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시장이 경기회복을 이끌고 있다. 주택시장은 매매가 활기를 띠고 주택값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 주택가격은 11월과 12월에 각각 연율로 7.4%와 8%의 상승을 보였다. 주택값이 오르는 지역은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 애리조나 피닉스 등 주택 위기 때 많은 고통을 당한 지역들이다. 이 지역들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서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주택전문가들은 주택 매매를 부추기는 것은 순수한 주택 바이어들이 아니라 투자가들이라는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휴자금을 가진 투자가들이나 헤지펀드 투자가들이 주택시장을 최고의 투자처로 지목하고 집중 투자하는 상황이다. 주택 매매에서 순수 바이어들의 매입이 40% 정도를 정상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는 30% 정도다. 그리고 주택 경기가 정상적으로 활성화되려면 고용과 소득이 증대되고 경제가 원만하게 돌아가는 것이 전제조건이지만 현재의 주택시장은 투자가들의 집중 투자에 의한 것이라 가격에 거품이 일기 시작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주택시장의 열기와 가격 거품에 대해 살펴본다. 김현(취재부기자)
은행이 차압주택을 경매하는 장소에는 많은 투자가들이 모여든다. 이 투자가들은 대부분이 헤지펀드로 조성된 대규모 자금을 갖고 주택가격이 떨어진 현 주택시장에서 싼 값에 차압주택을 구입해 주택시장이 정상으로 회복되면 오른 가격에 팔아 수익을 올리려는 전문적인 투자가들이다. 그들은 움직이는 규모도 다르다. 리스트에 나온 주택들에 대해 사전 점검을 거친 후 투자가치가 높은 매물을 경매장에 있는 직원에게 알려주고 경매장 직원은 반드시 매입할 주택들을 선택해놓고 경매 시 구입하는 것이다. 경매장은 셀폰과 컴퓨터가 동원돼 열기가 가득하다. 투자가들 다음으로 볼 수 있는 사람들이 소위 플립 세일(flip sale)을 하는 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싼 집을 사서 약간의 보수를 한 후 단시일 내에 팔아치우는 사람들이다. 짧은 기간에 목돈을 마련하기에는 좋은 시장이었다. 이외에도 개인 투자가들이 나서고 있지만 정보가 약하고 조직이 없어 대형 투자가들을 당할 길이 없다.
은행 차압주택, 투자가들이 싹쓸이
경매장에 순수한 바이어들을 보기란 쉽지 않다. 특히 캘리포니아주 같이 주택 투자 가치가 높은 곳은 미국계 큰 손들도 많지만 최근에는 중국계 대형 투자가들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들에게도 살 집이 없어 집을 살 수도 없는 상황이다. 웬만한 주택들은 투자가 그룹들이 다 쓸어가는 게 현 주택시장이다. 은행 차압주택 경매장에서 보듯 생활할 집이 필요해서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는 투자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은 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한때 주택을 소유한 자체가 고통이었지만 이제는 매물이 없어 살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투자가들은 물론 플립세일 전문가 등 주택값이 다시 오르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붐벼 순수한 주택구입자들은 오퍼도 내보지 못하는 실정이 됐다. 이렇게 주택시장이 과열의 기운이 넘치자 전문가들은 벌써 주택 거품이 일기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렇듯 주택시장에 열기가 불기 시작한 2002년 주택값은 연 7%가 올랐다. 2004년은 8%, 2005년은 12%나 뛰었다. 당시에 ‘거품’이라든가 ‘지속 불가능’이라는 말들이 오르내렸지만 아무도 주택값이 1970년대 중반 이후 이렇게 오르리라고는 생각을 못했다. 역사적으로 주택값은 미 전국에서 매년 3-4%가 오른다. 당시 주택시장의 열기는 너무 뜨거웠고 2007년 주택시장은 극적인 반전으로 돌아서 사상 처음으로 전국적으로 주택값이 떨어졌다.
주택가격은 연 3-4% 오르는 게 정상
지난해 12월 주택값은 연율로 8%가 올랐다. 이것은 10개월 연속 오른 것이고 6년만에 가장 많이 오른 것이다. 2006년 피크를 이룬 이후 아직도 두자리 수로 값이 떨어져 있지만 주택값이 갑자기 다시 오르고 있어 심각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분석가들은 지난 1월의 정체상태는 일시적 현상이라고 평가한다. 이것은 계절적 요인에 의한 것이지만 플로리다주의 경우는 우려할 만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물이 많지 않은 이유로 여러 요인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적은 매물은 사실 그 매물들을 먹여 살린다. 잠재적 바이어가 취향에 맞는 주택을 찾지 못한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집을 매물로 내지 않을 것이다. 현재 주택값보다 더 많은 주택융자액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1천70만명에 이른다. 2백30만명은 그들 주택에 5% 미만의 에퀴티를 갖고 있다. 이 같은 주택소유주는 주택융자금을 상환할 능력이 없다면 주택을 팔 수도 없다. 새로운 주택 공급원인 건설업자들도 신축을 증가하고 있지만 주택 경기 전성기에 비하면 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공급 부족으로 주택값은 예상보다 더 많이 더 빠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11월 주택값은 7.4%, 12월은 연율로 8%가 올랐다. 주택시장이 회복되고 집값이 뛰는 지역은 과거 주택시장이 붕괴되고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곳들이다. 이런 지역에는 대형 투자가들이 손에 현찰을 들고 벌떼처럼 달려들고 있다.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 탬파, 잭슨빌 등 대도시 지역은 15개 주요시장 리스트에서 사라졌다. “2011년 이후 이 도시들 중 최소 하나는 리스트에 올랐었다”고 클리어 캐피탈의 조사분석 국장은 밝혔다. “이것이 플로리다주에서 주택경기의 회복이 끝났다는 것은 아니지만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 도시들은 2011년 주택경기 회복을 이끌었다. 그러나 피닉스의 경우 아직도 2006년 피크를 이루던 시기의 가격에 비하면 39%나 낮은 것이다. 현재 가격은 가장 낮았던 가격에 비해 41.5%가 인하된 것이지만 이런 집들은 시장에 나온 게 거의 없는 상황이다. 플로리다주의 주택시장은 곤경에 처한 소위 깡통주택들과 이 집들을 신속히 매입하는 투자가들에 의해 움직였다.
주택시장 붕괴로 피해 지역은 가격상승
주택값이 폭락했을 때 가장 고통을 받은 피닉스, 라스베가스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일부 지역에서는 투자가들의 매입 수요가 많아 주택값은 1년 전부터 두자리 수로 올랐다. 이 지역들 중에서 피닉스는 단연 선두 주자다. 피닉스의 주택값은 1년 전보다 26%나 올랐다. 피닉스의 은행차압주택(REO)은 전체 주택매매의 17%나 차지한다. 이것은 불과 몇 년 전 주택시장이 붕괴됐을 당시의 50%에서 상당히 떨어진 수치다. 라스베가스도 마찬가지다. 라스베가스의 차압주택 매매는 아직도 전체의 38%나 차지한다. 가격은 해마다 15%나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가들이 예상보다 높은 가격으로 매물을 재빨리 쓸어가고 있다. 따라서 첫 주택 구입자 등 잠재적인 주택 소유주를 몰아내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 주택시장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매물 상황”이라고 로렌스 윤 전국부동산협회 수석 경제학자는 말했다. 그는 “봄과 여름에 매물이 증가해도 주택매매가 현 수준이나 5-6개월 정도의 공급량이 있다면 가격 상승이 보장된다”고 강조했다.

플로리다주에서는 문제가 된 융자들로 인해 은행차압 절차가 지연됐다. 수 년 간의 조정과정을 거쳐 현재는 최종 합의에 도달했고 주택차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차압 매물이 갑자기 증가해 주택값의 급격한 가격 상승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투자가들에 의한 가격 상승 현상이 다른 지역, 특히 남부와 중서부 지역에서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세인트 루이스나 시카고, 샤롯, 달라스 등의 지역에서는 매물의 3분의 1이 문제가 있는 깡통주택들로 서부 지역보다는 높다. 그러나 주택값은 변동이 없거나 내려가 있는 상태다. 가격이 오르는 서부 지역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투자가들이 이 지역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플로리다주 뿐만이 아니라 뉴욕주와 뉴저지주에서도 차압을 증가하기 시작함으로써 시장에 매물은 많아졌지만 잠재적 바이어가 적어 오히려 가격을 인하시키고 있다.
남부와 중서부 지역은 하락 투자가들 기피
주택시장 회복은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일부 지역은 가격 거품을 보이고 있지만 전국의 많은 시장들은 아직도 주택시장 붕괴의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버불 주택시장에 투자하는 대부분의 투자가들은 헤지펀드라는 큰 돈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주택을 사들인 후 렌트로 적당한 수입을 챙기다가 집값이 목표한 선에 오르면 당장이라도 그 수익을 거둬들일 것이다. 문제는 투자가들의 전략에 맞추어 주택 매매가 계속 활성화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투자가가 아닌 순수한 주택 바이어가 많아질 때 가격은 자연히 오른다. 주택시장에서 소비자 신뢰지수는 돌아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고용이 개선돼 주택 구입이 다시 하나의 고려 사항이 되고 있다. 주택 가격이 올라 잠재적 바이어들을 끌어내고 있다. 물론 이들은 자신들의 집부터 먼저 리스트에 올림으로써 매물이 증가하게 된다.
고용과 소득이 늘면 주택값은 오르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주택시장이다. 공급이 부족해서 집값이 오르면 가격 거품 현상이 나오게 마련이다. 보통 첫 주택구입자들이 주택매입자의 40%나 그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 주택시장에서 첫 주택구입자는 약 30% 정도로 나타났다. 이것은 주택융자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 주택구입 가능자는 줄어든 것이다. 12월 주택매매가 실망스러운 것은 주택경기 회복에 명백한 경고 신호를 보낸 것이다. 주택값이 올랐다고 주택시장이 건강해진 것은 아니다. 수요와 공급이 비슷하게 맞아야 한다. 그리고 건강한 경제회복이 주택매매와 가격을 받쳐 줘야 하는 것이다. 현재 매물은 극히 적고 이로 인해 가격은 오르고 있다. 2013년에도 주택값은 오를 것으로 대부분이 예상한다. 그러나 가격은 언제나 매매가 많고 적고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이 가격들은 지난해 가격이 반영된다. 매매가 활발하지 않다면 가격은 시장에서 쉽게 꺽어질 것이고 아직도 어려운 주택시장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