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본국 정치권의 최대이슈는 단연 새로 국회의원이 된 안철수 의원이다. 안철수 의원의 국회 입성은 정치권의 모든 화제들을 빨아들일 정도로 강력한 후폭풍을 몰고 오고 있다. 정치권 전문가들은 그가 수십년 간 유지되어 온 한국 정치권의 구도를 단번에 붕괴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신당 창당으로 대변되는 안철수발 정계개편 가능성에 야권이 들썩이고 있다. 안철수 의원 본인은 정작 국회에 갓 입성해 아직 적응 중이지만 이와 무관하게 주변부터 먼저 움직이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제도 정치권’ 전면등장을 바라보는 여야의 셈법이 엇갈리고 있다. ‘안풍’의 직접적 영향권에 든 민주통합당은 ‘안철수발 정계개편’ 가능성에 신경을 곤두세운 채, 안 의원을 야권의 동반자로 규정하며 신당 창당 가능성에 일찌감치 견제구를 날리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에서는 안 의원과 민주당의 틈새를 벌리려는 듯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선데이저널>은 안철수 의원의 등장이 향후 한국 정치권의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는 판단하에 그와 관련해 본국 정치권의 움직임을 미리 점쳐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안철수의 국회 입성은 단순히 새내기 국회의원의 탄생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안철수발(發) 야권정계 개편의 가능성이 그만큼 높게 점쳐지고 있다는게 이유다. 쉽지 않았지만 노원병이라는 장애물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안철수 당선인은 ‘새정치’ 실현을 위해 향후 ‘정치세력화-신당창당-정계개편’이라는 자신의 시나리오를 가동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 바로 ‘안철수 신당’의 현실화 여부다. 안철수 당선인은 현재 ▲신당창당 ▲민주당 입당 ▲무소속 유지 등 다양한 선택지를 거머쥐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민주통합당의 행보가 안철수 신당의 탄생 여부를 판가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새로운 지도부를 뽑는 5·4전당대회가 그 시금석이 되고 있다. 전대를 통해 탄생한 새 지도부가 얼마나 당을 혁신하고 쇄신할 수 있느냐에 따라 안철수 신당의 행보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 지도부의 개혁 드라이브가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민주당의 고질적인 계파 갈등이 불거질 경우 ‘안철수 입당론’과 ‘안철수 신당론’ 사이에서의 무게 추는 신당론을 쏠릴 수밖에 없다. 또 안철수 의원이 원내에 입성해 정치력을 보여준다면 당장은 아니지만 민주당 일부세력이 이탈해 안철수 의원 측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뚜렷한 활로를 찾지 못하는 진보정의당도 안철수 의원 측과 손을 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풍전등화 민주당
민주당 안팎의 환경은 안철수 의원에게 유리하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 이후 아직까지도 대선 패배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대선 패배 원인을 놓고 민주당에서는 친노(노무현)진영을 중심으로 한 주류와 비노진영의 비주류가 책임론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민주당은 5월 4일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계기로 새로 출발한다는 계획이지만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이번 4·24 재·보선에서도 민주당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국회의원 3곳과 기초단체장 2곳의 선거에서 모두 전멸했다. 이에 따라 민심은 급속히 민주당을 떠나고 있다. 한때 40%에 육박했던 민주당 지지율이 지금은 20% 중반대로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가 누구로 선출되든 민주당은 앞으로 상당 기간 고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야권이 분열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안철수 신당론’이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되면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가 야권 새판짜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잡하고 어려운 민주당 상황처럼 안철수 의원의 제도권 진입에 대해서도 의원들마다 각각 다른 입장을 갖고 있다. 비주류측은 안 의원이 원내로 들어온 것에 대해 “환영한다”는 분위기다. 비주류측에 뚜렷한 차기 대선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향후에 안철수 의원을 영입해 비주류측의 대선후보로 활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주류 측에서는 겉으로는 안 의원의 국회 입성에 긍정적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대선 때 불었던 ‘안풍(安風)’이 다시 불지나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일부 비주류측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또는 ‘안철수 세력’이 신설합당 방식으로 통합하는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친노세력과 진보시민진영의 연합체인 ‘혁신과 통합’은 정당을 만든 후 기존의 민주당과 당대 당 통합을 한 바 있다. 이후 ‘혁신과 통합’ 측의 문재인 의원이 대선후보가 됐다. 이 모델을 따를 경우 ‘안철수 세력’이 신당을 창당하고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의 합당을 상정해볼 수 있다. 이와 함께 비주류 일각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문재인 의원을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상정하고 있다. 기존의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과 박원순 시장에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까지 끌어들여, 대선판을 키우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야권의 판이 커지면 차기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친노진영에서는 이런 구상에 대해 안 의원을 대선후보로 세우려는 비주류측의 고도의 전략으로 보고 있다.
호남민심이 바로미터
무엇보다 안 의원은 야권의 텃밭인 호남 민심 추이와 정치인들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야권진영에서 별다른 경쟁 없이 안정적으로 제1야당의 위치를 누려온 민주당이 ‘안 의원+안 의원 정치세력’과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이 5·4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입지 강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민주당을 바라보는 지역민심이 예전 같지는 않다는 게 각종 여론조사 수치에서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중앙당 전략기획위원회가 지난 3월 광주(700명)·전남(1천99명) 시·도민을 상대로 ARS-RDD(무작위추출) 유선 전화로 자체 여론조사(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 ±2.5%p)한 결과에 따르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어느 정당 후보를 지지하겠느냐는 질문에 광주지역 응답자들의 37.5%가 안철수 신당 후보를, 35.8%는 민주당 후보를 각각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전남지역 응답자들은 42.7%가 민주당 후보를, 29.4%는 안철수 신당 후보를 찍겠다고 밝혔다.
광주·전남에서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이 점차 가시화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안 의원에게 우호적인 지역민심에 힘입어 광주·전남에서도 안 의원 측 정치인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졌다. 또한 안 의원이 호남 민심 공략의 일환으로 어떤 행보를 취할지도 주목된다. 이와 관련, 안 의원이 신당창당 명분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채 정책공유와 민심수렴 차원에서 민주당 지역 국회의원과 광역단체장 등과 접촉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도권 정치에 들어선 안 의원이 정치적 역량을 얼마만큼 발휘하느냐, 안 의원에 대한 민심이 어떻게 반응하느냐, 민주당이 활로 개척을 어떻게 하느냐 등에 따라 호남정치 지형의 변화 폭과 깊이가 결정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신당창당 시기 언제?
신당 창당은 이미 기정사실화했다. 추진 방식과 시기의 문제만 남아 있다. 두 번의 변곡점이 있다. 10월30일 재·보궐 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다. 안철수 세력이 재보선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이를 동력으로 삼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으로 승부를 띄우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우선 10월 재보선 때까지는 신당 창당을 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원내에서 ‘실력’을 보여주는 일이 우선 급할뿐더러, 서둘러 당을 만들 필요성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인물, 지역 연고, ‘바람’이라는 재보선 승리 조건을 충족시키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10월 재보선은 수도권·호남 등 전국적으로 10여 곳에서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안철수 연대’ 등의 형태로 민주당을 제치는 성과를 거둘 경우 신당 창당은 속도를 붙이고 세를 불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낡은 정치는 특정 지역에 기반을 둔 양당 구조를 바탕으로 한다. 무소속인 안 의원이 이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역 가운데 안철수 세력은 대선 때 민주당을 탈당해 안철수 캠프에 합류한 송호창 의원뿐이다. 문재인 민주당 의원은 대선 후보 시절 “정당 바깥에서 ‘정치를 바꿔야 한다. 정당을 혁신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다. 나도 정치에 참여하기 이전에 늘 그래왔다”고 말한 적이 있다. 당장 의정 활동의 기본인 입법 활동도 여의치 않다. 법안 발의에는 최소 10명이 필요하고, 발의하더라도 교섭단체의 동의 없이는 통과시키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제도권 안에서는 성과로 평가를 받는데, 무소속이라는 한계 때문에 법안 발의, 정책 제안 등이 주목을 받거나 성과로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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