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 대선 한 달,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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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12월 19일)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 치 앞을 볼 수 있는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확실한 주도권을 쥔 후보가 없다는 점에서 선거결과를 함부로 예측하기 어렵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다자구도에서 확실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양자구도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모습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사이의 단일화도 정국을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정치권에선 “대통령 직선제 시행 이후 최악의 깜깜이 선거’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후보 검증과 정책 검증은 뒷전으로 밀린 채 막판 기술대결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는 모양새다. 깜깜한 선거를 부추기는 요인으로는 △후보 미확정 △정책 베끼기 △TV토론 무산 등이 꼽힌다. 대진표에는 현재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만 올라와 있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이 18일 재개됐지만, 두 후보가 오는 25~26일 후보등록 전 단일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두 후보가 단일화에 매달리는 사이 박 후보는 민생 전략을 들고 나와 지지율을 올리는 반면, 두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있다.
이제 한 달도 남지 않은 시간. 과연 대한민국의 19대 대통령은 누가 될까. 대선을 30여일 앞둔 시점에서 정국을 분석해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번 대선은 한반도 주변 4강 리더십의 잇단 교체 등으로 동북아를 비롯한 국제정세가 급변하는데 더해 세계적 경기침체의 본격화, 양극화의 심화 등으로 나라 안팎의 상황이 요동치는 가운데 치러지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런 엄중한 변화에 대응하기는 커녕 18대 국회 내내 낡은 계파정치 등 구태를 반복하며 국민을 실망시켜 왔다. 새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강렬한 열망을 상징하는 ‘안철수 현상’은 이런 환경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선은 그 결과에 따라 ‘정권재창출이냐, 정권교체냐’의 관점을 넘어서 새정치 패러다임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등 유력 대선후보 3인은 저마다 정치쇄신과 경제민주화 등을 통한 낡은 정치의 혁파와 새정치를 다짐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저마다 내놓은 그만그만한 정책들은 뚜렷한 변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여론의 관심은 박 후보의 과거사 인식과 문-안 후보의 단일화 문제 등으로만 쏠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공식 후보 등록일인 오는 26일을 시한으로 못박은 문-안 후보의 단일화 문제는 대선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 비견되는 이들의 단일화 결과는 남은 기간 선거판을 뒤흔들 대형 변수가 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야권후보 단일화가 대선에 미칠 영향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지만 영향력의 크기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오간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와 비슷한 방식으로 밋밋하게 끝날 경우와 유권자들이 깜짝 놀랄 방식으로 감동의 드라마를 선보일 경우에 대한 예측이다. 밋밋하면 박근혜 후보에게, 감동적이면 야권후보에게 유리하다.


역대 대선, 단일화 큰 파급효과


단일화 문제는 역대 대선에서도 막판까지 대선판도를 뒤흔드는 초대형 쟁점이 되곤 했다. 16대 대선(노무현-정몽준)과 15대 대선(김대중-김종필)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2008년 17대 대선에서는 대선일 D-30일(11월19일) 전후로 보수진영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40% 안팎의 지지율로 대세론을 형성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단일화 이슈가 파괴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민주당 이인제,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로 나뉜 범여권에서는 ‘단일카드’로 정리해야 한다는 내부 압력이 컸지만 이들 세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더라도 한나라당 이 후보를 웃돌기는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단일화 이슈보다는 D-30일 직전에 김경준 전 BBK대표가 검찰에 송환된 것을 계기로 한나라당 이 후보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이 대선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10년 전인 16대 대선에서는 후보단일화가 D-30일(11월19일) 정국을 강타했다.
민주당 노무현,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는 선거를 33일 앞둔 11월16일 새벽 단일화 원칙에 전격 합의했지만 이틀 만에 ‘여론조사 방식의 언론 유출’ 논란으로 협상이 중단 위기에 처했다. 양 진영이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싼 입장차로 쉽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가운데 노 후보가 마지막 쟁점인 ‘무효화 조항’을 전격 수용하면서 단일화 협상이 극적 타결됐고, 여론조사를 거쳐 11월 25일 새벽 노 후보가 단일후보로 확정됐다.



이에 따라 대선지형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대세론을 중심으로 하는 ‘1강(이회창)-2중(노무현ㆍ정몽준)’ 구도에서 여야 ‘일 대 일’ 구도로 급속 재편됐다.
이번 대선의 경우 문ㆍ안 후보의 단일화 여부에 따라 ‘박근혜ㆍ문재인ㆍ안철수 3자구도’가 양강 구도로 급속히 바뀔 수 있다는 점, D-30일 시점에 단일화 논의가 예측 불허의 갈림길에 놓였다는 점 등에서 16대 대선과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15년 전인 15대 대선에서도 여야 진영은 단일화 여부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당시 야권진영인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공동정권구성ㆍ내각제 개헌 등을 고리로 이른바 ‘DJP연대’를 성사시키고 김대중 총재를 단일후보로 내세운 가운데 D-30일(11월18일)을 전후로 여권진영의 후보단일화 압박도 본격화했다.


아름다운 단일화 승패여부


여권은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패배에 불복한 이인제 후보가 독자 출마하면서 신한국당 이회창, 국민신당 이인제 후보로 분열된 상태였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이회창 후보나 이인제 후보 가운데 어느 한 쪽이 사퇴하거나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에는 지지율 1위였던 김대중 후보를 압도할 수 있었지만 여권의 두 주자는 대선을 완주했다.
특히 경선 직후 한때 50%를 넘어섰던 이회창 후보의 경우 두 아들의 병역시비로 지지율이 한때 10%대로 떨어졌다가 D-30일을 전후로 20%대 지지율을 회복했으나 결국 여권표 분열 속에 김대중 후보에게 1.6%포인트(39만표)의 근소한 격차로 대권을 내줬다.












하지만 이번 단일화가 과거 단일화처럼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발생한 양측의 충돌이 격화될 경우 야권 지지층의 실망을 초래해 단일화의 파급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문-안 후보의 ‘아름다운 단일화’ 여부에 야권의 성패가 달린 셈이다. 성공적인 단일화가 돼야 지지층의 ‘이탈’이 최소화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단일화가 성사되면 지금의 박-문-안 후보의 3강체제는 양강구도로 급속히 재편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문, 또는 박-안 후보의 가상 양자대결은 박빙 싸움의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박 후보는 당초 대통합과 경제민주화를 기치로 선거전에 뛰어들었으나 최근에는 전통적 지지층의 결집을 다지며 경제문제의 접근도 성장 중시 쪽으로 선회하는 모습이다. 야권 단일화에 맞선 보수결집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중도층으로의 외연확장이 차질을 빚을 소지가 있어 당내 논란이 분분하다.
이처럼 ‘단일화 대 보수결집’이라는 보수-진보 구도의 51대 49의 싸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투표율과 부산ㆍ경남(PK) 지역의 민심 추이, 40대 유권자와 중도층 및 수도권 표심의 향방, TV 토론 및 광고전 등이 대선전을 가를 주요 변수로 꼽히고 있다.


투표율•PK민심이 변수


투표율은 역대 대선의 또 다른 중요 변수로 작용해왔다. 투표율이 높으면 야권이, 낮으면 여권이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전문가들이 보는 분기점은 투표율 65~70%. 이명박 대통령이 대승을 거뒀던 2007년(63.0%)보다는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승리한 2002년의 투표율은 70.8%였다.
특히 투표율과 세대가 맞물리면 상승효과를 발휘한다는 분석이 많다. 50대 이상은 ‘항상’ 높은 투표율을 보여왔기 때문에 20~40대의 투표율이 높아지면 전체 투표율이 높아지고, 야권후보의 득표율도 상승한다는 것이다.
다만 4•11총선은 지난 두 차례 대선과는 다른 결을 보여주고 있다. 투표율은 53.4%에 불과했지만 총득표에서는 야권연대(민주+진보)의 득표가 새누리당 보다 많았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2002년 30대였던 386세대가 현재 40대가 됐고, 50대의 청년기는 유신시대였다”며 “세대가 중요 변수이긴 하지만 기계적으로 2040과 5060을 나누는 것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부산경남(PK) 민심도 대선의 주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PK의 유권자는 642만명으로 전체 유권자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수도권(1999만명) 보다는 적지만 TK(419만명), 호남(414만명), 충청(411만명) 보다 많다. PK의 지지율 변화가 전체 선거판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는 뜻이다.
특히 PK는 과거에 비해 야권에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야권 후보 지지율은 35~45%로 나타난다.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율이 30%에 미치지 못했던 것과는 전혀 다르다.
TV토론회도 지지율을 움직이는 변수로 꼽힌다.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빅3’ 대선후보가 모두 출연했던 ‘SBS 힐링캠프’가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던 것처럼 유권자들의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토론에서 네거티브 공세에 미숙하게 대응하거나, 준비부족을 드러낼 경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안 후보가 되면 조직력이 없고, 문 후보가 되면 노사모들이 설쳐댈 것을 우려하는 국민적 우려감을 어떻게 불식시킬지가 이번 단일화의 초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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