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쿨당’과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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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지난 4.11총선때 여당인 새누리당의 승리를 예상한 거의 유일한 정치학자는 명지대 정치학과의 신율교수입니다. 이름있는 정치학자, 여론조사 및 선거 전문가들이 제1야당인 민주당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신율교수만 나홀로 새누리당의 승리를 점쳤습니다. 그가 예상한 지역구 의석수도 새누리당 122~126석, 민주당 108~110석으로 실제 결과와 엇비슷했습니다.
신율교수의 영험스런(?) 족집게 선거전망이 다시한번 맞아 떨어진다면 대한민국의 차기 대통령은 안철수는 아닙니다. 민주당 후보인 문재인과 새누리당 후보인 박근혜가 최종 결승전에서 만나 ‘아마도’ 박근혜가 이길 것으로 신교수는 점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지난 1일 자사의 선거보도 자문위원과 여론조사 전문가, 정치학자 및 평론가 25명을 상대로 18대 대선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25명중 76%인 19명이 “안철수는 이번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변했습니다. “출마하지 않을것”이라고 한 전문가는 4명에 그쳤고, 2명은 “예측하기 어렵다”고 대답했습니다.
신율교수는 안철수가 출마는 하겠지만 대통령이 되는건 어렵다고 봤습니다. 그는 “야권후보중 지지율이 가장 높은 안철수가 8개월만에 지지율 1위자리를 박근혜에게 뺏긴 것은 결국 바람이 빠지고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안교수의 대안을 찾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일보의 조사에 응한 전문가 25명중 19명이 안철수의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면서도 단지 5명만이 야권후보의 승리를 예상합니다. 안철수가 단일후보로 나서도 박근혜를 이길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는거지요. 이들은 그 근거로 ‘박근혜 대세론’과 진보당 부정경선이 미치는 악영향 등을 꼽았습니다. 진보당의 종북주사파들이 보수 꼴통이라 혐오해 마지않는 박근혜의 청와대 가는길에 역설적이게도 레드 카펫을 깔아주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총선때는 나꼼수의 김용민이 박근혜의 치어리더가 되더니 이번 대선에선 통진당의 주사파들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도우미 노릇을 하는 아이러니가 연출되고 있습니다.


안철수의 넝쿨당은 민주당


요즘 KBS 2TV의 주말드라마 ‘넝쿨당’(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시청율이 40%를 넘보는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고아이면서 능력을 갖춘 남자는 찾던 차윤희(김남주)는 입양아 출신에다 미국 존스합킨스 의대출슨이고 미남인 외과의사 테리 강(유준상)을 만나 결혼합니다. 헌데 ‘넝쿨째 굴러온 당신’인줄 믿었던 테리 강이, 실은 자신들이 세든 집주인 부부가 잃어버린 아들 방귀남이라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대식구가 모여사는 시댁을 코앞에 마주보며 사는 주인공 차윤희가 겪는 소동이 이 가족 드라마의 줄거리로 엮어집니다.
‘넝쿨당’이란 말이 시중의 유행어가 되면서 여러 의미로 패러디가 되고 있다지요. 그중의 하나가 ‘안철수와 넝쿨당’입니다. 예비 대통령감으로써 안철수의 최대 약점은 그가 소속당이 없다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역사상 소속 정당이 없는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사례가 없지요. 안철수 개인의 호감도나 지지도가 아무리 높아도 무당파 무소속으로 대선에 나서면 견고한 지지층에다 조직과 자금력을 갖춘 거대 정당의 후보를 이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만들어낸 우스개 소리가 ‘넝쿨당수 안철수론’입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여당의 박근혜와 싸워 이길 대항마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지요. 문재인과 김두관, 손학규가 각개 약진을 하고 있지만 세사람의 지지율을 모두 합해도 박근혜의 절반도 안됩니다. 민주당내의 선두주자인 문재인은 “안철수와 손잡으면 이길수 있다”는 말만 맹무새처럼 되뇌입니다. 당내엔 무력감과 패배감이 팽배해 있지요. 안철수는 외곽에서 뜸을 들이며 지리멸렬해 있는 민주당이 넝쿨째 자기한테 굴러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민주당 선두주자의 지지율이 박근혜와 비슷할 정도로 오르지 않으면 민주당은 결국 안철수한테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 될 것이라는게 ‘넝쿨당수 안철수론’의 핵심입니다.
안철수에게 민주당은 결코 ‘넝쿨당’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물론 만만치 않습니다. 한국일보의 조사에서 권혁주 서울대 교수는 “이미 때를 놓쳤고, 안철수의 신선함도 거의 소진됐다”고 안교수의 불출마를 예상합니다.
박한규 경희대 교수도 “안교수가 다른 야권후보를 지원할 수 있겠지만 자신이 직접 나올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봅니다. 안철수가 ‘넝쿨당’ 후보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전문가들이 최근 2~3주 사이 급격히 늘었습니다.


한겨례는 안철수 버렸나?


한겨레신문 성한용 선임기자는 지난 5월 29일자 신문에 <안철수 대통령은 없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썼습니다. 도발적인 제목의 이 칼럼에서 베테랑 정치부 기자인 성한용은 안철수의 대통령 후보 자신사퇴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미디어 오늘’과 ‘오마이 뉴스’ 같은 좌파 인터넷 매체들이 한겨레와 성한용기자 공격에 나섰고, 일부 진보 지식인들도 가세해 좌파진영내의 안철수 갈등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안철수의 골수지지자들도 ‘부글부글’입니다.
성기자는 안철수가 대통령을 하면 안되는 이유 몇가지를 축약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은 정당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인만 할 수 있는 자리”라며, “단 하루도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해본일이 없고, 공적 분야의 업무를 처리한 경험이 전혀 없는 안철수는 대통령을 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성한용은 “안철수가 접촉하는 인물들을 보면 사람을 보는 안목이 부족한것 같다. 사고가 역사학자나 철학자를 닮았다. 그래서 위험하다”라고 인격모독성 주장까지 폈습니다. 그러면서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세력의 재집권을 원하지 않는다면 대선후보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겠다. 요행을 바라면 안된다”고, ‘넝쿨당의 행운’을 바라는 안철수의 꿈에 쐐기를 박아버렸습니다.
성한용의 안철수 비토는 야권지형에서 나온 비판가운데 가장 노골적이고 도발적인 직설입니다. 진보좌파 매체의 맞형격인 한겨레가 썼다는 점에서, 안철수 진영이 받은 충격과 배신감은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 칼럼에 미소를 지은 쪽은 아마도 민주당이겠지요. 안철수의 아리까리한 처신에 대한 민주당내의 불만과 반감은 턱끝까지 차 있던게 사실입니다. 이런 판에 한겨레가 안철수의 자존심과 아킬레스건을 사정없이 건드렸으니 민주당은 후련했겠지요.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철수 대통령은 없다>라는 칼럼이 말하고자 하는 지향점은 실은, ‘안철수 불가론’은 아닐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역사를 거스르는 세력의 집권’ 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그리고 이젠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절박함에서 던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외침이, ‘안철수는 물러나라’는 반어적인 메시지로 표출된 것으로 유추해 볼 수도 있습니다.
출마를 해라 안해라를 떠나, 안철수와 야권에 대선승리를 위한 목적론적인 결단을 촉구하는 글일수도 있습니다. 박근혜를 지칭하는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는 세력’의 재집권 만큼은 기필코 막자는 외침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이지요. 한겨레같은 매체한테 사실 박근혜의 집권은 거의 ‘재앙’입니다.
지난 6월 2일 발표된 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박근혜와 안철수의 지지도가 오랜만에 두자리 수로 벌어졌습니다. 박 47%, 안 37%입니다. 다자대결에서는 박근혜 39%, 안철수 23%, 문재인 9%입니다. 안철수가 문재인 표까지 끌오모아 ‘넝쿨당’ 단일 후보로 나서도, 박근혜한테 39대 32로 진다는 계산입니다.
탈북자들한테 (수령님을 배신한) 변절자 새끼들이라고 욕설을 퍼부어대는 대한민국 19대 국회의원 임수경같은 천둥벌거숭이 종북파들도 박근혜 대통령 만들려고 안달입니다. 만약 박근혜가 12월 대선에서 이긴다면 보꼴(보수 꼴통) 보다는 좌빨(좌파 빨갱이)한테 그 공이 돌아가야 할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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