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취재1> LA 한인은행들의 현실과 미래 그리고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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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은행 간의 합병설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고 있다. 소규모인 한인은행들이 합병되면 규모가 커져 여러  장점이 발생한다는 기대감에 은행 입장에서는 환영 할 일이다. 나라와 중앙의 합병으로 탄생한 BBCN이 한미와 윌셔은행의 견제권을 벗어나면서 경쟁대열에서 밀린 두 은행의 합병설이 나오고 있다. 한인은행들은  BBCN은행이 규모로 몰아부쳐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고 불만이 높다. 은행의 규모가 커진만큼 향상된 서비스나 금융상품으로 은행계의 모델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교란시킨다는 원성을 사고 있고 규모가 작은 은행들이 살길을 찾기 위해 합병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한인은행계의 현실이다. BBCN이 탄생한지 1년이 되어가지만 아직 합병에 따르는 시너지 효과 등 장점에 대한 평가가 안 된 상태다. BBCN이 규모에 맞는 경영이 아니라 대출이나 금융상품에서 새로운 시도가 없이 한인은행의 구습을 그대로 물려받은 채 덩치로만 밀어부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합병설이 나오는 한인은행들, 합병과 함께 신선한 경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은행인들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한인은행들의 현실과 문제점 그리고 과제들을 종합적으로 분석 취재해 보았다.
김 현(취재부 기자)

최근 한인은행계는 또 다시 은행 합병 문제로 시끄럽다. 정작 은행은 조용하지만 은행 밖에서는 합병과 관련해 많은 말들이 오고 간다. 한 은행들의 이사가 다른 은행의 이사와 만나는 것이 언론의 눈에 띄면 언론은 무언가 움직임이 있다고 의문을 품게 되고 의문의 결론은 합병설로 부풀어진는 게 요즘 은행가의 현상이다. 한인은행들의 이사들은 소속 은행이 달라도 서로 잘 아는 오랜 친분이 있는  사람들이다. 한인은행 이사들은 대부분이 50대 후반에서 70대에 걸친 한인타운의 올드타임머들이다. 이들이 만나 식사를 하거나 술 한잔 하는 게 이상할 것이 전혀 없지만 지금의 현실은 이들이 만나기만 해도 결론은 합병설로 나오고 만다. 이들이 만나 흘리는 말이 확대 재생산돼  언론에 기사화가 되면 그 여파는 커지고 만다. 그 여파는 긍적적인 결과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다. 그것은 한인은행의 최대  화두는 인수합병이기 때문이다. 은행합병에 득을 보는 사람들이 많지만 반대인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비상장은행들의 경우 상장은행과 인수합병이 되길 원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은행 간의 합병은 이사들 간의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서로가 잘 아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개인적인 호불호의 감정도 있을 수 있고 이고(ego)가 개입되면 합의가 힘들어 진다. 창립이사들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을 두고 주인 행세를 하던 은행의 주도권을 남에게 넘겨준다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이사장이 강하게 추진한다면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윌셔-한미은행 이사장 합병논의 사실


얼마 전 한미은행과 윌셔은행의 이사장들이 만난 게 계기가 돼 두 은행의 합병설이 불거져 나왔다.  두 이사장이 극비에 만나 두 은행의 합병을 원칙적으로 합의했고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까지 거론됐다고 한다. 자산 규모가 비슷한 두 은행이 합치면 동네은행 수준을 벗어나 중형은행으로 발전하지 않겠느냐는 것이고 나라은행과 중앙은행이 합병한 BBCN은행의 독주를 막을 수 있겠다는 의견에 일치를 보았다고 한다. 이 두 사람의 회동 이후 뒷얘기들이 구체적으로 흘러나왔지만 합병설이 언론에 보도된 후 그 뒷얘기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자취를 감추고 없는 얘기처럼 되어 가고 있다.
이 두 이사장의 회동은 한미은행 간부를 통해서 나왔다고 한다. 한미은행의 노광길 이사장이 고석화 윌셔은행 이사장을 만난 후 고위간부들에게 극비사안임을 전제로 합병 준비에 관해 구체적인 지시를 했고 이를 비밀로 지켜달라고 지시했으나 누군가가 이를 언론에 흘림으로 두 은행의 합병 추진설은 사실로 드러났다.



심지어는 통합은행은 한미은행 현재 이사진을 그대로 흡수하고 경영진은 윌셔은행 경영진으로 구성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나왔다. 한미은행 유재승 행장은 임기가 내년 6월로 만료되고 윌셔은행의 유재환 행장은 2014년 또 한미은행은 은행감독국의 제재 조치인 MOU가 해제되는 12월 중순이 지나서야 합병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까지 나왔다. 한미은행의  이사진과 경영진의 불협화음은 전부터 소문은 있어왔지만 이번의 통합설이 사실이라면 그 불협화음으로 인해 통합설이 흘러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아니면 한미은행이 그간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정상화가 되고 있는데 굳이 다른 은행과 합병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을 가진 경영진이 흘릴 수도 있다.
 한미은행의 실적이 좋아져 은행감독국의 제재조치도 해제될 예정이고 주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판에 다른 은행과 합병해 일부 직원들이 이동 또는 이직하게 되는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를 가진 간부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양 은행의 이사장들은 두 은행의 합병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적합한 상대라는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병문제 동감, 성사 불투명


노광길 이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은행 통합은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윌셔가 됐건 BBCN이 됐건 한국의 은행지주사가 됐건 어느 은행과 통합이 진행중이다 아니다 자체를 얘기할 수 없다”고 부정도 긍정도 아닌 말을 되풀이 했다. 한마디로 은행이 정식 발표하기 전에는 어떤 말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 이사장의 말과는 달리 시중에는 합병과 관련 구체적인 시나리오들이 흘러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윌셔은행의 고석화 이사장 역시 조심스럽게 합병문제에 대해서 말을 꺼내지만 ‘합병이 되면 좋은게 아니겠느냐’라며 말 꼬리를 흘리고 있다.
노 이사장의 말대로 지금 한인은행들의 인수합병설은 떠도는 소문만 무성했지 실제 확인은 되지 않는다. 그런대도 은행 인수합병설이 그치지 않고 나오는 것을 보면 앞으로 한인은행들의 인수합병은 계속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은행은 적은 규모보다는 대형일수록 고객들도 신뢰를 갖고 지점이 많을 수록 이용이 편리한 점 등 장점이 많다. 또 인수합병에 따른 주가의 변동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현재 LA한인은행은 11개. 이중 상장은행은 BBCN, 한미, 윌셔 등 3개 은행이다. BBCN이 자산이 53억 달러로 한인사회 최대의 은행이 됐다. 은행가에서는 BBCN과 경쟁에서 우선 덩치에서 지고 들어간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 자산이 큰 은행의 금융상품이 가격경쟁에서 유리하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작아진 한미와 윌셔가 합병을 원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미의 자산  28억3,692만 달러와 윌셔의 자산 26억1,102만 달러가 합병할 경우 54억4793만 달러로 BBCN의 53억2,922만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한미와 윌셔가 합병할 경우 BBCN이 누리던 규모의 우위는 둘로 나뉘게 되고 강력한 경쟁 상대가 형성되는 것이다.


시장 교란에 시중은행들 불만 고조


이러한 합병설이 난무하고 있지만 “지금 한인은행들은 규모가 커지면 좋겠지만 정말 시급한 문제는 규모보다 은행 시스템 구축”이라고 한 금융인은 강조한다. BBCN은 최근 다른 은행에서 대출만기된 CRE대출 이자를 4%대로 낮춰 무리한 대출을 감행하고 있으며 이에 질세라 새한은행의 경우 3.75%대까지 끌어 내리고 다른 은행들도 살기를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소규모 은행들은  BBCN은행이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다는 불만의 메세지를 전달하며 1년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하는  BBCN에 자성을 당부하고 있다.

BBCN이 유리한 것은 융자 시 이자를 다른 한인은행들 보다 약간 싸게 줄 수 있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런 것을 부러워할 것이 아니라 보다 많은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와 직원교육, 금융상품 개발을 비롯한 은행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행장이나 간부들이 앞장서 이를 지휘해야 할 이사진은 이 목표를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합병이후 이런 목표를 수행할 능력있는 행장이나 간부들이 없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고민거리(본보 11월18일자 보도)라고 지적한다.  BBCN이 한인사회 최대의 은행이지만 대출은 아직도 부동산 등 담보가 있어야 가능한 게 대부분이고 은행 수입은 개인이나 기업의 부도수표의 수수료에 의존하는 아직 동네은행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BBCN은 합병 후 어떤 시너지 효과가 있었는 지에 대한 평가도 아직 없는 상태다. 자산, 직원, 지점 등에서 합병 후 어떤 변화와 장점이 있었는 지 밝혀진 게 하나도 없다. 합병 후 1년이 다 됐지만 한인사회 최대의 은행이라는 점 외에는 제대로 된 평가가 나온 게 없다.



한 관계자는 “이 같은 환경에서 다른 은행들도 합병해서 규모는 커지지만 은행 시스템은 합병 전과 달라질 것이 없다”며 “ 결국 덩치는 커지지만 힘은 합병 전이나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그 규모를 잘 이끌어 갈 행장이나 간부가 없다는 것이다. BBCN이 제 1의 은행이 됐지만 아직도 담보를 가장 먼저 챙기고, 서류를 작성한 사람이 누구이고, 은행 관계자와  대출 신청자와의 친분관계에 따라 대출이 이뤄지는 악습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담보는 대부분이 부동산이고 보면 만일 부동산 시장이 흔들릴 경우 그 피해가 어디로 갈 것인지 누구보다 은행이 더 잘 알 것이다. 대출신청 사업의 실적과 전망, 캐시플로워, 재정 분석을 기본으로 대출심사가 이뤄지는 게 기본이다. 그러나 한인은행들은 이런 훈련을 받은 직원들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큰 문제다.. 은행 론 오피서가 잘 모르는 사업에 대해 대출 신청을 하면 시간 만 끌다가 리스크가 크다던가 하는 이유로 거부당하기 일수다.

이스트웨스트뱅크의 적극 경영배워야 













미주에서 아시아계 최대의 은행인 이스트웨스트뱅크는 한인은행들이 부러워 하는 모델 은행이다. 이스트웨스트뱅크의 도미닉 엥 행장은 CPA출신으로 아직 젊은 나이에 공격적 경영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행장이 되고 이 은행의 자산은취임 당시의 4배가 넘는 220억 달러로 커졌다.  이스트웨스트뱅크는 30년이 넘는 은행 역사 중 2007년 한 해만 적자를 기록했을 뿐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도 흑자를 이어나갔고 흑자폭도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스트웨스트뱅크의 성장동력은 특수 고객층이다. 샌디에고 소재 태양발전 설비업체 보레고 솔라 시스템은 2010년 이스트웨스트뱅크로부터 3000만달러 이상을 대출했다. 보레고의 빌 부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스트웨스트뱅크는 보레고의 대만 모회사 왈신 리와와 오랫동안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다 태양발전 시장에 대해서도 많은 지식들을 갖고 있어 다른 은행들 보다 거래를 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 이스트웨스트뱅크와 거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미닉 엥 행장은 앞으로도 이스트웨스트뱅크는 기존의 틈새시장 겨냥 전략을 그대로 유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1973년 중국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온 사람들을 위한 저축은행으로 첫 영업을 시작한 이스트웨스트뱅크는 현재 미국 6개 주(州)에 140개 지점과 중국에 3개 지점을 갖춘 은행으로 성장했다. 이 은행의 고객은 60% 이상이 비중국인이고 은행 직원들도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은행의 한 매니저는 “이스트웨스트 뱅크의 강점은 “크레딧이 약간 부족해도 실적이 좋고 가능성만 보인다면 과감하고 신속한 결정으로 고객들을 적극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상대적으로 이자율이나 각종 수수료도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올해도 한인은행들이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인은행들의 흑자 원인은 부실대출 감소로 인한 재손충당금과 손실처리 등 관련비용이 감소했고 이자수익 증가, 이연법인세(Deferred Tax Asset, DTA)를 돌려받기 때문이다. DTA는 이월공제가 가능한 세무상 결손금, 즉 이월공제가 가능한 세액 및 소득공제로 인해 미래에 줄어들 법인세 부담액을 말한다. 최근 수년 간 대량 적자로 손실이 늘면서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있던 한인은행들이 근래 흑자실적 행진을 이어가면서 당시 납부한 세금을 다시 돌려받게 되는 것이다.
한인은행들이 흑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적극적 경영이나 기발한 금융상품을 통해 이익을 추구해낸 것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통합을 해서 규모가 커져도 현재 BBCN과 같이 덩치로만 밀어부치는 은행 경영은 한계가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한인은행은 어디로 갈 것인가?” 현재의 모습에 만족했다가는 위기가 올 때마다 비틀거리고 무너질 수 있다. 이스트웨스트뱅크가 부럽다면 보다 적극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인재들을 키우고 양성하지 않으면 동네은행 수준을 벗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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