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취재> 김종훈 전 장관 후보자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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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훈 전 미래창조 과학부 장관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1일자와 29일자 인터넷판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이 미국과 한국에서 다양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3일 현재로 워싱턴포스트지 오피니언 란에는 무려 111개의 독자들의 글이 올라와 열띤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내에서도 언론사를 포함해 국내인들이 여러 가지 반응을 내놓아‘김종훈 사퇴이후’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일부 좌파성향의 언론과 정치인들은  계속 부정적인 면을 부추겨‘김종훈이 미국에서 고국에다 침을 뱉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이번 반응들에서‘한국이 글로벌 국가로 가기 위해서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과 함께 재미한인들의 정체성에 새로운 연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김종훈 전 장관 후보자의 기고문은 마녀사냥식 한국정치의 편견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내며 비전이 없는 한국정치를 역설하고 있다. 기고문을 둘러싼 파장의 전말을 <선데이저널>이 따라가 보았다.   성진(취재부기자)

김종훈 전 후보자 는 31일자 워싱턴 포스트에 ‘새로운 세상의 오래된 편견(Old prejudices in new world)’란 제목으로 자신이 장관 후보에 임명되고 사퇴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며 심정을 밝히는 글을 썼다. 이에 앞서 29일자 인터넷 판에는 ‘민족주의에 방해받은 조국에 봉사’로 소개됐다.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문에서 먼저 ‘한국에서  장관직을 지명 받은 영광을 받았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은 내가 미국 시민권자임에도 나를 신임하고 지명했다”면서 “그러나 지난 2월 12일 지명을 받고 새로운 도전에 내 인생을 걸고 한국에 나갔으나 3월 4일 후보직을 사퇴하고 미국으로 다시 돌아왔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한국에서 나는 만만한 먹잇감”이었다며 “마녀 사냥식의 신랄한 비난을 받고 나는 스파이로 치부됐고 내 아내는 매매춘에 연루됐다는 비난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김 전 후보자는 “인터넷은 물론 주류 언론 매체에서도 이 같은 마녀 사냥식 검증이 이루어졌다”며 일부 언론과 인터넷 그리고 야권에서 제기한 각종 의혹들에 대해서 억울함을 토로했다.


새로운 세계의 낡은 편견


김 전 후보자는 ‘새로운 세계의 낡은 편견’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를 수락한 이후 한국 언론을 통해 혹독한 검증을 받고 자진 사퇴하기까지의 일련의 감상을 적었다. 김 전 후보자는 이 과정에서 한국이 국수적 사고와 낡은 편견에서 벗어나 미래지향적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후보자는 “정치에 진지한 관심을 기울여 본 적 없는 내가 그런 식의 결정(미래부 장관 후보 수락)을 처음 내린 건 다소 순진했다”며 “한국의 현 정치·기업 환경이 내가 장관직을 수행하는 것을 훼방할 거란 점이 매우 분명해지면서 후보직을 사퇴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한국에서 ‘이방인(Outsider)’이었다고 표현했다. 김 전 후보자는 “정·관계와 일부 재계 에서는 나의 국적과 충성도 결여 가능성을 지적하며 임명을 반대했다”며 “인터넷과 일부 주류 매체들은 ‘마녀 사냥(witch hunt)’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신랄한 비난을 가하며 나를 스파이로 치부하는 등 중상모략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일부 언론에서 자신의 아내가 보유하고 있던 서울 강남의 건물에 입주해있는 유흥업소를 지적하며 “김 전 후보자 소유 건물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식의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후보자는 14세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 해군 복무, 벨 연구소장, 미 CIA 자문위원직 등 일련의 ‘아메리칸 드림’ 과정을 열거하며 “미국에 대한 내 사랑은 깊고 강하기에 미국이 베푼 축복에 영원히 감사하며 헌신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태어난 곳인 한국 역시 늘 사랑했으며 한국의 경제 기적을 보며 자긍심으로 가득 찼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도 그 때문” 이라고 했다.
한국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김 전 후보자는 “한국이 아시아의 호랑이로 많은 성과를 이뤘 지만 수출 위주 경제, 높은 실업률 등의 문제가 여전하다”며 “국내 10대 대기업이 국내 총생산의 80%를 차지하지만 고용은 6%만을 담당한다”고 했다.
김 전 후보자는 “21세기 가장 성공적인 국가와 경제는 국적과 관련한 낡은 편견을 넘어 설 수 있는 곳”이라며 “한국도 이 같은 나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미래창조과학부가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김 전 후보자는1960년에 한국에서 태어났다.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했다. 하지만 집안이 어려워져, 고교 시절에는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아르바이트 핑계로 공부를 못한다는 소리 듣기 싫었다. 하루 2시간 남짓 자면서 공부했다.


 ‘스파이’로 몰은 종북세력


그는 나중에 명문 존스 홉킨스 대학에 당당히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졸업 후 그는 미해군에 입대했는데  미군에서도 신원조회를 통과하기 가장 어렵다는 핵잠수함에서, 무려 7년 동안 장교로 근무했다. 전역한 뒤 그는 메릴랜드 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불과 2년 만에 마쳐 ‘전설’이 됐다.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유리 시스템즈’를 만들어 C4I 체계(군의 지휘통신체계)에서 매우 중요한 ATM 장비를 독자 개발하였으며 이 회사를 루슨트 테크놀로지에 10억 달러를 받고 팔았다.
미국에서 유명인사가 된 그는, 전․현직 대통령, CIA 국장 등 고위 인사들과 친분을 맺게 됐다.
이같은 그는 어느날 “귀하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한국 대통령 당선자의 한 마디에, 거액의 재산과 시민권을 포기하고 모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한국은 재미한인들이 바라는 “코리안드림”의 나라가 아니었다. 
특히 종북세력을 불리는 야권의 민통당, 통진당 등 소위 “깡통진보”와 일부 좌파성언론이 김 전 후보자를  ‘미국 CIA 스파이’설로 몰고 갔다. 그 발단은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했던, 경기동부연합 출신 이석기 통합 진보당  의원이다. 가장 뚜렷한 종북 성향을 가진 그는 보도 자료를 내고 이런 주장을 내놨다.



<김종훈 후보가 유리 시스템즈를 루슨트 테크놀로지에 매각한 뒤 여러 활동을 했는데, 미국 CIA가 1999년 설립한 ‘인큐텔(In-Q-Tel)’의 이사를 맡았고, 제임스 울시 전 CIA 국장과 친분이 있다.>
일부 언론도 이석기 의원의 주장을 인용해 ‘미국 스파이’라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한국 언론의 보도를 인용한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를 재인용해, 김종훈 후보가 ‘CIA 스파이’설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포장’하였다.
이석기 의원과 [일부 언론]의 ‘주장’은 사실일까? 김종훈 후보가 ‘인큐텔(In-Q-Tel)’에서 일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인큐텔(In-Q-Tel)’은 CIA가 미국 정보 공동체(IC)를 이끌던 시기에 정보기관들이 공동으로 미래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벤처 캐피탈’이다.  이런 벤처 캐피탈은 미래 기술이 타당성과 효용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능력이 필수 다. 때문에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아야 한다.
김종훈 전 후보가 여기 일을 도왔다는 건, 미국에서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미국 최고의 기술기업인 루슨트 테크놀로지의 자회사, 벨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인 ‘미국 시민’이었다.
그게 무슨 문제인가? 김 전 후보는 미국의 최고 정보기관조차 도움을 받겠다고 ‘모셨던’ 최고 전문가다. 그런 그가 10여 년 뒤에 스스로 “조국을 위해 돌아오겠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를 가로 막는 게 ‘국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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