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박근혜 대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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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월 대통령 선거의 최대 유력주자인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안팎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그의 당내 경쟁자들은 물론이고 야당의 공세에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재오 전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도지사,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 등 이른바 비박 주자들은 연일 박 전 위원장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공격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내외부의 지적에 대해서 박 전 위원장이 꿈쩍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현재 경선 룰 개정에 대한 박 전 위원장의 입장은 상당히 강경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사석에서‘대통령 안 돼도 된다. 끝까지 원칙대로 밀고 나갈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는 소문도 들린다. 특히 친이계가 지난 2007년 경선 과정에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룰을 고쳐놓고 질만 하니까 또 다시 개정을 요구하는 후안무치한 태도에 대해 상당히 격앙돼 있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현재는 당내에서 절제된 공격들이 이어지는 모양새지만 박 전 위원장이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에는 야당의 한층 거센 공격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문제들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의 측근들은‘문제없다’는 듯한 태도로 박 전 위원장을 감싸고 있다. 이런 태도는 박 전 위원장의‘필패’를 불러올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새누리당 비박 대선주자들이 연일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리며 ‘흔들기’에 나섰다. 이번엔 박 전 위원장의 성별과 독신까지 문제 삼는 양상이다. 경선방식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비방전’으로 확전되는 양상이다.
대선도전을 선언한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18일 “분단 현실을 체험하지 않고 국방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리더십을 갖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언급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클럽 초청 회견에서 ‘정치발전을 위한 여성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질문에서 나왔다. 그는 “나라가 통일돼 평화로워진 후라면 몰라도 아직은 시기가 이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분단국가이고 지금 북한은 호전적인 젊은 지도자가 통치하고 있는데 우리 현실에서는 아직 국방을 책임지는 리더십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또 “흔히 여성적 리더십이라는 부드러움과 섬세함의 리더십은 내가 말한 인간적 리더십, 사람 향기가 나는 리더십에 포함돼 있으며 어성만이 가진 리더십을 말하는 것은 이르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이같은 언급은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비박들의 공격













 ▲ 이재오 의원
전날 또 다른 비박주자인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독신’문제를 도마에 올렸다. 17일 기자간담회에서 “결혼을 안 한 것은 위선 같다”고 말한 것. 김 지사는 최근 대구 동화사 등 사찰에서 민생투어를 하던 경험을 소개하며 “제 어릴 때 꿈은 공공을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었지만 결혼을 안 하는 것은 위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저는 혼자 살면서 스님이나 수사님들처럼 금욕적 삶의 윤리를 못 지킬 것 같아 내면의 정직함을 위해 결혼했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독신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같은 발언내용이 알려지자 친박계가 발끈하고 나섰다. 친박계인 윤상현 의원은 “이 의원과 김 지사의 발언은 박 전 위원장뿐만 아니라 여성과 독신자 전체에 대한 모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분단의 고통과 국가안보에 대한 고뇌를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보다 더 처절하게 부둥켜안고 이겨온 정치인이 또 누가 있는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 의원과 김 지사는 ‘박근혜 흔들기’의 미망에서 헤어나서 사나이답게 당당하게 말해달라”고 요구했다.
조원진 새누리당 전략기획위원장도 “당내 대권 후보의 발언이 인신공격적이고 반사회적”이라며 “이명박 정부에서 권력 휘두른 사람의 발언으로 옳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정몽준 의원도 당내 소통 문제를 지적하며 “70년대 ‘향수’가 당에 엄습하고 있다”며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향해 공세를 펼쳤다. 정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한 사람의 권력욕심이 중도보수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당 지도부가 한 사람만 쳐다보고 있으니 당연하고 그다음도 뻔하다”고 지적했다.



안하무인식 대응


이런 당내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박 전 위원장은 오히려 적반하장이란 태도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 주변에서는 여전히 박 전 위원장의 일방적 태도에 대해 우려와 함께 질타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양보와 타협 없이 오만하다’ ‘소통이 안 된다’는 말은 점잖은 축에 속한다.
소장파의 한 핵심 관계자는 이에 대해 “독재자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 양보라는 것은 절대 모르는 모양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자신감이 넘쳐 항상 참모들을 주눅 들게 하고 그들의 말을 잘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합리적인 성향도 강했다. 자신이 간과했던 것이나 모르는 부분은 과감히 참모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적어도 청와대 들어가기 전까지는 상당히 열린 리더십을 보여주었다. 이 대통령이 참석한 캠프 회의는 항상 난상토론으로 흘렀고 때론 이 대통령이 참모들을 말리기까지 했다. 그런 이 대통령도 청와대라는 권부에 들어가면서 고집불통으로 바뀌어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박근혜 전 위원장을 한번 생각해보라. 지금도 이런데 만약 청와대에 들어간다면 누가 그 앞에서 숨이라도 제대로 쉴 수 있겠느냐. 그게 지금 21세기에 적합한 리더십이란 말인가. 권력 분점과 열린 리더십은 세계적 추세다. 내가 볼 때 이번 경선 룰 개정도 큰 틀에서 절대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친박계는 박 전 위원장이 경선룰과 관련해 “원칙을 지켜야 한다”라고 발언한 이후 전부 입을 닫고 있다. 감히 누구도 나서서 정면으로 이 문제를 거론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원로그룹인 7인회 멤버들은 이 문제를 박 전 위원장의 향후 대선행보 전략과 연관 지어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박계 한 인사는 이에 대해 “이번에 박 전 위원장이 비박주자들 주장에 밀려 양보를 할 경우 다음에 또 어떤 무리한 요구를 할지 모른다고 본다. 박 전 위원장 지지율이 떨어지기라도 한다면 후보교체도 요구할 사람들이다. 그들은 진정으로 박 전 위원장의 당선을 바라는 세력들이 아니다. 어떻게 해서든 쥐고 흔들어서 흠집을 내는 데만 목적이 있다.
그렇게 자신들의 존재감을 확인해 놓아야만 대선 이후에도 여당 내 야당으로서 그 정치적 활로를 모색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략적인 문제 때문이라도 경선 룰 개정은 비박주자들의 뜻대로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게 우리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현재 갈등조정 불능상태에 있다. 집권을 바라보는 여당이 당내 현안에 대해서도 이렇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꽉 막혀 있는데 박 전 위원장이 향후 집권을 하게 된다면 더 큰 국정혼란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많다. 더구나 지난 4·11 총선에서 젊은층과 중도층의 저조한 지지에 대해 말들이 많았는데 이렇게 고집불통 지도자라는 이미지가 더해질 경우 외연 확대에 큰 장애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전 위원장이 경선룰 개정 정국에서 강경 일변도로 치닫는 배경에는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생긴 근거 없는 자신감과 오만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새누리당의 한 소장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친박계 전략가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이미 표계산이 끝난 것처럼 얘기한다. 집권여당의 말기 총선임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 보여준 충성도 높은 표심이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고 말하더라. 집토끼만 잘 지켜도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야권의 현재 대선후보 경쟁 과정을 보면 그리 드라마틱한 장면이 안 나올 가능성이 크다. 싱겁게 대선이 끝날 수도 있다는 얘기 아니냐. 이런 판단 때문에 현재의 경선 룰 개정도 최대한 협상하는 모양새도 갖춘 뒤 타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박 전 위원장은 현재 독보적 1등이다. 선두주자가 괜히 위험한 무리수를 던질 필요가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이번 경선 룰 개정이 결국 파국을 맞는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보고 있다. 박근혜 전 위원장의 고집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일단 한번 정한 원칙은 절대 바꾸지 않는’ 스타일상 경선 룰 개정이 비박주자들의 소원대로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이에 대해 “친박계가 비박주자들의 공세에 부담을 느껴 일단 협상에 임하고 있다.
하지만 양측 모두 극적인 타협은 힘들 것으로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양쪽 다 시간을 끌면서 명분을 최대한 쌓은 다음 각자의 길로 갈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주자들은 탈당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점점 접점 없는 심각한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사실 박 전 위원장의 경선 룰에 대한 집착이 꼭 틀렸다고도 볼 수 없다. 야권에서 모바일투표를 전격 도입하면서 오픈프라이머리 정신을 살리려고 했지만 오히려 조직적인 참여로 민심이 당심에 왜곡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현재 새누리당의 경선규칙인 당심과 민심의 채택 비율을 50 대 50으로 가져가는 게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더구나 오픈프라이머리를 도입한다고 해도 비박주자들의 ‘종편 시청률에 가까운’ 지지율 때문에 일반 국민들의 참여가 극히 저조할 것이고 결국 당원 대의원들과 그들이 끌어 모은 ‘위장 국민’들이 오픈프라이머리의 정신을 왜곡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일반 국민들에게 박 전 위원장의 현행 룰 고수는 힘 있는 대권주자의 오만함으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는 사이 당심은 “이대로 가면 진다”는 우려 속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다. 모두 박근혜 전 위원장의 입만 보고 있는 형국이다.
영락없는 10년 전 이회창의 닮은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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