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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0년 평양에서의 남북정상회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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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초 김용순 비서를 미국에 특사로 보내 ‘남과 북이 싸움 안하기로 했다’고 말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미군이 계속 남아서 남과 북이 전쟁을 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 했댔습니다. 김 대통령께서는 ‘통일이 되어도 미군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제 생각과도 일치합니다.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는 것이 남조선 정부로서는 여러 가지 부담이 많겠으나 결국 극복해야 할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임동원씨는 (김정일이) 미국 측에 전한 말은 “미군의 지위와 역할을 변경하여 북한에 적대적인 군대 가 아니라 평화유지군 같은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였다고 회고록에 썼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정상적인 국가관을 가진 이라면 주한미군의 무력화를 요구한 김정일의 말을 듣고 화를 내든지 이렇게 말하였어야 했다.

“그런 평화유지군은 1개 대대로 족한데, 1개 대대로 어떻게 남북한 사이 전쟁을 막습니까? 미국 정부가 미쳤다고 그런 제안을 받습니까? 주한미군은 6·25 남침과 같은 재도발을 막기 위하여 존재 하는 것이고, 이 문제는 남북간에 논의할 성질이 아니고 한미간에 결정할 문제니까 더 이상 이야기 하지 맙시다.” 최근 나온 ‘김대중 회고록’에 따르면 그는 김정일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동의한다.
“지난번 김 위원장을 만나고 온 임동원 특사로부터 김 위원장의 주한미군에 대한 견해를 전해 듣고 저는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민족문제에 그처럼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계실 줄 몰랐습니다. 그렇습니다. 미군이 있음으로써 세력균형을 유지하게 되면 우리 민족에게도 안정을 보장할 수 있게 됩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주한미군에 대한 견해’, 즉 한미동맹 해체를 겨냥한, 적장의 주한 미군 중립화-무력화 제안에 감동하여 ‘탁월한 식견’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김대중 회고록’은 그러나 임동원 회고록과는 달리 김정일이 이 자리에서 ‘북한에 적대적인 군대가 아니라 평화 유지군 같은 역할’을 한다는 조건을 붙여서 미군 주둔에 동의하였다는 대목이 빠져 있다. ‘김대중 회고록’만 읽어보면 김정일이 현재의 주한미군이 통일 후까지 있어도 좋다고 한 것처럼 이해된다.
김대중, 김정일은 주한미군을 중립화, 무력화시키는 데 합의해놓고 서로 추켜 주면서 좋아하고 있다. 김대중은 이로써, 동맹군에게 알리지도 않고 적전에서 동맹군을 무력화시키는 합의를 적장과 몰래 한 아군의 사령관이 된 것이다. 주한미군 무력화 합의는, 대한민국의 생명줄인 한미동맹을 사실상 해체하자는 것이다. 국군통수권자를 겸하고 있는 대통령에 의한 이보다 더한 이적행위는 인류 역사상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과 만나고 온 직후 6·25전쟁 50주년 기념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주한미군에 대해서는 태도를 분명히 했습니다.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완전한 평화체제가 이루어질 때까지는 물론이고 통일된 후에도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것을 북측에 설명했습니다. 주한미군의 필요성에 대한 저의 설명에 북측도 상당한 이해를 보였다는 것을 저는 여러분에게 보고하면서 이것이 이번 평양방문의 큰 성과중 하나라고 말씀드립니다. 만일 한국과 일본에 있는 10만의 미군이 철수한다면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와 태평양의 안전과 세력균형에 커다란 차질을 가져올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 하기를 바란다는 것을 저는 여러분에게 이 자리를 빌려 천명하고 싶습니다.”
김대중, 밀약을 숨기다
김대중씨는 이 연설에서 김정일이 이해를 보인 주한미군은 현재의 주한미군이 아니라 북한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버린 중립군(또는 평화유지군)이란 사실을 생략하였다. 그럼으로써 국민들로 하여금 김정일이 지금의 주한미군이 통일 후에도 계속 주둔해도 좋다고 한 것처럼 이해하도록 오도하였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김정일과 만나고 온 후 국내외 언론과 인터뷰할 때마다 김정일이 주한미군 의 계속 주둔에 동의했다고 선전하면서 이를 최대 성과로 꼽았다.
2002년 선거 때 노무현 후보는 ‘미국과 북한이 싸우면 우리는 말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고(이 발언에 화가 난 정몽준 의원이 지지를 철회하였다고 한다), 대통령이 된 뒤엔 동북아 균형자론을 들고 나오더니 드디어 한미동맹 해체의 제1단계로 갈 가능성이 있는 한미연합사 해체 작업을 강행하였다.
그것도 북한정권이 핵실험을 한 직후에. 김정일-김대중의, ‘주한미군 중립화 (=무력화) 에 의한 한미동맹의 실질적인 해체 합의’는 노무현 정부에 계승된 것이다. 6·15 선언 2항은 김대중식 연합제안과 김정일의 연방제안을 절충한 통일방안에 합의한 것이다. 김대중식 연합제안은 북한 연방제안에서 나온 것이므로 이 합의는 사실상 연방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봐야 한다. 연방제안은 주한미군 철수용이다.
연방제를 수용했다는 것 자체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동맹 해체에 합의하였다는 이야기가 된다. 즉 김대중, 김정일은 ‘주한미군 무력화’ 밀약을 실천적 약속으로 만들기 위하여 6·15 선언 2항이 필요하였던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명백하게 헌법을 위반한 6·15 선언의 폐기를 선언하지 못하였다. 한미연합사 해체 합의도 취소시키지 못하였다. 남북한 좌익들은 ‘6·15 선언 실천’을 ‘미군철수와 적화통일’의 동의어 로 쓰고 있다. 김정일과 김대중이 합작하여 대한민국을 함정으로 빠뜨린 게 ‘6·15 선언’인데 이의 폐기를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정당이 없다. 그런 점에서 김정일-김대중 밀약은 한국에서 대를 이어 실천되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