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열 살 무렵부터 이런 아버지를 대통령으로 따르고 존경하며, 청와대라는 닫힌 공간에서 살았습니다. 스물두 살 때부터는 죽은 어머니를 대신해 5년 동안이나 퍼스트 레이디 역할도 했습니다. 박근혜 스타일이라 할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정치 행태, 완고한 원칙주의, 자신의 사고와 인식의 범위 내에서 모든 일을 독단적으로 재단하고 처리하는 불통의 리더십 등은, 어쩌면 ‘닫히고 갇힌’ 박정희식 항문기 고착증의 의사(疑似)증세인지도 모릅니다. 여기에다 자식이 이성의 부모에 더 집착하는 에디푸스 콤플렉스까지 더해져, 아버지 얘기만 나오면 방어적으로 반응하는 박근혜식 ‘착한 딸 신드롬’까지 형성됐습니다, 집권여당의 대통령 후보자리까지 거머쥔 박근혜의 오늘이 있기까지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존재가 절대적 영향을 미쳤습니다.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 그것도 선친의 대를 이은 2세대통령의 탄생이 눈에 보이는 듯 했습니다. 두어 달 전 까지만 해도 그랬지요. 심상찮은 안철수 바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가 결국은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믿는 국민이 대다수였습니다. 헌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박근혜는 안될 것이다, 돼서는 안된다’라는 여론이 만만찮습니다. 불과 한 두 달 사이에 일어난 대반전입니다. 안철수와 선두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하던 여론조사 지지율도, 지금은 ‘뒤치락’쪽으로 주저앉았습니다. 5ㆍ16과 유신, 인혁당 사건, 그리고 엊그제 정수장학회 관련기자회견에서 보인 박근혜의 박제화된 역사인식과, 박정희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정서 고착증,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 포착하는 통찰력의 부족등 지도자로서의 자질부족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박근혜가 지금같은 모습으로 비틀대면 대통령은 언감생심입니다. 그리고 그의 대권 꿈을 앗아갈 상대는 안철수도 문재인도 아닌, 바로 아버지 박정희입니다. 안철수, 화장실서 웃는다. 요즘 화장실에서 웃는 대선후보는 안철수입니다. 어떤 정치학자는 박근혜가 용장(勇將), 문재인이 덕장(德將)이라면, 안철수는 운장(運將)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습니다. 그에게 운이 따르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지난 한 달사이 안철수는 양자대결에서 박근혜를 줄곧 눌렀습니다. 국민 지지도에서 문재인은 아직 안철수에게 족탈불급입니다. 예상대로라면 안철수는 지금 진행 중인 국회 국정감사에서 호된 검증공세를 받고 휘청거려야 했습니다. 헌데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정수장학회 이슈가 터지면서, 싸움은 박근혜 대 문재인, 새누리당 대 민주당의 치킨게임으로 흘러갔습니다. 안철수 검증은 완전 뒷전으로 밀렸지요. 안철수의 선전은 그의 능력 보다는 박근혜 문재인의 졸전에서 얻은 반사이익 덕입니다. 유권자들의 반사적 지지, 즉 네거티브 서포트가 지지도 1위 안철수의 튼실한 버팀목이 되고 있습니다. 박근혜 고전하면 야권단일화 깨질 수도 정수장학회 이슈는 진작부터 박근혜의 대선가도에 돌출할 최대의 악재로 꼽혀왔습니다. 새누리당 선대위와 핵심 참모, 법 이론에 밝은 당내 율사등 공식기구에서 미리미리 ‘모범답안’을 만들어 놨어야 했습니다. 새누리당 선대위는 내부논의를 거쳐, 나름의 해법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러나 당 공식기구의 이 해법은 박근혜의 책상서랍 속에 처박혀졌습니다. 박근혜는 걱정하는 측근들한테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맡겨 달라”고 큰소리를 치고는, 그만 사고를 쳤습니다. |
임춘훈 정치칼럼(“박근혜 대통령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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