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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춘훈(언론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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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문화일보의 인터넷 판을 뒤적이다가 따끈따끈한 프랑스빵(French bread)처럼 구어져 나온 인터넷 유머 한 조각을 발견했습니다. 좀 남사스럽기는 해도 혼자 웃기에는 아까워 원문 그대로를 소개합니다. <….남녀 한 쌍이 들어있는 채팅방에‘사오정’이 입장했다. 사오정이 (그들에게) 저녁 인사를 입력했다. 다다다다다닥….분위기가 이상하게 썰렁했다. “어? 저녁인사 안받아주셔? 님들…””꺼져, 임마! XXXXX”사오정은 남녀에게 쌍욕을 먹으며 강퇴(강제퇴장)을 당했다. 이유는? ‘오타’였다. “저년, 먹었어요?”> 이 유머에 던져진 두 개의 제시어는 ‘년’과 ‘오타’입니다. 지난주 한국정가를 뜨겁게 달군 민주당 최고위원 이종걸의 막말파문이 있었지요. 민주당내 ‘최저 최고위원’이라는 이종걸은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새누리당의 박근혜 대선후보를 ‘그년’이라 지칭했습니다. 여론이 들끓고, 특히 세상의 절반인 여성계가 들고 일어나자 이종걸은 ‘그년’은 ‘그녀의’ 오타였다고 몇 번씩 말을 바꿔가며 변명했습니다. 인터넷 익살꾼 하나가 바로 이 ‘년’과 ‘오타’ 소동을 축약 패러디한 유머가 바로 최신판 ‘사오정’ 시리즈인 “저년 먹었어요”입니다.
‘대통령 년’나오나
미국의 신문방송에서는 F자 들어가는 욕이 절대 금기어입니다. 한국에서 F자급에 해당하는 욕중 가장 포퓰러한 것이 바로 ‘년’입니다. ‘년’은 겉 뜻만으로는 ‘놈’과 비슷한 강도의 비속어이지만 속뜻이나 어감엔 짙은 성차별과 여성비하의식이 숨어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방송은 물론 정통 종이매체인 신문들도 ‘그년’은 ‘그 X’로 대부분 표기했지요. 헌데 4.11총선에서 민주당후보로 나선 나꼼수의 저질패널 김용민이 막말 파동을 일으키면서 ‘그X’‘씨 X’‘X 같아’‘각하XX”같은 숨은 욕설들이 하나둘씩 정명(正名)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년’과 ‘새끼’ 정도의 가벼운(?) 비속어는 X나 XX대신 ‘과감히’ 정명으로 대체된 신문기사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제1야당의 최고위원이 집권당의 여성대통령 후보를 ‘그년’이라 부르는 사태까지 빚어 졌습니다.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엔 무수한 경상도 욕이 등장합니다. 욕의 속성상 성적인 육담욕설도 많이 나오지요. 헌데 여성을 묘사한 욕설, 특히 성적인 욕설은 거의 없습니다. 육두문자 쌍욕은 거의 ‘남성용’입니다. 조선시대의 우리 선조들은 적어도 오늘 우리들처럼 사회적 약자인 여성들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농짓거리나 욕설은 하지 않고 살았다는 애기가 아닐까요? 몇달 후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통령 년’을 만나게 될지도 모릅니다. 국민 열명 중 여섯 명은 박근혜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진보당의 기라성같은 막말꾼 중의 누군가가 대통령 ‘님’을 ‘년’으로 부르거나 아니면 나꼼수의 망나니들이 먼저 ‘대통령 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쓴 후 ‘특허’출원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주말 민노총의 ‘종북 불한당’들이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개최한 ‘8.15 노동자 통일 골든벨’ 퀴즈행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원수 놈’, 유력한 차기 권력인 박근혜 후보가 ‘돈받아 처먹은 년’으로 불렸습니다. 전교조 광주지부 소속으로 중학교 선생이라는 40대의 사회자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에겐 예를 갖춰 존칭을 붙이고, 대한민국의 지도자들에게는 막말 쌍욕을 퍼부어 댔습니다. 이 빨갱이 교사가 출제한 퀴즈문제는 이런 식이었지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당시 나이에다 대한민국 국민의 원수 이명박과 공천 뒷돈 받아 처먹은 년의 나이를 모두 더하면 몇 살일까요?”
모든 게 이명박 때문?
참여정부 말기, 세상은 대통령을 향한 저주의 굿판 속에 어지럽게 굴러 갔습니다. “모든 게 노무현 때문”이라는 식의 자폐적·자조적 사회병리현상이 장장 1년여 계속됐습니다. 그 몹쓸(?) 대통령이 물러나 낙향까지 했는데도 ’노무현 때문 신드롬’은 계속됐습니다. 요즘은 “모든 게 이명박 때문”이라지요. 엊그제 (8월14일)동아일보 이동영 사회부장이 쓴 칼럼 제목이 바로 ‘모든 게 이병박 때문?’입니다. “……독도 세러머니 때문에 동메달을 박탈당할 위기에 몰린 축구선수 박종우. 그리고 녹조(현상). 이 둘의 공통점은 뭘까. 추가 힌트. 한국의 산삼 채취량이 감소한 것과 전두환의 잦은 나들이. 그래도 정답 찾기가 쉽지 않다면 요즘 세태를 잘 모르는 편이다. 정답은 ‘이명박 때문에 발생한 일’ 이란다.” 나도 요즘 세태엔 젬병인 모양입니다. 축구선수 박종우와 녹조현상이 이명박 때문이라는 애기는 어림짐작하겠는데, 전두환의 나들이 버릇과 한국의 산삼생산량 감소가 어째서 이명박 탓인지는 깜깜입니다. 인터넷에 이병박 때문이 처음 나온 건 놀랍게도 이 정부 출범 초기인 2008년 9월 어느 날입니다. 그때 자살한 탤런트 안재환의 죽음이 이명박 때문이란 어떤 네티즌의 글을 읽었습니다. <……이명박이 미국 광우병 소를 들여와 촛불시위가 벌어졌다. 안재환의 아내인 개그우먼 정선희가 자신의 라디오 프로에서촛불시위를 비판하다 말썽이 나 DJ자리에서 짤렸다. 그래서 생활이 어려워져, 남편의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고, 결국 안재환은 자살했다. 안재환은 고로 이명박이 죽인 셈이다…….>
‘정치 사오정’ 이해찬
MB가 모처럼 대박을 쳤습니다. 그는 지난 8월10일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독도를 방문하고 국토수호 의지를 다졌습니다. MB가 임기 중에 이런 ‘착한 일’을 하리라고는개인적으로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수십년만에 찾아 온 무더위와 열대야, 그리고 민생경제의 어려움에 지치고 힘들어 하던 국민들에게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한줄기 소나기 같은 청량감을 안겨 줬습니다. 야당과 좌파언론, 일부 시민단체들이 대통령의 독도 행을 비판하고 의미를 깎아 내렸지만 국민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MB의 독도방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응답은 66.8%로, 열명 중 일곱 명은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야당은 그 동안 군 위안부나 강제 징용자 문제, 독도문제 등에 있어 MB가 너무 저자세 외교를 취한다고 비판해 왔습니다. 최근 한일 정보보호 협정이 무산된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그들은 MB의 대일본 유화자세를 저자세 외교라며 정치 공격의 소재로 삼아 왔습니다. 모처럼 대통령이 독도방문으로 고자세(?) 외교 한번 펼쳐보려고 하는데 또 다시 딴지를 걸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대표인 이해찬은 14일 국회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통령의 독도방문은 “아주 나쁜 통치행위”라고 비난 했습니다. 이렇게 막 나가다가는 일본 왕의 사과를 요구한 MB에게 “천황폐하에 대한 예가 아니다”라며 앙앙불락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녁 먹었어요?”를 “저년 먹었어요?”라 말하고 나서도 잘했다고 낄낄거리는 이해찬 같은 ‘정치 사오정’들이 나라를 망치고 국익을 해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