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취재>박지원과 검찰, 사활건 3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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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비리 사건으로 장군 멍군을 주고받았던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검찰 간의 힘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가 일부 저축은행으로부터 돈을 받은 의혹에 대해 수사했고, 최근 그를 소환조사했으나 아직까지 기소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저축은행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박 원내대표에게 당했다는 것이 법조계 주변의 시각이다. 체포영장 청구를 통해 박 원내대표를 압박하던 검찰이 갑작스런 박 원내대표의 자진출석으로 영장을 스스로 철회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박 원내대표가 검찰 측 피고인이 수감되어 있는 구치소 교도관과 접촉해 수사정보를 미리 빼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박 원내대표를 향한 검찰의 수사는 이것이 끝이 아니다. 검찰은 최근 전남 한 중소조선업체의 납품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는데, <선데이저널>의 취재결과 박 원내대표가 이번 수사선상에 올라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검찰은 아직까지 박 원내대표가 연루되어 있다는 것에 대해 부인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중앙지검 특수부에 배당했다는 것으로 미뤄보면 단순 납품비리사건이 아니라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래서 이번 수사는 사실상 검찰과 박 원내대표의 간 3라운드 성격이 강하다. 또 다시 이어지는 검찰과 박 원내대표 간 승자는 누가될까.
                                                                                         <리차드 윤 취재부기자>



검찰이 전남지역 한 중소 조선업체가 회사 공금을 빼돌려 기상청 고위간부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8일 목포 소재 조선업체 고려조선과 이 회사 대표 전모씨와 친인척이 운영하는 고려중공업 등 관계사 3~4곳을 전날 압수수색해 회계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기상청 본청 해양기상과 사무실, 기상청 전 고위간부 자택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고려조선 경영진이 선박을 납품하면서 받은 돈 중 일부를 빼돌려 로비자금으로 전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고려조선이 지난 2009년 기상청과 119억원에 계약해 국내 최초 해양기상관측선 ‘기상1호’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로비가 이뤄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려조선이 관측선을 제때 납품하지 못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할 상황에 놓이자 당시 기상청장 J씨 등 고위간부들에게 금품 로비를 벌인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의 수상쩍은 편의제공


애초 고려조선은 2010년 가을까지 관측선을 납품하도록 계약했으나 기일을 맞추지 못해 16억 6천만원의 지체상금을 내야 할 상황이었다. 기상청은 고려조선이 이를 내지 않자 고려조선측에 지급해야 할 16억9천만원 상당의 잔금과 상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기상청이 정상 절차를 밟아 이를 처리했는지 의심하고 있다. 지체상금은 일정 계산법에 따라 부과하게 돼 있고, 면제를 해주더라도 심사요건이 있는데 기상청 간부가 로비를 받고 편의를 봐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고려조선이 정상적인 납품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기상청이 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유지한 배경을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이미 계좌추적을 통해 기상청 일부 고위간부에게 금품이 전달된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아울러 고려조선이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선급금을 원래 목적의 용처에 사용했는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고려조선은 37억원 상당의 선급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매출 200억원대의 고려조선은 2007년 600억원을 투자해 전남 진도에 조선소를 지으려다 2008년 금융위기로 조선업계 경기가 악화돼 자금 압박을 받은 끝에 지난해 9월 부도가 났고 지난 1월부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 수사는 여러 가지 점에서 박지원 원내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 전남 목포의 중소 조선소 수사에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나섰고, 이곳이 박 원내대표의 지역구라는 점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박 원내대표를 소환했던 특수 3부 심재돈 부장검사가 이번 인사에서 특수 2부장으로 자리를 옮겨 그를 계속 수사하고 있다는 점도 이런 주장에 무게를 더한다.
당시 특수 3부는 박 원내대표가 임 전 대표와 오문철(59ㆍ구속기소) 전 보해저축은행 대표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보해저축은행 수사를 하면서 박 원내대표에게 한 방 먹은 심 부장검사가 자리를 옮겨서도 다시 한 번 그에게 칼을 겨누고 있다는 것이다. 심 부장검사는 검찰 내에서도 대표적인 강골검사로 통한다.
그래서 이번 수사에서만큼은 검찰이 박 원내대표를 압박할만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교도관 내통 의혹


검찰과 박 원내대표 간 싸움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에는 박 원내대표의 교도관 접촉 의혹이 불거지며 검찰과 박 원내대표는 다시 한 번 얼굴을 붉혔다. 박 원내대표에게 불법자금을 주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과 보해저축은행 오문철 전 대표를 관리·감독하는 업무를 맡은 교도관이 임 회장과 오 전 대표로부터 얻은 수사기밀을 박 원내대표 측에 누설한 혐의로 감찰을 받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것.
법무부와 검찰에 따르면 서울구치소 보안과 소속인 한모 교도관이 이같은 일을 했으며, 한 교도관은 감찰 조사에서 혐의를 일부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감찰 조사를 마치는 대로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이첩해 한 교도관을 사법처리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임 회장과 오 전 대표는 박 원내대표에게 각각 5000만원과 3000만원을 주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한 교도관은 검찰 조사를 받고 구치소로 돌아온 두 사람에게 검찰이 어떤 내용을 수사하고 있는지, 어떻게 진술했는지 등을 물었고, 두 사람이 답한 내용을 박 원내대표 측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내대표 측은 ‘한 교도관과는 2003년 대북송금 사건으로 수감됐을 때 구치소에서 알게 된 사이지만 출소 이후에는 연락한 적이 없고, 수사 기밀을 빼냈다는 것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자 검찰은 ‘말도 되지 않는 일’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일각에선 한 교도관과 박 원내대표의 ‘관계’를 끝까지 밝혀내야 하며, 만일 박 원내대표 측 관계자가 한 교도관에게 수사기밀을 빼내 달라고 요구했다면 그 역시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검찰은 소환요구에 불응하던 박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돌연 검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으면서 ‘이런 건 왜 안 묻느냐’는 식으로 나왔을 때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가졌다고 한다.
당시 검찰은 박 원내대표가 솔로몬 임 회장과 보해 오 전 대표로부터 8000만원을 받은 혐의만 조사하려 했는데, 박 원내대표는 ‘(보해저축은행 브로커인) 김성래씨 건은 왜 묻지 않느냐’며 수사팀에 역공을 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이후 ‘어디선가 수사 기밀이 새고 있다’는 의심을 갖고 내사(內査)를 한 끝에 한 교도관에 대한 감찰을 법무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은 14일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구치소 교도관으로부터 저축은행 비리 관련 수사 상황을 전달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해당 구치소를 찾아가 현장 조사를 벌였다. 권성동 의원 등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로 구성된 `박지원-교도관 내통 의혹 진상조사단’은 이날 오전 서울구치소를 방문, 구치소장과 보안과장, 총무과장을 만난 자리에서 해당 교도관이 감찰 조사를 받는 이유 등 의혹의 진위를 캐물었다.




진상조사단이 해당 교도관을 직접 면담하려던 계획은 그가 면담을 거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권성동 의원은 “보안과장 얘기에 의하면 문제의 교도관이 저축은행 비리로 구속기소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검찰 조사를 받으러 가는 길에 수차례 `어디로 조사받으러 가느냐’고 물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이 교도관은 재소자 담당이 아니고 고충처리 담당이기 때문에 굳이 조사받으러 가는 사람에게 물어볼 입장이나 지위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물어본 것 자체가 문제”라고 덧붙였다.
진상조사단은 구치소에 임석 회장의 검찰 출석기록과 해당 교도관의 임 회장 면담 기록 등 자료를 요청했으며, 자료를 받는 대로 향후 대응방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권 의원은 “해당 교도관이 `(박 원내대표에게) 연락한 적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며 “내부 감찰은 피조사자의 자발적인 협조가 없으면 진실을 밝히기 어려운 데다 이번 사안이 공무상 기밀누설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커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박지원 잇단 정보전


박 원내대표와 검찰이 벌인 ‘정보전(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검찰을 관할하는 국회 법사위 소속인 박 원내대표는 지난 2009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때 천 후보자가 스폰서와 함께 외국에 함께 골프를 치러 나간 사실, 천 후보자와 스폰서가 면세점에서 명품을 쇼핑한 사실 등을 폭로해 천 후보자를 낙마시켰다. 이 같은 정보는 법적으로 유출이 금지된 개인정보여서, 박 원내대표가 정보를 어떻게 얻었는지를 놓고 의혹이 일었다.
검찰은 관세청 9급 공무원이던 김모(36)씨가 이 정보를 빼냈다는 사실을 확인해 관세청에 통보했고, 관세청은 자체조사결과 김씨가 박 원내대표 보좌진의 부탁을 받고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면서 김 씨를 파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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