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특집> 버진아일랜드 역외탈세 논란과 이재용의 해외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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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씨가 전화로 스위스 UBS은행을 통해 조희준의 대리인인 전 보루네오 가구 위상식 회장의 딸인 위승연 씨의 차명계좌로 승금했다. 이런 방법으로 이씨는 조희준씨에게 20여차례에 걸쳐 수십억엔을 송금했다. 괄호안의 Ref. No. ITC-3283은 이재용씨의 스위스 UBS 계좌번호다.

최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공개한 버진아일랜드의 한국인 계좌에 대해 본국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를 비롯해, 한진해운 최은영 회장, 연극인 윤석화 등 각계각층의 유명 인사들이 이곳에 비밀계좌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났고, 국세청과 금융감독원 등의 유관기관은 즉시 불법여부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국세청 등이 역외탈세나 해외비자금 등을 ‘발본색원’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이번 기회에 버진아일랜드 비밀계좌 뿐만 아니라 언론을 통해 공개된 다른 해외비자금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선데이저널>이 지난 2003년부터 보도했던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해외비자금을 비롯한 재벌 2세들의 비밀계좌다. 당시 본지는 스위스 USB은행에 개설된 계좌와 송금 내역 등을 자세히 공개했고 이것은 시사저널을 비롯한 본국 언론에 상세하게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삼성과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노무현 정부는 이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본지가 이 부회장의 비자금과 함께 공개한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의 아들 조희준 씨의 비자금에 대해서도 그냥 지나쳤다. 최고의 종교권력이었던 조용기 원로목사를 건드리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본지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조세피난처 케이만 군도에 법인을 세우고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보도한 바 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가 역외탈세에 대해 전쟁을 선언한 만큼 이 부회장의 해외비자금에 대해 전면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 본보가 지난 2003년 입수해 공개한 10억엔에 달하는 지불각서(promissiory Note). 조희준씨가 이재용 씨에게 10억엔의 거금에 대한 약속으로 지불각서를 발행한 것이다.
이재용 씨의 공식 영문 이름 Jay Y. Lee가 눈에 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해외비밀계좌의 원조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 회장은 20대 후반이던 1995년에 이미 스위스 USB은행에 비밀계좌를 개설하고 수천만달러에 달하는 비자금을 은닉해놓았다. 이 부회장 뿐만 아니라 조희준 씨 역시 비밀계좌를 개설하고 주식시장에서 거액을 운용해왔다. 재벌 2세들의 비자금은 아시아 증권전문가 마쯔오카 히데오(한국명 박준홍) 등을 통해서 조성됐다. 이는 버진아일랜드 비밀계좌개설과 상당히 유사하다. 버진아일랜드를 비롯한 조세피난처에 계좌를 개설한 이들 역시 현지 전문브로커를 통해서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세정당국이 본지가 제기했던 이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과정이나 돈의 흐름을 살펴보면 역외탈세를 적발해내는 것이 상당히 수월할 수도 있다.


철저하게 계획된 비자금 조성


지난 92년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한 이재용 부회장은 졸업과 동시에 ‘경영자 수업’을 위해 삼성 JAPAN의 간부를 역임하며 일본 게이오 대학 대학원 경영관리연구 석사과정을 거치게 된다. 바로 이 시기에 이재용 씨는 업무관계 상 일본 출장이 잦았던 한국 재벌기업 2세들과의 정기적 만남을 가졌다. 여기서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원로목사의 둘째 아들 조희준 씨와 잦은 만남을 갖게 된다. 이 시기인 1995년 조 씨가 일본 여성과의 두 번째 결혼을 계기로 일본에서 정착을 하려했던 시기다. 이 시기에 일본여성과 결혼함으로써 조희준 씨는 ‘오바야시 다이찌’라는 일본명을 얻게 되었으며, 이후 일본에서는 ‘오바야시 다이찌(大林大地)’라는 이름으로 활약하게 된다.



이 당시 ‘오바야시 다이찌’ 즉 조희준 씨는 증권 및 주식투자에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아시아 증권가의 풍운아’였던 마쯔오카 히데오(한국명 박준홍) 씨와 잦은 만남을 가졌다고 한다. 조 씨는 마쯔오카와 자주 어울리며 그 자신도 함께 새로운 ‘황제’로의 등극을 꿈꿨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조희준 씨는 이 과정에서 본국에서의 친분을 십분 활용해 재벌2세 및 유명 인사들의 자금을 끌어 들이기 시작했고, 바로 이러한 자금 속에 이재용 씨의 해외자금이 흘러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조 씨와의 자금거래를 통해서 이 부회장의 비자금 계좌들이 하나 둘 드러났고 본지가 그 계좌들을 찾아냈다. 당시 이 부회장의 계좌는 스위스 UBS은행에 개설되어 있었고, 이 계좌에서 미화 1,000만 달러에 이르는 돈이 일본으로 건너간 사실이 드러났다. 95년에 거액의 돈이 흘러온 것을 보면 스위스에는 이미 비자금 계좌가 운영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씨는 당시 본보가 입수한 여러 장의 송금통지서를 분석해 본 결과 철저하게 준비된 차명계좌를 통해 분산시켜 자금을 이동시켰다. 삼성 주변에서는 이러한 해외계좌를 통해 이재용 씨가 관리하고 있는 금액이 천문학적 금액인 수천만 달러에 이른다는 주장도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본보가 2003년 긴급 입수한 자료를 분석해보면 ‘FIC(Future Investment Company)’의 대표취체역 사장이었던 마쯔오카 히데오(한국명 박준홍) 씨가 비서실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계좌에 미화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영국계 메이져 은행인 스탠다드 챠터 뱅크(Standard Chatered Bank) 동경지점을 통해 송금한 사실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본보는 당시 유학생 신분에 불과한 이재용씨에게 보내진 송금의뢰서(Remittance Application) 네 장의 증거물을 전격 입수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었다. 긴급 입수한 네 장의 송금의뢰서를 살펴보면 ‘수취인란’에 이재용(MR. Lee, Jay Yong)이라는 영문 명이 선명히 적혀져 있고, [363-100-17374]라는 계좌번호(Acccount number)가 네 장에 동일하게 적혀있음을 알 수 있다. 본지가 취재한 바로는 아직도 이 계좌가 존재하고 있으나 지금도 사용하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인 할 수가 없었다.




재벌2세들의 추악한 돈 잔치


당시 본보가 긴급 입수한 이번 자료를 분석해보면 ‘FIC(Future Investment Company)’의  사장이었던 마쯔오카 히데오(한국명 박준홍)씨가 비서실에 지시하여 미화 수십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영국계 은행인 스탠다드 챠터 뱅크(Standard Chatered Bank) 동경지점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계좌가 있는 홍콩지점으로 전달했다. 본보는 이러한 송금이 이뤄진 송금의뢰서(Remittance Application) 네 장을 전격 입수(사진참조)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긴급 입수했던 네 장의 송금의뢰서의 수취인 란에 이재용(MR. Lee, Jay Yong)이라는 영문명이 선명히 적혀져 있고, [363-100-17374]라는 계좌번호(Acccount number)가 네 장에 동일하게 적혀있었다. 특히 미들 네임으로 사용된 ‘Jay’는 이 부회장이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Jay’라는 이름을 사용했다고 확인되었다. 즉 송금의뢰서(Remittance Application)를 통해 이 부회장이 네 명의 명의로 모종의 비자금을 분산 송금 받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본지가 96년 8월 1일자 스탠다드 챠터 뱅크 동경지점의 직인이 찍힌 송금의뢰서 네 장에 나타나 있는 네 명의 송금자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조희준 씨, 마쯔오카 씨의 합병법인 ‘FIC’ 투자회사의 비서실 간부들과 중역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본지는 조희준 씨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발행한 프로미서리 노트까지 함께 입수해 공개했다. 다음은 프로미서리 노트(지불이행각서)의 전문이다.
<나 조희준은 받은 돈 10억 엔에 대하여 무조건적으로 철회함 없이 2401 펜실베니아 에비뉴 #807 워싱턴에 거주하는 이재용(수혜자, 이 용어는 승계자, 양수인 등의 뜻을 포함함)에게 혹은 그의 첫번째 지정하는 사람에게 십억엔의 원금을 갚겠다. 이 어음에 의한 모든 원금의 상환은 전액 일본 엔으로 지불할 것이고, 어떤 이유에 의한 감액이나 반소를 하지 않을 것이며 세금이나 관세 등의 이유로 금액을 떼지 않겠다. 이 약속어음 발행인, 배서 양도인, 보증인은 원금상환을 위한 고소나 불명예에 대한 ‘경고, 고발’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수혜자는 자유롭게 이 어음 원금과 이자 그리고 그 외의 혜택의 일부나 전부를 양도할 수 있다. 이 약속어음과 당사자들의 권리와 의무는 홍콩의 법에 의해 규제되고 나는 홍콩법원 관할에 취소 불능임을 제출한다.>
이러한 자료들을 통해 드러난 재벌 2세들의 추악한 돈 잔치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버진아일랜드 비자금의 원조격이라고 할 수 있다. 불과 20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스위스와 홍콩 등지에 거액의 비밀계좌를 운영하면서 돈놀음을 한 것은 재벌들의 모럴헤저드를 극명하게 드러낸 사례다. 20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런 거액의 비밀계좌를 개설할 수 있었고 일본, 홍콩, 미국 등 제3국을 넘나들며 돈놀이를 한 것은 그야말로 회사 차원의 지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점은 국내 1위 회사인 삼성의 도덕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이 기사부분은 오프라인 편집과정에서 실수가 있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재벌들의 비밀계좌·비밀부동산


이재용 부회장의 비밀스런 재산관리는 범삼성가 특유의 방법일 수도 있다. 본보는 이 부회장 뿐만 아니라 그의 고모인 신세계그룹 이명희 회장의 차명부동산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이명희 회장의 별장은 세계적 명문 휴양소인 PGA 웨스트 골프코스 안에 위치한 초호화 저택이었다. 5개의 침실과 7개의 화장실(2개 부속 화장실 포함)이 딸린 이 저택은 6,026스퀘어피트 규모로 전체 대지는 14,810스퀘어피트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별장의 주소지는 ‘55780 페블비치 라퀸타’로 현재 소유주는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Stein Chang A’였다. 95년 4월 3일 자로 ‘Stein Chang A’라는 명의로 매입했다는 정황이 발견됐을 뿐 신세계 이명희 회장과의 연관고리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Stein Chang A’는 54015 Southern Hills La Quinta 주소지에 또 다른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었다.
취재 결과 ‘Stein, Chang A’ 씨는 한국인 현창애 씨로 현재 미국인 남편의 성인 ‘Stein’을 따르고 있었다. 현 씨는 1961년 미스코리아 미 출신으로 신세계 이명희 회장과는 이화여고 동창이며 오랜 기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지인으로 드러났다.












 ▲ 신세계그룹 이명희 명예회장은 95년  팜스프링스 PGA골프단지내에 있는 수백만달러 짜리 초 호화별장을LA거주 동창생인 미스코리아 출신 장모씨 명의로 차명매입한 사실이 본지 취재 결과 드러났다.


현 씨는 신세계 그룹 이명희 회장과는 이화여고 동창으로 오랜 기간 친분관계를 유지해 왔으며, 이 회장이 미국을 방문할 때마다 골프친구로 상호 간 친분을 두텁게 키워온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 씨와 이명희 회장 모두 골프라는 취미생활을 매개체로 여자프로골퍼인 김 모 씨를 비롯해 LA유명인사 부인들과 동반 라운딩을 펼쳤다는 소문은 이미 오래전부터 자자했다. 싱글 플레이어인 두 사람의 골프사랑은 유별나기로 정평이 나 있으며 골프를 즐기기 위해 팜스프링으로 이주할 정도로 남달랐다. 이런 두 사람과의 관계를 미루어볼 때 현 씨 소유의 저택은 이명희 회장의 차명부동산이었다는 의혹을 제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의혹 역시 본보 보도 후 국세청과 검찰 등에서 살펴봤으나 수사로까지 이어지는 않았다.
삼성가의 골프사랑은 고 이병철 회장부터 남다르다. 아들 이건희 회장은 골프도 잘 치지 않지만 골프 사랑은 각별하다. 그래서인지 이미 90년대 초부터 LA최고의 명문골프 코스인 쉐어우드의 멤버로 지금도 골프장 라커에 가면 이 회장의 이름이 선명히 적힌 개인 락커가 있다. 또 아들 이재용 부회장도 최근 LA 3대 명문 프라이벳 골프장인 LA컨트리 클럽의 멤버가 되었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현지 투자 컨설팅 회사 명의로 매입했다는 후문이다. 회원 가입조건이 까다로워 기존 회원 5명의 가입 동의서를 받아 멤버가 됐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 클럽 멤버 가입비는 15만 달러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한국인 회원은 한명도 없다.


한화 김승연 회장 베버리힐스 호화콘도 매입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도 본지가 조세피난처를 통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대표적인 재벌이다. 본지와 재미블로거 안치용 씨가 이와 같은 의혹은 지난 2011년 보도한 바 있었다. 이 사건의 시초는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회장은 지난 92년 2월 25일 자로 470만 달러 전액 현찰을 주고 ‘1523 Hidden Valley Rd. Thousand Oaks, CA’ 소재 별장을 영화배우 실베스타 스탤론으로부터 매입했었다. 그런데 김 회장은 이 별장을 매입한지 한달여 뒤인 3월 30일 조세피난처 케이만 군도에 설립돼 있는 ‘퍼시픽 리소스 Inc.(Pacific Resources INC : PRI)’ 사로 돌연 매도했었는데, 이는 김승연 회장의 경기고등학교 동창이자 계열사 임원이었던 김 모 씨가 대표인 회사로 되돌려 주었다는 식의 근거로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본지와 안치용 씨가 뒤늦게 찾아낸 바에 따르면 케이만 군도의 PRI사는 처음부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대표로 등재된 법인체였으며, 한마디로 김 회장의 92년 당시 별장 소유권 이전거래는 세금폭탄을 피하는 동시에 해외재산을 은닉하기 위한 방편으로 활용됐다.
본지가 2011년 입수한 이 별장의 등기부등본 히스토리에 따르면 지난 2000년 6월 1일 부로 소유주가 케이만 군도 소재 PRI  사에서 캘리포니아주 등록법인인 ‘와이트 이글 랜치(White Eagle Ranch LLC.)’로 바뀌어져 있었다. 현 소유주로 등재돼 있는 ‘와이트 이글 랜치’ 법인체의 등록과정을 확인한 결과 지난 2000년 4월 25일 자로 캘리포니아주 법인으로 등록됐으며, 에이전트는 한인 ‘윤원희(Youn Onehi)’ 씨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법인체의 등록 에이전트인 윤원희 씨는 문제의 별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다가 지난 2010년 5월 콘도를 매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반적 매매과정과는 달리 한인 스펜서 김 씨의 개인 1차 융자를 통해 약 40만 달러 이상을 조달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여기서 등장하는 스펜서 김 씨가 문제의 ‘실베스터 스탤론’ 별장과 무관치 않은 여러 정황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펜서 H 김 씨(한국명 김수형)’는 경기고등학교 재학 도중 미국으로 도미한 뒤 자수성가한 엄청난 재력가로 이미 LA 한인사회에서도 널리 잘 알려진 인사다. 그는 연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시볼 코퍼레이션의 대표로서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방미해 뉴욕을 방문했을 당시 현대그룹 정몽구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등과 함께 환영만찬 리셉션 행사의 메인 초대자로 참석해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인물이며 미 정관계 인사들과 돈독한 친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연결고리로 인해 화려한 이력의 스펜서 김 회장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별장 차명 관리인이거나 재산 관리인일 가능성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정부가 결자해지해야


이처럼 명확한 사실이 본지보도를 통해 드러났음에도 한국 정부는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수사에 나섰던 적이 없었다. 검찰과 국세청 등에서 내사를 하긴 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본격적인 수사로까지 확대되지 못했다. 정부의 이런 미온적인 대응은 현재 버진아일랜드를 비롯한 조세피난처의 비밀계좌 개설을 사실상 도운 셈이다.
따라서 결제해지 차원에서 이 문제는 한국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불법여부가 불확실한 버진아일랜드 비밀계좌보다 이재용 부회장이나 조희준 씨 등 본지를 통해 객관적 자료가 드러난 계좌에 대한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명희 회장이나 김승연 회장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받고 있는 혐의는 외환거래법 위반이나 횡령 및 탈세 혐의가 너무나 명백하기 때문이다.
만약 이 문제를 들여다본다면 여기서 가지 치는 다른 혐의들도 드러날 것이 너무나 뻔하다. 정부는 그동안 본지를 통해 제기된 해외비자금 의혹을 모른척 한다면 그야말로 이번 조사 역시 ‘생색내기’일 뿐이다.








전재국의 페이퍼컴퍼니, 전두환 비자금 그 실체 드러나나












이번 ICIJ의 자료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가 조세 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 점이다. 따라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출판 회사 시공사 대표인 전재국씨는 2004년 7월 28일 버진아일랜드에 ‘블루아도니스’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는데, 전 씨는 이 회사의 단독 이사이면서 단독 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전씨의 주소로 적힌 곳은 서울 서초동의 시공사 본사 주소와 일치했다. 전 씨가 만든 페이퍼컴퍼니는 자본금 5만달러짜리로 등록됐지만 실제로는 1달러짜리 주식 1주만 발행한 것으로 드러나 사업 목적보다는 검은돈 거래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전형적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됐다.

전씨는 또 페이퍼컴퍼니의 해외 계좌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다급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전씨의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도운 싱가포르 법률 회사와 페이퍼컴퍼니 등록 대행업체 직원들이 주고받은 이메일을 보면 ‘고객인 전재국씨의 은행 계좌에 들어 있는 돈이 모두 잠겨 있다. 이 때문에 전 씨가 몹시 화가 나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메일이 오간 시점은 2004년 9월 17일로 동생 재용씨가 아버지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비자금 73억원을 관리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형을 받고 수감 중이었다. 전재용씨는 다음 달인 10월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전씨가 급히 해외 계좌를 만들려 한 이유는 뭘까. 전재국씨는 확인된 주식 등 금융 자산과 부동산 가격(공시지가 기준)만 합쳐도 자산이 300억원대에 이른다. 전씨는 시공사와 리브로, 음악세계 등 출판사와 만화, 유통, 교육 등 출판 관련 회사 10곳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에 따르면 시공사는 지난해 매출 442억원에 영업이익 30억원을 기록했고, 전씨는 이 회사 지분 50.5%를 갖고 있다. 전씨는 또 시공사 사옥 외에 서초동 땅과 건물 두 채, 서울 종로구 평창동 건물과 땅도 갖고 있다.
인터넷 언론 뉴스타파의 폭로 내용 중 또 주목되는 부분은 전씨가 큰손들의 비자금 피난처로 주목받고 있는 싱가포르를 활용했다는 점이다. 전씨는 페이퍼컴퍼니의 법인 계좌를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에 개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이 계좌를 통해 어떤 자금이 얼마나 오갔는지가 주목받고 있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이 은행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큰손 고객을 위주로 영업하는 프라이빗뱅킹 은행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국인 간부 2명이 이 은행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밝혀져 한국인 큰손이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한국인 간부들은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드러났던 SK증권 부회장 출신인 조민호씨의 계좌도 관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전씨의 해외 계좌와 페이퍼컴퍼니의 활동 내용을 추적할 수 있는가이다. 금융감독원은 “전재국씨 건을 포함해 최근 드러난 조세 피난처의 불법 법인 설립 의혹을 전부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외국 계좌에 대한 조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전재국씨 본인을 통해 해외 거래 내용을 소명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단 해외 계좌 개설 당시 필요한 법인 관련 서류, 즉 등기부등본이나 주주 명부 등을 제출받을 예정이다. 또한 본인 명의로 해외에 송금했다면 국내 은행에 기록이 있을 테니 이 부분도 제출받겠다는 생각이다. 또 해외에 법인을 설립할 때 외국환은행에 신고해야 하는데, 신고 의무를 어겼는지를 알아보겠다는 입장이다. 국세청도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개인 정보와 이번에 드러난 전씨의 페이퍼컴퍼니 및 해외 계좌를 대조해보는 등 사실 확인을 해본 뒤 탈세 여부가 드러나면 세무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재국씨는 이날 보도 자료를 내고 “1989년 미국 유학 생활을 일시 중지하고 귀국할 당시 가지고 있던 학비, 생활비 등을 관련 은행의 권유에 따라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면서 “부친(전두환 전 대통령)과는 전혀 관련이 없으며, 탈세나 재산 은닉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내 재산을 외국으로 반출한 사실도 없으며, 현재 외국에 보유 중인 금융자산은 전혀 없다”면서 “이번 일과 관련하여 관계 기관의 조사가 이뤄진다면 그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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