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 라디오 방송 뉴스에서 느닷없이 한미-윌셔은행 합병추진설을 제기하면서 불거진 두 은행의 합병설이 이번주 한 신문 매체에서 또 다시 합병을 염두에 둔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두 은행의 수장인 노광길-고석화 이사장이 수차례 회동을 했으며 급기야 합병에 따른 상호실사까지 추진했다는 보도에 정작 은행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두 은행의 합병설은 이미 1년 전부터 제기된 내용이지만 언론에 의해 구체적으로 보도됐다는 의미는 한마디로 합병이 가시화되었다는 것인데 정작 은행 측은 난감해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한미-윌셔 두 은행의 합병 추진설은 은행가에 떠도는 소문을 보다 확대양산시킨 일종의 소설성 시나리오에 불과하다는 것이 금융계의 반응이다. 김 현<취재부기자>
지난해 12월 나라은행과 중앙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BBCN 은행(행장 앨빈 강)은 현재 자산규모 53억2,922만 달러로 한인은행 중 최대의 은행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BBCN 은행의 탄생으로 불거진 한미은행(행장 유재승)과 윌셔은행(행장 유재환)의 합병 추진설은 이미 1년 전부터 떠돈 소문으로 별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님에도 최근 다시 뻥튀기 보도가 나오고 있는 배경에 상당한 의혹이 쏠리고 있다. 이는 부동의 1위은행으로 올라선 BBCN과 대적하려면 자산규모 28억3,692만달러의 한미은행과 26억1,101만달러의 윌셔은행이 통합함으로써 자산규모 54억4,793만달러의 경쟁은행으로 변모하겠다는 취지만큼은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태생부터가 다른 두 은행이 합병할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진 않는다는 점이다.
꽃놀이패 쥔 한미의 선택은?
현재 한인은행권의 재편을 두고 세칭 ‘꽃놀이패’를 쥐고 있는 쪽은 한미은행이다. 상황이 이렇자 윌셔은행 뿐만 아니라 BBCN까지 나서 줄다리기가 한창인 셈이다. 잘 알려진대로 한미은행은 수년 전부터 진행되어 온 한국계 우리금융으로의 흡수설을 비롯해, 윌셔와의 합병설, 그리고 BBCN과의 합병설 등 숱한 시나리오의 주인공으로 지목돼 왔다. 특히 이 과정에서 공룡은행으로 탈바꿈한 BBCN과 한미은행의 합병설이 나온 지도 오래지만, 이 시나리오는 이미 양측이 저울질하는 과정에서 물 건너간 스토리라는 것이 정설이다. 사실 BBCN-한미-윌셔 이들 세은행의 주요 이사들과 이사장, 심지어 행장까지도 모두 LA한인사회에서 오래된 친분관계를 유지해온 지인들로 서로 경쟁은행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합병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예민한 반응이다. 당연히 주식가격 등 이권이 걸려있는 문제라 상호 견제가 치열하게 이뤄지는 이유가 되고 있다.
아무튼 현재 한인은행권을 둘러싸고 급속도로 번지고 있는 한미-윌셔 합병설의 실체는 윌셔은행의 고석화 이사장이 쥐고 있는 듯하다. 왜냐하면 고 이사장은 기회가 있을 적마다 사석에서 ‘커뮤니티가 도와주어야 한다’는 부탁의 메시지를 날려 분위기를 잡은 것이 뜬금없이 합병 추진 보도로까지 이어진 모양새다. 이에 두 은행의 이사장이 수차례 회동한 사실만을 가지고 마치 합병 합의가 연내에 이뤄질 것이라는 보도가 이뤄진 배경도 수상쩍다.
내부자 정보유출은 중범죄
문제는 나스닥 상장은행들에 대한 일부 언론들의 지나친 추측성 보도다. 실체가 없는 소문만으로 마치 합병이 가시화된 것처럼 소설을 쓰게될 경우 해당은행 주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다. 과거 한미은행을 비롯해 새한은행 증자과정에서 일부 장밋빛 전망을 담은 부풀리기성 기사때문에 한인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본 것은 아니었는지 일부 언론들도 그 책임여부에 대해 한번쯤 뒤돌아볼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나스닥 상장사를 둘러싼 내부자 고급정보가 자꾸 외부로 유출돼 언론을 통해 입소문을 타게 되는 모양새는 은행 및 투자자 입장에서도 그리 바람직하지가 못하다. 이와 관련 상장 한인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부 언론들은 친분이 두터운 이사진을 접촉해 껴맞추기식 정보를 얻어내 이를 무분별하게 확대 기사화하는 등 횡포를 부려온 게 사실이다”며 “이는 자칫 주식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끼칠 수 있는 행위로 증권거래위원회(SEC)를 비롯해 금융당국으로부터 강력한 철퇴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러한 구시대적 풍토는 과거 한인 커뮤니티 은행들이 상장하기 전에나 가능했던 일이다”며 “더 중요한 것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수 있는 고급정보를 아무 생각없이 언론에 흘리는 일부 이사진들도 문제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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