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일어났던 각종 의혹에 대해 본격적인 사정 작업에 나섰다. 그동안 4대강 및 한식재단 관련해 여러 얘기가 나왔지만 이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의혹들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것은 처음이다. 게다가 검찰과 경찰, 청와대 민정라인이 새로운 진용을 갖춘 시점에서 이런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는 것은 상황이 그리 간단치는 않아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벌써 이 전 대통령의 연말구속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현재 가장 먼저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은 역시 4대강 사업이다. 여기에는 몇몇 MB정권 시절 특혜를 받았다는 대기업과 이 전 대통령의 고교 대학 동문들이 운영하는 중견기업이 연관됐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이 부분을 밝혀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공기업의 성격이 강한 KT&G, KT도 이 전 대통령의 몇몇 비리 의혹에 대해 연관되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검찰 및 감사원이 조만간 사정 작업에 착수할 전망이다. 그렇게 될 경우 이 전 대통령 역시 그 칼날을 피해갈 수 없어 보인다. 또 한 번 불운한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가장 먼저 문제가 되는 곳은 부산지역 중견 건설업체인 태아건설이다. 태아건설은 4대강 사업과 관련 MB재임기간에 관급공사로만 총 5000억원 이상 수주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태아건설은 2011년 고속국도 60호선 동홍천~양양 건설공사 7공구 및 13공구(시공사 삼성물산)를 527원에 수주한 것을 비롯해 고속국도 건설 4개 공구에서 1200억원에 달하는 하도급공사를 수주받았다. 또한 2009년 6월부터 한국철도시설공단이 발주한 경부고속철도 제6-4B공구 노반신설공사(시공사 현대건설)를 비롯한 7개 공구 건설공사에서 1670억원,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인천청라지구의 지하차도 토공사 등에서 331억원을 수주받았다. 여기에 이미 문제를 제기한 경인 아라뱃길과 4대강 사업(1665억원)의 수주금액을 합치면 MB정부 시절 총 수주 금액만 약 5107억원에 달한다. 관련업계에서는 지난 5년간 특수공법 및 특허기술이 아닌 일반 토목공사 수주금액이 5000억원이 넘는 경우는 전례가 없다며, 이러한 공사수주 배후에 슈퍼파워의 입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밝혔다. 특히 태아건설은 현대건설, 삼성물산, SK건설 등 원도급사들로부터 낙찰금액보다 높은 수준의 공사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특혜 의혹이 일고 있다.
급성장 뒤 갑자기 법정관리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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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아건설 김태원 회장은 MB와 고대 동기이며 현대건설 근무당시 함께 근무했었다. 두 사람은 수십년동안 두터운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검찰수사가 MB를 정조준 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
|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무엇보다 태아건설 김태원 대표와 이 전 대통령 간 친분이 눈에 들어온다. 김태원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력과 대학(고려대 경영학과) 동기다. 현대건설에서도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다. 태아건설은 1989년 설립된 부산의 대표적인 전문건설업체다. 2009년과 2010년에는 2년 연속으로 전문건설협회의 토목공사 시공능력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는 토목공사 시공능력평가액이 2820억원으로 전국 6853개 업체 중 3위를 기록했다. 김 대표는 이명박 정권 시절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쳤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고려대 부산교우회 회장을 지냈다. 2009년에는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부산지역회의 부의장을 맡기도 했다. 2010년에는 부산전문건설협회의 회장을 역임했고, 경부고속철도 건설 공로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승승장구하던 태아건설은 지난 4일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09년 현대건설의 대규모 해외사업인 싱가포르 주룽섬 해저 원유 저장시설 공사에 도급사로 참여했다가 경영난에 빠졌다는 것이 이유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그렇게 받은 공사를 따내고도 갑작스럽게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유가 석연치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래서 그 돈이 어디론가 흘러가지 않았냐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터질 것이 터졌다
4대강 총인시설 또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총인시설과 관련된 의혹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한차례 언급됐으나 이내 묻혔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최근 직접 언급하고 나서며 관심을 받고 있는 것. 박 대통령은 3월 11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에서 4대강 사업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지시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총인시설 의혹에 관한 국회 감사요구안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국회에서 4대강 수질개선사업 입찰 비리 의혹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통과시켰는데 예산 낭비와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철저히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한명숙 의원은 “총인사업 중 턴키 발주한 36개 사업의 평균 낙찰률이 97.5%에 달한다”라며 “이는 사전에 예정금액을 알지 못했다면 나올 수 없는 낙찰률”이라고 밝혔다. 한 의원은 이를 바탕으로 감사원에 국정감사를 요구했다.
한 의원이 공개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턴키방식으로 발주된 4대강 유역 총인처리시설 사업 규모는 4952억여 원이었다. 그러나 국회의 의혹 제기에 대해 그간 공정거래위원회나 검찰은 뚜렷한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그러자 박근혜 대통령 취임 다음 날 여야 합의로 국회가 감사원 감사를 요구한 것이다. 국회의 감사요구안은 4대강 유역 총인시설 담합 의혹의 구체적 사례를 아래와 같이 제시했다.
– 코오롱워터앤에너지가 낙찰받은 경기 가평·이천 총인처리시설 10개 사업(183억 원)의 낙찰률은 98.9%였음. – 효성에바라엔지니어링이 낙찰받은 남양주시 제1·2화도 총인처리시설 사업(50억 원)은 낙찰률이 각각 99.7%, 99.9%였음. – 태영건설이 낙찰받은 대구 총인처리시설(달서천) 사업(534억 원)은 낙찰률이 99.9%임. – 한솔이엠이가 낙찰받은 파주시 7개 사업(139억 원)은 낙찰률이 99.8%에 달했음. – 이처럼 통상 80%대의 낙찰률을 보이는 기타 공사 등의 입찰방식보다 10%이상의 낙찰률 차이가 발생하고 입찰에 참여한 업체 간의 입찰가가 거의 같은 경우도 있음. – 또한 총인처리시설 입찰과정에서 환경신기술 가산점이 적용된 내용을 보면 일관성이나 기준이 없었음. – 턴키심사위원들이 수시로 입찰에 참여하는 환경 관련 업체들의 환경신기술 가산점을 다르게 평가하고 적용업체가 뒤바뀐다는 것은 담합에 의한 환경신기술 고의누락 등 조작의혹이 있음. 무엇보다 총인시설을 따낸 업체들이 코오롱이나 효성과 같이 이명박 정권 시절 친분관계로 말썽을 빚었던 업체들이다. 검찰수사 결과 공사 추정금액의 94% 수준으로 담함한 사실이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의뢰된 광주총인사업과 그 외의 사업을 비교하면 가격담합이 광범위하게 이뤄졌음을 의심케 한다. 이는 통상 담합을 통해서 높은 가격으로 낙찰받으려면 가격평가점수에서 차이가 나지 않아야 유리하기 때문에 통상 담합 시 입찰가격대를 미리 정하고 입찰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없는 환경신기술 가산점 역시 의혹을 키우고 있다. 환경신기술 가산점 제도는 1997년 신기술 개발 촉진 및 환경산업 육성에 기여하고자 도입된 환경신기술제도(New Excellent Technology)’에 의해 신기술로 지정되면 국가와의 공사계약 입찰 시 가산점 혜택을 주는 제도다. 그러나 총인시설 입찰과정에서 환경신기술 가산점이 적용된 내용을 보면 입찰과정에서 일관성이나 기준이 없었다. 한 의원은 “가평(이천 4개, 가평 8개 총인사업) 입찰평가에서는 한솔이엠이가 점수를 얻지 못하고 코오롱워터앤에너지가 환경신기술 가산점을 얻는 데 반해 몇 개월 뒤 파주(9개 총인사업)에서는 한솔이엠이가 점수를 얻고 코오롱워터앤에너지가 점수를 얻지 못하는 상반된 결과를 보였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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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합비리로 얼룩진 4대강 사업은 포항출신들이 대규모로 사업에 참여 특혜의혹이 불거져 나오면서 태아건설이 5천억에 이르는 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밝혀져 검찰수사 방향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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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다발적 비리
4대강 사업관련 비리뿐만 아니라 일부 대기업과 관련한 비리 의혹도 불거지고 있는데 대부분 공기업의 성격이 강한 곳들이다. 특히 검찰은 조만간 KT&G와 관련한 비리 의혹에 대대적인 메스를 들이댈 것으로 알려졌다. <선데이저널>의 취재결과 검찰은 KT&G의 계열사인 KGC라이프앤진의 광고용역 수주 업체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노총 산하의 한국인삼공사 노조는 이에 앞서 “KGC라이프앤진의 광고용역 회사로 김희중 전 청와대(이명박 정부) 부속실장의 친인척인 권영재가 사장으로 있는 상상애드윌을 무리하게 선정, 90억원대의 광고 물량을 몰아줬다”면서 의혹을 제기했다. 사정당국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광고 물량이 상당했기 때문에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검에서 정보를 취합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로 넘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 시절 무차별 낙하산 인사를 받아들였던 KT 역시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다. 특히 청와대 측에서 KT 이석채 회장과 관련한 비리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의혹들이 과연 어디로 튈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역대 정부의 사례로 봤을 때 심상치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명박 정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는 국세청의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에서 시작됐다. 사건 의미를 제때 눈치챈 사람이 없었지만 검찰이 뛰어들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노무현 정부 때는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국회 다수당인 야당의 압박을 수용하면서 비롯됐다. 김영삼정부 때 노태우 전두환 전임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조그만 ‘사고’에서 출발했다. 대통령의 가신 출신인 서석재 총무처장관이 기자와 가진 술자리에서 ‘노태우 거액 비자금 의혹’을 발설하면서 발단이 됐다. 역대 정부에서 전직 대통령 수사는 이처럼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사건·사고에서 출발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직후 의욕이 왕성했다. 대외활동을 위해 강남에 개인 사무실을 준비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하지만 정부와 여야 시선이 우호적이지 않은 데다 정치적 변수가 많아지자 잠잠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역시 역대 대통령의 불운한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종 타킷은 이명박
이 문제 말고도 가장 큰 문제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 조사다. 검· 경 조사망이 압축되면서 원세훈 파장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원 전 국정원장이 미국으로 출국을 시도하자 신속하게 출국금지 조치했다. 검찰의 신속한 조치에 많은 사람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누가봐도 검찰이 단독으로 취한 결정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경고메세지로 해석하고 있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장으로 4년간 재임하면서 매주 이 전 대통령을 독대할 정도로 절대적인 신임을 받은 인물로 서울시장 시절부터 가장 믿어 온 측근으로 MB의 대표적인 복심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의미가 남다르다. 검찰은 원 전 원장에 대해 지난주 후반부터 고소고발인 조사를 전격적으로 착수했다. 경찰역시 자신들에게 날아 올 화살을 의식한 탓인지 국정원 직원 댓글사건에 대해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단단한 결의를 나타내며 원세훈 전 원장이 공무원의 정치개입 금지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원세훈 게이트 특위’를 구성해놓고 ‘이명박’을 정조준하고 있는 상태다. 휘발성 강한 원세훈 의혹을 이명박 파문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시나리오다. 결국 최종목표는 이 전 대통령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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