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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춘훈(언론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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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올림픽이 반환점을 돌아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한국은 대회초반 세 개 종목에서 오심논란에 휩싸이며 기대했던 메달을 많이 놓쳤습니다. 하지만 곧 메달을 많이 찾으며 금메달 10개-종합성적 10위의 ‘10-10 목표’를 일찌감치 달성했습니다. 런던에서 쏟아진 금은 대부분이 금메달과는 인연이 없을법한 번외(番外) 후보 선수들이 따낸 것이어서, TV를 보는 감동과 재미를 더해줬습니다. 사격의 진종오, 양궁의 기보배, 체조의 양학선 등 4~5명을 제외하고는 금메달리스트 거의가 메달권 밖의 ‘별볼일 없는’ 선수들이었지요. 펜싱 김지연, 사격 김장미, 유도 송대남은 ‘무명 3총사’로 떴습니다. 금메달은 따 놓은 당상이라던 선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줄줄이 고배를 마시고, 8강이나 4강 정도를 기대했던 선수들은 보란듯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원형이정(元亨利貞) 새옹지마(塞翁之馬)의 세상이치를 새삼 다시 깨닫게 됐습니다. 국민의 관심이 온통 런던 올림픽에 쏠리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는 12월 대선 레이스의 예선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재미도 감동도 조바심도 없고, 국민의 관심도 역대 최악입니다. 한국 ‘대선 올림픽’의 확실한 금메달 후보는 박근혜와 안철수였습니다. 헌데 런던 올림픽을 닮아가는지 박근혜 안철수의 금메달 레이스에 빨간 불이 켜졌습니다. 안철수는 “메시아인가, 사기꾼인가”하는 ‘검증의 덫’에 걸려 허우적대고 있습니다. 박근혜는 ‘4.11 총선 공천 뇌물의혹’이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 단번에 ‘박근혜 대세론’을 날려 버렸습니다. 안철수·박근혜 두사람 다 금메달은 커녕 결승전 링위에 오를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박근혜·안철수 대신 4강전이나 8강전 후보선수인 손학규나 김문수 등이 12월 본선 레이스에 오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조심스런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안철수, 메시아인가 사기꾼인가
지난 월요일(8월 6일)자 동아일보엔 김순덕 논설위원의 칼럼 ‘손학규의 저녁과 강남스타일’이 실렸습니다. 민주당 대선후보 손학규의 막판 역전우승 가능성을 예상한 칼럼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손학규가 뜬다. 고 김근태 의원 지지모임인 민주평화국민연대의 투표에서 뜻밖에 1등을 하면서 ‘문재인 대세론’을 잡아먹을 기세다. 이대로라면 문재인이 대선경선에서 과반득표를 못하고 손학규가 결선투표에서 뒤집기에 성공할 가능성도 커졌다.” 손학규가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되면 안철수의 야권 단일후보 꿈은 ‘개꿈’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재인과는 달리 손학규는 안철수와의 연대에 소극적이지요. 12월 대선의 야권후보는 당연히 제1야당인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 돼야 한다는 의지가 강합니다. 손학규가 민주당 후보가 되면 안철수는 대선 출마를 포기하든지, 아니면 제3당 후보로 나서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당선 가능성이 의문시되는 제3후보로 나서는 문제는 지는 것과 실패하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가 유별나다는 안철수로서는 결단하기가 간단치 않은 문제입니다. 2~3주전에 출간한 책 ‘안철수의 생각’과 TV예능프로 ’힐링캠프‘ 출연 덕분에 안철수는 거의 반년만에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박근혜를 따라 잡았습니다. 매일 지지도 조사를 하는 리얼미터의 서베이에서 박근혜는 대략 47% 지지로, 42% 내외인 안철수를 4~5%정도의 격차로 줄곧 리드해 왔습니다. 헌데 지지난주엔 이것이 안철수 47%, 박근혜 42% 정도로 역전 됐지요. 그러나 이같은 안철수의 우세는 ’10일 천하‘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책출간과 방송출연을 안철수의 사실상의 대선출마 선언으로 간주한 정치권 일부와 보수언론, 특히 보수 색깔의 인터넷 매체들이 전방위 검증공세에 나서면서 안철수는 단번에 “사기꾼 아니면 메시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물론 데일리안, 독립신문, 빅뉴스, 뉴데일리 등 이들 보수 인터넷 매체들은 ‘안철수=사기꾼’에 방점을 찍고, 그의 과거 언행과 행적을 추적해 까발리고 있습니다. 재벌 개혁론자인 안철수는 대형 경제사법에 대해서는 사형 등 중형으로 다스리고 사면복권도 해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입니다. 헌데 그는 2003년 1조 5,000억원의 엄청난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회장을 선처해 달라는 재계의 구명운동에 동참했습니다. 자신이 설립한 무선보안관련 IT기업에 최태원이 30%의 지분을 출자한데 대한 ‘답례’차원이라는 폭로까지 나왔습니다. 안철수는 또 2000년 9월 SK 최대원의 주도로 설립된 재벌 2·3세와 벤처기업인들의 모임인 ‘브이 소사이어티’에 2억원의 출자금을 내고 가입한 사실도 드러났지요. 브이 소사어이티는 일부 재벌 2·3세들이 모여 강남 유흥가를 누비고, 에로영화를 단체로 관람하는 등 한국 천민자본주의의 치부를 드러내 보인 고약하고 수상쩍은 모임입니다. 안철수는 이들과 함께 1,000억원의 자본금으로 인터넷 은행 ‘브이 뱅크’를 설립하려한 사실도 이번 검증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입만 열면 재벌개혁, 금산분리, 재벌비리 엄단을 외치는 안철수의 ‘클린 이미지’와는 걸맞지 않은 수치스런 전력입니다. 아직은 검증이 ‘맛보기’ 단계인 이 몇가지 폭로만으로 안철수의 지지도는 7~8%나 빠져, 선두 자리를 다시 박근혜에게 내줬습니다. 무균, 무결점의 ‘성인(聖人) 마케팅’으로 뜬 그의 ‘쌩얼 민낯’이 드러나면서 안철수는 의외로 간단히 무너질 수도 있다는 분석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박근혜‘1인 쇼’로 자멸하나
안철수보다 더 급해진 사람은 새누리당의 박근혜입니다. 새누리당 안에서는 요즘 ‘박근혜 대세론’ 대신 ‘불가론’을 얘기하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박근혜의 참모 중에서도 “변신하지 않으면 청와대 입성은 어렵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이가 늘어나고 있다지요. 심지어 공동선대위원장인 김종인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 “박 후보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한다. 본인이 변해야 한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바꿀 수없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는 여론조사상 30%를 넘는 독보적 지위를 오랫동안 누려왔다. 그러는 동안 방심, 방만해 졌고, 때에 따라서는 버릇이 나빠졌고 오만해 졌다. 당도 자기 뜻대로, 선거도 자기 작전대로 했다. 박근혜 1인 쇼다. 이대로는 대통령이 되기 어렵고 돼서는 안된다. 대오각성, 심기일전, 일대 변혁의 각오를 국민 앞에 선언해야 한다.” 위의 글은 보수논객인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이 지난 월요일에 쓴 칼럼의 일부 내용입니다. 제목도 ‘런던 올림픽과 박근혜’입니다. 축구종가 영국이 칼을 갈고 덤비는 한국한테 당했듯이 박근혜가 지금같이 1인 쇼를 계속하면 야권후보한테 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입니다. 박근혜 캠프는 지금 ‘4.11 총선 공천 뇌물의혹’으로 거의 패닉상태에 빠졌습니다. ‘박의 남자’로 박이 공천심사위에 파견한 현지환 전 의원이, ‘박의 여자’인 현영희 현 의원으로부터 받았다는게 이번 사건의 골짜입니다. 내부 고발자인 현영희의 운전기사를 제외한 사건 관련자들은 모두 혐의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고발내용이 상세하고 구체적인데다 검찰이 상당한 증거자료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이 사건은 박근혜의 대권 꿈을 삼킬 수도 있는 최대 악재로 떠올랐습니다. 더구나 박근혜의 불통-오만-1인 전횡의 리더쉽이 계속되는 한, 이와 유사한 대형악재는 앞으로 친박 진영 내부에서 계속 터져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박근혜 캠프에선 “살얼음 위를 걷는 분위기다. 워낙 주변에 폭탄이 많아 걱정”이라는 탄식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이번 일에 대처하는 박근혜의 리더쉽, 책임의식, 조직운영 능력도 낙제점입니다. 무감각, 무소신, 무책임의 극치입니다. 유사한 사건이 한두건만 더 터지면 박근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후보사퇴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당내에 지지도가 엇비슷한 경쟁후보가 한명만 있었더라도 그는 이미 후보 자리에서 퇴출됐을 겁니다. 이번 공천뇌물 사건은 그만큼 엄중합니다. 스스로 ‘멘붕’ 상태에 빠졌다고 고백하는 12월 대선의 ‘확실한 금메달감’ 박근혜를 바라보는 국민들이 지금 ‘멘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