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들게 번 돈을 정부에 세금으로 내는 게 아까워 미국 시민권을 포기할 수 있는가? 높은 세율에 직면한 미국인들이 미국 패스포트를 포기하는 숫자가 늘고 있다. 미국인들의 77%는 소셜시큐리티세를 감세조치가 지난해로 끝나 올해부터는 2% 증가된 세금을내야 한다. 그러나 부유층들은 2% 정도가 아니라 훨씬 많아진 세금을 내야 한다. 지난 2009년부터 2011년 사이에 미국을 떠나거나 미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들이 크게 증가해 1천7백81명이나 됐다. 국외 거주자들의 재정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디비어그룹의 니겔 그린 CEO는 1월 중 고객의 48%가 자금의 해외 이동이나 시민권을 바꿈으로써 발생하는 세금의 영향 등에 관해 문의했다고 밝혔다. 올해부터 싱글로 연 40만 달러 이상이거나 커플로 45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들은 소득세를 36%에서 3.6% 인상된 39.6%를 납부해야 한다. 연 1백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들은 평균 17만3백41 달러를 더 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세금이 10%라면 아무도 이 나라를 떠나지 않겠지만 90%라면 대부분은 떠날 것”이라고 그린은 말했다.
유명인사들의 시민권포기 이어져
연방세만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주 소득세의 인상도 이 같은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최근 캘리포니아주는 주민발의안 30이 법제화 됐다. 이 주민발의안30은 연 25만 달러 이상의 소득자들에게 소득세를 9.3%에서 10.3%로 인상하고 1백만 달러 이상의 소득자들은 10.3%에서 13.3%로 올리는 것이다. 유명 골프선수 필 미켈슨이 상금의 절반 이상이 세금이라며 캘리포니아주를 떠나겠다고 으름짱을 놓기도 한 바 있다. 지난해 첫 3개월 간 1천1백명 이상이 미국을 떠난 것으로 연방관보에 나타났다. (연방관보는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사람들을 집계하지만 그 이유는 밝히지 않는다. 시민권을 포기한 이유는 재정적인 이유인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이들 가운데는 페이스북 공동창업자 에두아루도 세브린은 지난해 5월 페이스북 주식 상장에 앞서 2011년 9월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브라질 출신의 세브린은 1998년 미국 이민 후에도 이미 3년 간 싱가포르에 살고 있었다. 싱가포르는 양도소득세가 없기 때문에 그는 세금으로만 1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다.

시민권을 포기한 유명인사는 세브린 외에도 많다. 가수 데니스 리치는 지난해 자신의 원래 이름인 데니스 아이젠버그라는 이름의 시민권을 포기했다. 그녀는 과거 국제적인 도망자 마크 리치의 전 부인이었다. 마크 리치는 인터넷 금융사기, 탈세, 공갈 등 50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그의 임기 마지막 날 리치를 사면했다. 아이젠버그는 그녀의 오랜 파트너이자 오스트리아인과 가까이 있기 위해 시민권을 포기했다는 보도도 있다. 오스트리아는 반 년 이상 외국에서 거주한 국민에게 세금 혜택을 제공한다. 중국 쿵후 스타이며 배우 제트 리(이연걸)는 미국과 중국의 시민권을 갖고 있었으나 싱가포르 시민이 되기 위해 지난 2009년 두 시민권을 포기했다. (싱가포르는 이중 국적을 허용하지 않는다) 제트 리는 파파라치로부터 해방되고 자녀들에게 언어 습득의 기회를 주기 위해 싱가포르를 택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가장 최근에는 프랑스의 배우 제라르 드빠르다유가 1백40만 달러 이상의 소득자들에 대한 75%의 세금을 피하기 위해 프랑스 시민권을 포기하고 러시아 시민이 됐다. 러시아는 세율이 13%이다.
시민권을 버릴 준비가 됐는가?
선진경제조사연구소가 지난 20년 간 억만장자들의 이동성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억만장자들의 70%가 양도소득세가 높은 국가에서 낮은 국가로 이주했다. 억만장자들의 3분의 1은 스위스, 바하마, 싱가포르 등 조세 피난지로 불리우는 작은 나라들로 옮겼다. 짐 쌀 준비가 됐다면, 시민권을 포기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다. 시민권 포기는 외국에서 미국 대사나 영사 앞에서 포기 선서를 하고 사인을 하면 된다. 그러나 결심을 단행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미 시민권은 한번 포기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나중에 마음이 변하더라도 시민권을 다시 회복시켜주지 않는다. 지난 1905년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유럽에서의 소득에 대해 미국에서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시민권 포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녀는 국무부로부터 승인을 얻지 못했다. 그 이유는 테일러가 미합중국에 대한 충성을 거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민권을 포기하면 결국은 돈을 절약할 수 있겠지만, 2008년 제정된 법에 따라 출국세(exit tax)를 내야 한다. 이 세금은 재산이 2백만 달러 이상이거나 또는 지난 5년 간 연 평균 세금이 14만5천달러 이상(매년 인플레이션에 따라 조정)인 사람들에게 해당된다. 이중국적으로 태어난 사람은 제외된다. 출국세는 65만1천 달러 이상의 양도소득에 대해 15%의 세금 그리고 은퇴구좌와 같은 다른 자산에 대해 정상 소득과 같은 39.6%까지의 세금이 부과된다. 이 자산들은 미국 시민권의 마지막 날에 구좌의 자산을 팔거나 회수하는 것과 같이 세금이 부과된다. 이미 외국에 살고 있다면?
미국 시민의 권리와 특권을 포기할만한 가치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미국에 살고 있고 미국에서 대부분의 사업을 한다면 시민권 포기가 가장 좋은 결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시민권 포기는 단지 세금에 관한 문제만이 아니다. 이는 더 이상 미국 정부의 보호를 받지 못한 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간 미국에서의 체류와 여행을 포함한 여행비자 등에 문제가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외국에 살고 있다면 시민권을 포기할 가치도 있다. 미국은 세계 어디에 사는 것과 관계없이 세금을 부과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의 하나다.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한, 외국에서 살고 있더라도 소득에 대해 미국에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시민이 아니고 외국에 살고 있다면 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다. “미국인들이 시민권 포기에 관한 말을 많이 하며 특히 외국에 살고 있는 미국인들이 더 그렇다”는 그린은 “이미 외국에 살고 있다면 시민권 포기가 쉽다. 시민권 바꾸는 절차가 덜 복잡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세브린의 경우, 이미 싱가포르에 살고 있고 미국에 오래 살지 않아 미국과 깊은 유대가 없다. 그의 경우에 재정적 혜택은 확실하다. 그는 35%의 연방세와 추가로 15%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했을 테지만 싱가포르에서 그의 세율은 기껏해야 20%이고 양도소득세는 없다. 연 1백만 달러의 소득이 있는 사람이 미국과 굳바이하고 소득세가 없는 모나코 같은 나라에 산다면, 39만6천 달러가 세금으로 안 나가고 그대로 주머니에 소유된다. 만일 센서스국이 발표한 중간소득인 5만54달러의 연 소득이 있다면 1만2천5백달러(연방 소득세 25%)가 절약된다. 김 현(취재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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