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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병찬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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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1월 말 경 한국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겨울의 문턱에 선 서울의 날씨는 제법 쌀쌀 했습니다. 저녁시간쯤에 도착한 처가에는 장인께서 심한 복통으로 고생을 하고 계셨습니다. 장모님께서 말씀하시길 지난 추석 때부터 배가 아프다고 하시더니 밤엔 더 심한 복통으로 잠을 주무시지 못할 뿐 아니라 대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가면 대변은 나오지 않고 배만 아프며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하여 숨쉬기도 곤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병원에 가서 여러 가지 검사를 받은 결과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하였습니다. 필자가 진맥을 하여보니 맥은 허증(虛症)이고 맥박 수는 1분에 약 85회로 빨랐습니다. 장인의 체질은 태음인(太陰人)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저는 즉시 체질 침술(體質鍼術) 치료를 하고 기분이 어떠시냐고 여쭈어보니 아랫배가 좀 시원하고 어지러움이 많이 가셔서 앉아있을 수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장인께서 잡수시는 음식들이 무엇인가를 여쭈어 보았더니 병원에서 배추, 시금치 같은 야채 된장국과 생선, 과일 등 섬유질이 많은 음식 위주로 식사를 하고 육류는 절대 금하라고 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하였습니다. 역시 필자가 생각했던 대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병원의 지시대로 식사를 하고 약을 복용해서 좀 좋아졌는지를 여쭤 보았더니 장인께서는 치료 초기에는 조금 좋아지는 것 같았는데 다시 악화되어 요즈음은 오히려 상태가 더 나빠졌다고 하셨습니다. 필자가 장인께
“대장이 짧고 대장의 기능이 약한 아버님과 같은 태음인들은 푸른 잎 채소와 과일은 좋지 않으며 특히 과민성 대장증후군에는 상태를 점점 더 악화 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고기와 뿌리채소가 좋으니 오늘부터는 식사를 소고기 무 국 혹은 족탕, 꼬리곰탕 등 육류위주로 식사를 하여야 하며 푸른 채소와 과일은 절대로 먹지 말아야 합니다.” 라고 말씀 드리고 화제를 바꾸었습니다. 가족들과의 대화 중에 장인의 대장 검사에 관한 이야기가 저의 귀를 기울이게 하였습니다. 대장검사를 시작하기 전, 담당자가 보호자에게 검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약 50분 정도이니 밖에서 기다려 달라고 했었는데 실제 대장검사에 소요된 시간은 약 10분 정도였답니다. 검사자의 설명은 장인의 대장이 일반인들 대장보다 많이 짧아서였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바로 대장이 짧고 대장의 기능이 약한 태음인이기 때문입니다. 이튿날 아침에 장인께서 지난밤에는 잠을 근래에 가장 편하게 잤다고 하시면서 어지러움이 많이 사라지고 배가 많이 편해 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처남댁께서는 장인의 식단을 육류위주로 바꾸셨고 며칠 후 LA로 돌아 올 때 장인 장모님을 함께 모시고 와 침술치료, 체질한약, 그리고 식사는 태음인에 좋은 육류 위주로 식사를 하시게 하였더니 눈에 띄게 회복이 되었습니다. LA도착하시고 열흘이 지난 후부터는 완전히 정상이 되어 두 분이 산책을 다니셨습니다. 만약 장인께서 푸른 채소, 생선, 과일위주로 식사를 계속하셨다면 과민성 대장 증후군이 점점 더 악화되어 완치가 곤란 했던가 아니면 저절로 치료되는 자연치유를 막연히 기다려야 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상황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 의학상식과는 너무나 다른 이야기입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과 같은 복통과 대변불통에 누구를 막론하고 잎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어야 된다는 것은 절대적으로 잘못된 이론입니다. 체질의학의 이론으로 볼 때 과민성 대장증후군에는 체질에 따라 푸른 채소와 과일을 먹어야 할 사람과 반대로 고기와 뿌리채소를 먹어야 되는 사람이 있는 것입니다. 혹시 여러분들 중에 과민성 대장증후군이나 배변곤란 복통이 있는데 치료가 잘 되지 않고 있다면 먹는 것을 다시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만약 야채와 과일 생선 위주로 식사를 하는데도 좋아지지 않았다면 본인의 체질을 태음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으며 식사를 육식과 뿌리채소 위주로 바꿔 보시기 바랍니다. 틀림없이 좋은 효과를 보게 될 것 입니다. 이렇게 현대의학 이론으로는 잘 해결되지 않는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체질의학으로 쉽게 치료될 수 있습니다. “결과가 이론의 가치를 판단한다.” 라는 말 진리가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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