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버럭 해찬’ 안철수 대세론 흔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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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이해찬 민주당 대표한테 언론이 붙여준 별명은 ‘버럭 해찬’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상대가 누구든, 수틀리면 버럭 화부터 내고 막말을 퍼부어 대는 그의 모질고 거친 성정을 빗대 붙인 별명입니다.
독설과 폭언만으로 성이 안차면 그는 폭력도 씁니다. 물 컵을 집어 던지고, 귀싸대기를 올려 붙입니다. 지난 95년 이해찬은 서울시 정무 부시장을 할 때, 자기 형의 부동산 등기서류를 잘못 작성했다는 이유로 송파구청 직원의 뺨을 때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다른 공무원은 “실수를 한 직원이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하는데도 이 부시장은 서류를 집어 던지고 욕설을 퍼부으며 여러차례 손찌검을 했다”고 <월간조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의 지역구인 관악구청의 공무원들에게 ‘버럭 해찬’은 한때 ‘싸가지 해찬’으로 불렸습니다.어느날 사소한 의견충돌 끝에 그는 전직 관악 구청장한테 물 접을 집어 던지는 패악을 부렸습니다. 이 전직 구청장은 “그 당시 일은 기억하고 싶지도 않고 말도 하기 싫다. 인간의 기본이 안된 사람”이라고, 언론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이해찬은 재야시절 중앙일간지 기자의 뺨을 때린 적도 있습니다. 기사가 마음에 안든다는 이유였지요. 2003년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서 그는 당당히 기자의 뺨을 때린 자신의 ‘폭력 전과’를 시인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아마도 ‘안티’가 가장 많은 정치인이 이해찬일 겁니다. 그런 사람이 6선 국회의원에다 장관과 총리까지 지내고 지금은 제1야당의 대표가 돼 대선정국을 호령하고 있습니다. ‘이해찬 패러독스’입니다.


이해찬의 사각턱 관상


시인 고은이 쓴 연작시 ‘만인보’에는 이해찬의 날카로운 사각턱이 이렇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 모진 턱이야 적막하지만, 그 머리는 빠른 팽이라..”
‘적막한 턱’이 특징인 이해찬의 관상은 독특합니다. 언뜻 보기엔 매섭고 사나운 얼굴이지만 사람의 얼굴을 10개 한자로 압축시켜 관상을 보는 방법인 ‘십자면도’의 이론에 따르면 그의 관상은 전자(田字)에 해당하는 얼굴이라고 하지요. 동양학자이며 불교민속학자인 조용헌 씨의 주장입니다.
조용헌에 따르면 이해찬은 이른바 전자맹금(田字猛禽)의 관상입니다. 그의 눈은 매섭습니다. 바로 맹금류의 눈이지요. 맹금류는 지상의 쥐나 토끼를 낚아채 잡아먹는 매나 독수리같은 날짐승입니다. 공중에서 빙빙 돌다가 먹잇감을 발견하면 급강하해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로 사냥감을 낚아채지요.
‘친노의 좌장’격인 이해찬은 지난 4년동안 현실정치에서 멀리 떨어져 폐족(廢族)의 울분을 삭히며 지냈습니다. 17대 대선과 18대 총선에서 참패하고 주군인 노무현 전 대통령마저 자살로 생을 마감하자 친노 세력이 설 땅은 없었습니다.
헌데 ‘폐족’ 4년 만에 이들이 다시 부활의 날개 짓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친노 바람을 일으키며 단숨에 제1야당의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그리고 6개월 앞으로 다가온 18대 대선에서 기어코 정권을 되찾아 주군의 한을 풀고 폐족의 설움을 씻겠다고 앙앙불락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 이해찬이 있지요. ‘십자맹금’의 관상대로 이해찬은 높은 하늘에 한 마리 매처럼 떠 있다가 ‘대선’이라는 엄청 큰 먹잇감을 찾아냈습니다.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을 곧추세우고 이 먹잇감 사냥에 나섰습니다.
당대표 경선에 다수 당원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무릅쓰고, 그가 뛰어든 까닭입니다. 고은 시인의 표현대로 “턱은 적막하지만 머리회전은 팽이처럼 빠른” 이해찬의 ‘대선 사냥’이 과연 성공을 거둘지 지켜볼 일입니다.


박근혜의 긴장 속 미소


지난달 말 이해찬은 민주당 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패악 무도한 정권을 끝내겠다”는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패악무도’라는 표현은 한국 정치판에서는 거의 쓰지 않는 단어입니다. 북한이 이명박 대통령을 공격할 때 상투적으로 쓰는 ‘역적패당’이라는 말과 어감이나 뜻이 비슷합니다. 이해찬의 4년만의 등장이 어쩌면 대선정국의 ‘재앙’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보여준 초강성의 대여투쟁 선언입니다.
이해찬은 야권의 대통령 후보를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선택할지를 갈무리할 절대적인 권한과 수단을 거머쥐고 있습니다. 그의 스타일로 봐 단순한 ‘대선 관리형’ 대표에 머물것 같지는 않습니다. 문재인, 손학규, 김두관 등 당내주자들은 물론 당 밖의 안철수도 ‘버럭 해찬’의 눈치를 살피고 심기를 헤아려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민주당에서 꽃가마를 보내오길 기대했던 안철수의 바램도 일단 헛꿈이 됐습니다.
여권 후보로 사실상 결정된 박근혜 진영 역시 긴장하고 있습니다. 이해찬 쪽은 아마도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일찍이 없던 무자비한 검증과 네거티브 공세로 박근혜를 물고 늘어질 겁니다. 문재인, 김두관, 손학규를 합한 지지도가 박근혜의 지지도보다 낮은 상황에서, 타고난 맹금류 스타일의 싸움꾼인 이해찬이 쓸 수 있는 카드는 그것밖에 없습니다.
이해찬은 문재인을 후보로 점지해 놓고 있습니다. 같은 범 친노파인 김두관한테는 ‘차차기’를 미끼로 양보를 받아 낼 심산인 것 같습니다. 물론 표의 확장성이 문재인보다 비교 우위에 있다는 김두관의 지지율이 문을 크게 앞지를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이해찬은 런던 올림픽이 끝난 9월경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하고, 11월 경 안철수와 야권후보 단일화를 매듭지으려는 복안인 것 같습니다. 후보 선출을 가급적 미루려는 데는 문재인에 대한 검증기간을 가급적 단축시켜, 대통령 감으로 아직 확실한 자기만의 색깔과 이미지를 구축해 놓지 못하고 있는 그를 정치 공학적으로 좀 더 연단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는 것 같습니다.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이나 김두관 두 사람 중 한사람이 승리해 안철수와 야권후보 단일화 경선을 치를 경우 의외의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습니다. 조직 기반이 전혀 없는 안철수가 오픈 프라이머리에서 민주당 친노 세력과 호남 세력의 조직표 동원으로 패배하는 경우입니다. 그렇게 되면 안철수 지지표의 이탈로 박근혜가 더욱 유리해 질 수도 있습니다. 이해찬 세력은 민주당 경선 승리자와 안철수의 지지도가 6대 4정도로 열세이더라도 되도록 안철수 대신 자기당 후보를 내세워 100% 민주당 정권을 만들어 내려는 유혹에 빠질 겁니다.
민주당은 지난번 통합 뒤 안철수 없이도 지지율에서 새누리당을 앞선 전력이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자체 동력만으로 안철수를 누르고 박근혜 마저 누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손학규, 김두관 쪽 인사들입니다. 안철수에 대한 높은 지지율은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 때문이지 결코 난공불락의 철옹성은 아니라는 주장이 점점 민주당 안에서 힘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버럭 해찬’의 등장은 누구보다 안철수의 대선가도에 비상등을 켜놓은 꼴이 됐습니다. 박근혜 진영은 긴장 속에서도 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이해찬의 강성정치와 친북색깔이 중도층의 이탈로 이어져 박근혜의 집권가도에 파란불을 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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