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출마냐 철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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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 (언론인)

지난 주 영화 <피에타>로 베니스 영화제의 최고 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김기덕 감독은 노무현 추종세력을 이르는 소위 ‘노빠 부대’의 맏형격인 인물입니다. 중학교 졸업의 학력에다 영화공부를 체계적으로 한번도 한적이 없다는 김기덕이 세계3대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100년사를 다시 쓸 대상을 수상한 것은, 상고출신의 변두리 정치인 노무현이 빵빵한 학벌과 스펙을 자랑하는 경쟁자들을 제치고 대통령 자리에 오른 것에 비견되는 깜짝 사건입니다.

김기덕은 시상식 다음 날 한국의 지인들에게 수상소감을 곁들인 온라인 인사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자신의 수상을 축하해준 유명 인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감사의 뜻을 전했지요. 헌데 그 다음 애기가 속절없이 삼천포로 빠져 세인의 입방아에 올랐습니다.
“…진심이 가득 담긴 감동적인 긴 편지를 보내주신 문재인님의 편지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건강한 수평사회를 위해 같이 노력하자는 말씀과, 연말에 아리랑을 부르고 싶다는 말씀은 가슴 뭉클합니다. 모든 분들이 훌륭하시지만 개인적으로 문재인님이, 고름이 가득 찬 이 시대를 가장 덜 아프게 치료하실 분이 아닐까 생각하며, 저는 문재인의 국민이 되어 대한민국에 살고 싶습니다…”

김기덕이 물과 곤돌라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문재인에 대한 사랑을 절절히 읊은 이 편지를 컴퓨터에 올린 것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을 위한 충남 ․ 대전 당 대회가 열린 바로 그 날입니다. ‘김기덕 효과’ 덕인지 이날 문재인은 뜻밖의 대승을 거둬 총 누적 득표 50%를 넘어 섰습니다. 김기덕은 <피에타> 수상소감을 문재인 지지선언으로 대신한 셈입니다. 고름이 가득 찬 이 시대를 치료해 줄 사람은 문재인 뿐이며, 그가 대통령이 되는 대한민국에 살고 싶다는 낯간지러운 ‘문비어천가’도 읊었습니다.

문재인 진영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환호작약이지만, 반 문재인 세력은 떫은 감 씹은듯한 표정입니다.
정치색 강한 좌파감독인 김기덕이 이번에 드러낸 ‘노빠 본색’은 영화 <피에타>가 얻은 위대한 성취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됐습니다.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면 김기덕은 문화부장관 1순위”라는 식의 조롱 섞인 댓글이 인터넷에 뜨고 있습니다.


문재인 약진에 안철수‘멘붕’


안철수 진영에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민주당의 대선경선에서 문재인이 파죽의 11연승을 거두자 안철수 쪽이 드디어 쫄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안철수 대세론’이 ‘안철수 철수론’으로 바뀌어가는 형국이지요. 9월12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은 야권 단일후보 지지도에서 44.2%대 34.5%, 무려10% 차이로 안철수를 눌렀습니다. 야권후보 단일화 양자대결에서 문재인이 안철수를 누룬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문재인의 예상 밖의 선전은 ‘컨벤션 효과’(전당대회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에다 ‘밴드웨건 효과’(1위 후보에 표가 몰리는 현상)까지 겹친 결과로 풀이 됩니다.
출마선언을 계속 미루는 안철수에 대한 회의론과 피로감, 잇따라 터져 나오는 아리송한 안철수의 과거행적, 심지어 지난 주 안 교수 측 금태섭 변호사가 폭로한 ‘불출마 협박’ 기자회견마저 새누리당 지지층 사이에 반 안철수 정서를 확산시키는 역풍을 불러와, 안철수 진영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안철수가 계속 출마선언을 미룬 건 나름의 치밀한 정치적 계산 때문입니다. 그는 패배감에다 권력의지마저 약한 문재인이, 후보 단일화 담판에서 공동정부를 조건으로 쉽게 물러날 것으로 예단했습니다. 문재인은 박근혜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데다가 지지도 면에서 안철수엔 그야말로 족탈불급이어서, 성정이 유약한 그가 쉽게 후보담판에서 양보할 것으로 안철수는 믿었습니다. 공동 정부 구성 외에 문재인에게 ‘차차기’를 담보해 주는 것도 한 방안이었지요.
헌데 지난 한주사이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문재인의 경선 지지도가 50%를 넘어서고, 지역 경선에서 11전 전승을 기록하자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문재인 쪽으로 결집하면서, 최종 결선투표 없이 대선후보를 일찌감치 결정짓자는 ‘문재인 대세론’이 힘을 얻기 시작한 겁니다. 현재의 판세대로라면 문재인이 과반득표를 못해 최종 결선 투표를 한다 해도 2, 3위 뒤인 손학규나 김두관이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은 전혀 없습니다.

그럴 바에야 하루빨리 문재인으로 후보를 확정짓고 안철수와의 단일화 협상을 준비하자는게 민주당 지지층의 생각인 것 같습니다. 지역경선이 종반에 접어들면서 문재인이 더욱 더 힘을 얻는 것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이 같은 전략적 판단과 선택 때문이지요. 문재인의 ‘안철수 사랑’에도 뉴앙스의 변화가 감지됩니다. 그는 여전히 안철수와의 단일화-연대 필요성을 역설하면서도 “최종 후보는 안교수가 아니라 바로 나”라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고 있습니다.


목동녀 둘러싼 이바구들


서울 목동에 있는 교회에서 성가대 피아노를 치고 있는 30대 여성들이 요즘 수난을 당하고 있답니다. 이른바 ‘목동녀’ 소동입니다. 안철수 쪽 금태섭 변호사와 박근혜 쪽 정준길 변호사 두 사람이 지난 주 치졸하기 짝이 없는 진영싸움을 벌이면서, 느닷없이 ‘목동녀’ 소동이 빚어졌습니다. ‘목동녀’는 안철수의 ‘가상 내연녀’입니다.

서울법대 동기생이며 같이 검사를 했다는 금태섭과 정준길은 지난 주 이른바 ‘불출마 협박’과 ‘과장폭로’의 두 개 이슈를 놓고, 폭로기자회견을 각각 열었습니다. 안철수의 뇌물비리와 여성스캔들을 알려주며 정준길이 출마포기를 협박했다는 금태섭의 폭로회견이 있자, 정준길 역시 반박기자회견을 갖고 단지 친구사이여서 팩트 여부를 문의 했을 뿐 협박 주장은 과장폭로라고 맞섰습니다.
박근혜 진영은 악재가 터졌다고 긴장했지만 지지율은 오히려 약간 올라갔습니다. 대신 안철수 쪽의 지지율이 다소 빠져 나가는 기현상이 빚어졌습니다. 박근혜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벙커 버스터로도 뚫리지 않는다는 속설이 입증된 셈입니다.

금태섭의 폭로 기자회견이 정작 노린 건 박근혜가 아니라 무서운 존재감으로 치고 올라오는 문재인이라는 애기도 떠돕니다.
하필이면 금태섭은 민주당의 최대 관심 지역인 전남․ 광주지역 경선이 열린 날 ‘목동녀’이슈를 터트렸습니다. 문재인에게 호남 민심이 쏠리면 안철수가 낭패를 당할지 모를 난감한 시점에 맞춰 폭로 쇼를 감행한 겁니다.
사실 안철수의 눈앞의 적은 박근혜가 아니라 문재인입니다. 문재인이 앞으로 남은 수도권 경선에서 의미있는 승리를 거둔다면 그는 안철수와의 단일화 협상에서 결코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겁니다. 안철수와 문재인이 국민경선으로 야권 단일화 후보를 결정짓게 된다면, 아마도 안철수는 고전을 할겁니다. 문재인은 노무현 세력, 정봉주 서포트 그룹 등 나꼼수 세력, 호남과 정통 민주당지지 세력 등 ‘동원 조직표’가 막강합니다.

맷집 약한 안철수가 앞으로 계속될 검증 공세에서 몇 차례만 더 휘청거려도 그의 지지율은 간단히 반 토막 날 수 있습니다.
서울의 대폿집에선 요즘 안철수의 여자 이야기가 안줏거리랍니다. 달포 전 강남 룸살롱의 새끼마담 애기가 나오더니 이번에는 ‘목동에 사는 음대출신 30대 여성’을 놓고 입방아를 찧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는 60% 정도의 국민이 ‘목동녀’ 가능성을 부인했습니다.

허지만 ‘돈 많고 이름이 널리 알려진 40대 후반의 한창나이 남자에게 핑크빛 소문 하나 없는 것도 팔불출’이라고 낄낄대는 짓궂은 사람들도 많은 모양입니다. 금태섭 같은 무책임한 정치 초짜 말고 안철수가 직접 나서 ‘목동녀’ ‘재개발 아파트 딱지’ ‘포스코 돈 수억 불로소득’ ‘재벌 2세들과의 수상한 유착’ 등에대한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줘야 합니다.
지금까지 언론에 공개된 검증 의혹만도 23개나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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