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취임하면서 한미정상회담의 시기에 대해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본보는 지난해 박근혜 여성대통령 당선 직후 미국 워싱턴DC의 한국 소식통을 인용해“미국 정계도 한국의 여성 대통령 출범에 깊은 관심을 보내고 있다”면서“전통적인 양국의 우호관계로 보아 조만간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당선자간의 만남을 추진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국무부 소식통을 인용해“박근혜 당선자의 인수 위원회가 구성되면 정상회담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선데이 저널 862호, 2012년12월23일자) 한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통상적으로 한미동맹의 파트너인 미국 정상과의 회담이 선결과제로 이어저왔다. 한미정상회담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중 LA를 방문할 것인가에도 코리아타운은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성진 취재부 기자>
대한민국이 1948년 8월15일에 건국한 이래 한미정상회담은 모두 54회였다. 최초의 한미정상 회담은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인 1954년 7월 30일 워싱턴DC에서 초대 이승만 대통령과 아이젠하워 미대통령간의 정상회담이었다. 그 이전에 아이젠하워 대통령 당선자는 그의 공약에 따라 한국전쟁이 치열했던 1952년 12월 22일에 방한, 이승만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세계 지도자 중에서 가장 먼저 만난 대통령이었다. 당시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은 1981년 1월 21일에 취임한 후 불과 2주도 못되어 전두환 대통령을 초청해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이는 세계에 대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였다.
한미 양국 정상회담 시기 조율
무엇보다 올해가 한미동맹60주년이기에 박근혜 신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재선 대통령이 ‘한미 동맹 60주년 기념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중요한 의미도 담겨있다. 한미동맹의 근간은 1953년 10월 1일에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the ROK-U.S. Mutual Defense Agreement)이다. 당시만 해도 미국과 양자 상호방위조약을 맺었던 나라는 필리핀 밖에 없었으며, 현재까지도 미국이 상호 방위조약을 맺은 국가는 한국, 영국, 일본, 필리핀 뿐이다. 그나마 영국은 미국의 핵 기술 을 제공하기 위한 조약이었고, 일본은 재무장 금지와 맞물려 있는 조약이다. 이번에 퇴임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취임 후 50여일 만인 2008년 4월19일 워싱턴DC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가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후 3개월후인 2003년 5월15일 부시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은 취임 4개월후인 1998년 6월 9일 클린턴 전 대통령과 각각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처럼 한국의 신임 대통령들은 취임 후 보통 2-4개월내에 미국을 방문해 한미정상회담을 개최 하는 것을 관례로 하여왔다.
워싱턴DC의 한국 소식통은 25일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전인 인수위원회 측과 미국간의 교감이 오가고 있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도 박근혜 대통령 당선 때 축하전화를 통해 ‘가까운 시일내 만날 것’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늦어도 5월 이전에는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대두되고 있는 사항은 한미정상회담과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중 어느 것을 먼저해야 하는 가를 두고 한미간에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중일 3국은 지난 2008년부터 3국정상회담을 5월 중에 개최해 오고 있는데 올해가 공교롭게도 한국이 개최국이다. 하지만 한국 측에서는 한미 동맹의 중요성 등을 감안해 한미정상회담을 먼저하고 3국정상회담은 그 이후로 정한다는 방침이지만 미국 측과 해결해야 하는 사항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미정상 회담이 6-7월로 늦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워싱턴 소식통의 전망이다. 6월은 한국전쟁이 시작된 달이고, 7월은 한국전쟁 휴전의 달이다.
‘북핵-박정희 유산’ 두 그림자
한편 미국 등 유럽 언론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출범에 대해 ‘박정희의 유산과 북한이라는 두가지 부담을 안고 임기를 시작한다’고 논평했다. 특히 지난해 대통령선거 기간 북한과의 대화를 주장했던 박 대통령이 북한의 최근 3차 핵실험 강행 이후 어떤 대북정책을 구사할지에 주목했다. CNN방송은 25일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인 박 대통령은 ‘2개의 거대한 그림자(shadow of two giants)’ 속에서 취임한다”면서 “첫 번째는 핵으로 무장한 북한의 망령이고, 두 번째는 부친 박정희의 유산”이라고 논평했다. 블룸버그 통신도 “박 대통령의 성공은 부친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수 있다”면서 “또 북한의 핵실험으로 북한과의 대화 약속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박 대통령이 경제에 대한 정부의 지대한 영향력을 유지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물음에 직면했다. 그는 시장에 대한 정부 역할에 관해 상반된 입장을 동시에 보여왔다”고 했다. AP통신은 “박 대통령이 대북 정책에서 ‘햇볕’과 ‘강경’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이 모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AP통신은 “박 대통령은 선거기간 대북 유화정책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지만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 취임하기도 전에 북한의 지하 핵실험으로 이런 공약은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특히 “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은 한결같이 ‘반공주의 독재자(anti-communist dictator)’의 딸인 박 대통령이 지난 5년간 한반도에 흘렀던 적대감을 완화하는 대화정책을 추구할지 아니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강경 노선을 유지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그러면서 “박 대통령의 결단은 북한 핵무기 개발을 포기시키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취할 수 있는 외교적 접근 방식의 큰 틀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유럽 언론은 박 대통령이 북핵이라는 큰 도전에 직면한 상황을 주로 보도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박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북한의 위협에 직면했다며 국무총리 지명자가 중도 사퇴하는 등 벌써 통치 스타일에 대한 국내 언론의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