 월박등 별난 박들이 여기저기서 딴지를 걸고 나서지만 친박의 철옹성을 움쩍도 안합니다. 당내 박근혜의 안티들과 많은 국민들은 새누리당 대선 후보도 야당처럼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경선)로 뽑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런 주장엔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시대착오적인 추대 형식의 후보선출을 박근혜는 바라고 있는거지요.
리얼미터라는 여론조사 기관이 매일 실시하는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박근혜는 50%대를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5~6% 오차 범위내에서 안철수 교수가 뒤를 쫓고 있습니다.
요즘 통합진보당의 난장판 싸움과 종북 주사파에 대한 국민의 혐오와 경계 등 정치상황도, 박근혜한테는 꽃놀이패입니다. 진보당의 이정희 전대표와 종북 주사파의 행동대장격인 이석기 당선자가 박근혜의 선거대책본부장이라는 우스개 소리까지 나돕니다. 진보당 사태가 박근혜의 집권 가능성을 더욱 높여 놨다는 분석입니다.
박근혜의 최대 라이벌인 안철수도 주춤거리고 있습니다. 40%가 넘는 지지도는 유지하고 있지만, 그의 불출마를 바라는 여론도 높아져 지금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50%를 넘어섰습니다. 안철수는 요즘도 출마여부를 빨리 결단하라는 요구에 “내가 선택하는게 아니라, 내게 주어지는 것이다”라는 선문답만 하고 있습니다. “내게 주어지는 것이다”라는 말은 민주당과 진보당이 자기를 꽃가마에 태워 야권 단일후보로 모셔가라는 뜻으로 들립니다. 야당이 그런 식으로 꽃가마를 태울리도 없지만, 그렇게 후보가 돼서는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혹독한 검증과정에서 드러나는 한두 가지의 약점이나 자질시비로도 그는 허망하게 무너질 수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안철수를 괴롭힐 엄청난 검증자료를 확보해 놓고 있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안철수가 출마선언을 미루고 있는 이유중엔 바로 이 ‘검증 공포’가 도사리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아마도 맞는 얘기일겁니다.


박근혜도 안철수도 검증 공포증


새누리당 박근혜에 대한 검증은 이미 당안팎에서 시작됐습니다. 밖에서는 민주당의 저격수 박지원 원내 대표가 나서 연일 공세를 펴고 있지요. 박지원은 오직 박근혜한테만 화력을 집중해 검증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아마도 견뎌내기 힘들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치 않습니다.
반면에 당내에서는 대선 라이벌인 친이계의 인파이터 이재오와 정문준, 김문수 등의 공세가 거셉니다. 이들은 박근혜의 독선적인 당운영 행태를 비판하면서 완전 국민 경선으로 대선후보를 선출하자고 한 목소리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엊그제 이재오는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습니다. ‘깜이 엄마’라는 사람의 말을 전하는 식으로 박근혜의 독선과 아집을 원색적으로 비판했습니다.
“…그 무슨 경선인가, 하는거야 안하는거야. OOOO 때는 눈치라도 보고 따라가드만, 요새는 눈치도 안보고 무조건이야. 하는 꼴이 한심해….”
오픈 프라이머리를 거부하고 있는 박근혜를 꼬집은 것인데, OOOO이 바로 ‘유신정권’ 네글자 같다면서 박근혜에 대한 공격이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 나왔습니다.
박근혜는 어떤 형태의 경선을 해도 이깁니다. 경선카드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패배 우려때문이 아니라 경선 혼탁, 거기서 쏟아져 나올 각종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두려움 때문입니다. 경선과정에서 터져 나올 각종 ‘박근혜 벗기기’ 의혹들은 야당 단일후보와 팽팽한 대결을 벌이게 될 박근혜의 본선 경쟁력을 약화시켜 선거에 불리할 것으로 친박진영은 주장하고 있습니다.
검증과정에서 나올 박근혜의 약점들은 대충 알려진 것들입니다. 정수장학회와 육영재단, 최태민 목사, 여동생은 박근령과 제부인 신동욱 문제, 남동생인 박지만과 관련된 여러 의혹등입니다.
이들 의혹은 야당후보와 겨루는 대선 본선에서 어차피 야당쪽에서 들고나올 소재들입니다. 박근혜로서는 새누리당 후보 경선과정에서 이 문제들을 1차적으로 한번 스크린하는게 선거전략상 오히려 유리할 수 있습니다. 당내 경선에서 이들 문제가 한차례 걸러지면, 본선에서 야당이 다시 들고 나왔을 때 충격도와 파괴력은 훨씬 떨어질겁니다.
박근혜의 대선 행보는 전형적인 ‘부자 몸조심’ 스타일입니다. 결정적인 실수만 안하면 대선에서 반드시 이긴다는 자신감에 차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의 대선 행보엔 재미도 감동도 열정도 없습니다.
민주당은 요즘 당대표를 뽑는 전국 순회 경선으로 ‘흥행 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선두가 엎치락 뒤치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민주당은 대선후보 경선도 이런식으로 할겁니다. 아마도 문재인과 김두관이 맞붙겠지요. 누가 이길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경선에서 이기는 사람의 정치적 위상은 지금보다 엄청 커질겁니다. 여기에 안철수가 끼어들어 야권 단일후보 경선 플레이 오프라도 치르면, 박근혜한테는 위협적인 후보가 탄생하게 됩니다. ‘선거’가 아니라 ‘앉은거’를 하는듯한 박근혜의 ‘부자 몸조심식’ 대선행보는, 과거 두차례나 ‘대세론의 독배’에 취해 다 이긴 선거에서 스스로 무너진 이회창의 전철을 다시 밟게 될지도 모릅니다.


<2012년 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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