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경제> 외화 범람에 두 손 든 북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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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중국 화폐와 미 달러화가 북한 화폐보다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김정은이 지휘하는 지도부가 경제에 대한 통제 능력을 잃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북한 전문가와 탈북자 그리고 북한과 중국 국경지대의 상인들은  북한이 지난  2009년 화폐개혁 이후 달러화나 중국의 위안화 사용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에서 북한의 뉴스와 정보를 전하는 웹사이트데일리 NK가 북한 원화 환율을 조사한 결과, 암시장에서 북한의 원화는 화폐개혁 이후 달러화에 대해 그 가치가 99% 이상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화폐가치 하락이 궁극적으로 김정은 정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북한에서 외 화 사용이 증가함으로써 북한이 경제정책을 수행하는 데 어려움이 커지고 있으며 따라서 단속을 피할 수 있는 곳에 사경제가 생기는 결과를 낳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NBC 뉴스는 최근 북한에서 외화 사용이 급증, 북한 경제가 외환에 항복했다는 특집기사를 인터넷판에 게재했다.
김 현(취재부기자)













▲ 북한의 평양에서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미국 달러가 주로 통용되는 반면 평양 이외 지역에서는 중국 위안회가 통용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평양 시내 제1백화점의 모습) ⓒ연합뉴스

현재 북한 정권은 외화 사용을 근절시키기 보다는 단속도 포기한 상태다. 외화가 얼마나 통용되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정이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북한의 전체 경제가치 2백15억 달러 중 통용되는 외화는 20억 달러로 추정했다. 북한은 경제 자료를 발포하지 않고 있다.
페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북한 전문가 마커스 놀랜드는 “북한에서 달러화나 위안화의 사용이 만연하고 있지만 정권이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 북한은 시장을 진정시키고, 모두가 북한의 원화를 사용하도록 지난 20년 간 줄다리기 싸움을 해왔지만 이를 수행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에서의 통치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정부가 파는 것을 사려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 혜산과 국경지대인 지린성 장바이의 한 중국 상인은 그가 상대한 북한 관리들이 원하는 것은 식품이나 다른 상품이 아닌 위안화뿐이라고 말한다.


외화 통용 20억 달러 이상 추산


이들의 거래에서 발생한 위안화는 곧바로 혜산시에서 통용된다. 19만 명이 거주하는 산업도시인 혜산시는 1990년대 이후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장바이에서 의약품과 차 등의 상품을 판매하는 이 중국 상인은 북한인들이 원하는 것은 외화뿐이라고 말했다. 이 상인은 그의 사업과 북한의 상거래 파트너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며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했다.
데일리 NK는 혜산의 한 노천시장에서 비밀리에 촬영한 비디오를 지난 4월 웹사이트에 올렸다. 이 비디오에서 노천시장의 상인들은 장갑이나 의복을 팔면서 가격을 위안화로 외치거나 위안화로 대금을 받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북한 정권은 외화 사용을 중지하라는 캠페인을 주기적으로 벌이고 있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해 외화를 유통하면 범죄로 취급해 사형까지 받을 수 있도록 했다고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연맹(International Federation for Human Right)이 지난달 보고서에서 밝혔다.
또 다른 인권단체인 인권워치(Human Right Watch)는 최근 2년 간의 탈북자 90명 이상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경제범으로 처벌을 받은 사람들이지만 외화를 지니거나 사용했다고 벌을 받은 적은 없다고 했다.
탈북자들은 조심스럽게 말을 전했다. 평양에 살다 중국으로 탈출한 한 북한인은 “사람들이 외화를 집안의 마루 밑에 숨겨놓거나 뒷산의 언덕 밑에 묻어 놓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정부를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은행에 돈을 맡기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가치 없는 북한 원화 인플레 재촉


김정은의 아버지 김정일이 지난 2009년 11월 갑작스런 화폐 재평가를 지시했을 때 북한 원화는 무너졌다. 북한은 새 지폐로 교환할 수 있는 구 지폐 액수를 제한했다. 당시 사경제 활동에 대한 공격으로 보인 이 조치는 오히려 외화를 더 소유하도록 자극시켰다. 
이 조치는 또 인플레이션을 재촉했고, 한국정보기관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심한 독재국가인 북한에서 시민들의 소요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화폐개혁을 감독하는 경제 관리들이 처형을 당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달러화는 공식적 외국 무역에 사용되기 때문에 지난 수십 년간 북한에서 통용돼왔다. 



위안화 사용의 증가는 최근의 현상으로 북한과 중국 간의 무역에서 위완화가 통용되며, 그리고 1천4백 킬로미터의 국경에서 밀무역이 성행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국경지대에서 화폐의 교환이 이뤄진다. 북한이 중국과의 공식 무역량은 연간 60억 달러이다.  
화폐개혁 이후 암시장 거래가 늘어남으로써 원화의 가치가 얼마나 많이 떨어졌는가를 설명해준다. 북한 원화는 달러화에 30대 1에서 8천5백대 1로 가치가 폭락한 것으로 데일리 NK는 전했다. 현재 공식적인 환율은 달러당 130원이다.
북한 내 데일리NK 소식통들은 혜산과 신의주 그리고 평양에서 매 2주마다 보고를 해오고 있다. 국경지대에서는 모든 거래의 90%가 외화로 이뤄지고 있고 이밖의 다른 지역의 사경제에서도 거래의 50-80%가 외화로 통용된다고 데일리 NK의 국제부장 크리스토퍼 그린은 추정했다.


비공식 경제가 공식 경제 앞질러


북한에서 상품의 가격 표시도 원화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동용승 수석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맥주나 대학 준비과정, 아파트 등의 가격이 미 달러화로 표시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지난 2000년 북한에서 통용되는 외화를 10억 달러로 추산했다. 동 수석 연구원은 현재 사용되는 외화는 20억 달러로 추정되며 이 중 절반이 달러화이고,  40%가 위안화, 10%는 유로화로 추산된다고 로이터 통신과 회견에서 말했다.
무역회사들은 정부의 수출과 수입용 쿼타를 이용하기 때문에 정부가 책정한 가격에서 벗어난 가격으로 이익을 발생하면 그 달러화는 시장으로 스며들고 있다고 동 수석 연구원은 전했다. 북한이 현재 사용 중인 원화의 총액은 추정이 불가능한 것으로 동 수석연구원은 덧붙였다.
동 수석연구원은 북한의 비공식 경제가 공식적인 정부 주도의 경제보다 규모가 더 크다고 말하고 외화 환전이 없다면 경제는 기능이 중단될 상태라고 했다.
북한은 고질의 1백 달러 위조 지폐를 만들고 있다고 미 정부가 비난한 적이 있다. 이 위조 지폐는 북한 내에서 사용되기 보다는 해외에서 정권을 위한 현찰을 모으는데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의 북한 경제 전문가는 주체사상을 따르라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외화 사용을 중단시킬 의지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자들을 상대로 달러와 위안화 사용에 대한 연구를 해왔다. 그에 따르면 북한의 엘리트들은 달러화를 선호하지만 일반인들은 위안화를 원한다. 
평양을 10년 이상이나 방문했던 한 유럽 대사관의 관리는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위안화 사용이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리는 모든 점포의 상품 가격은 달러와 위안, 유로화로 표시된다고 설명했다.


개성공단 임금, 한화 아닌 달러 지불


탈북자인 호지성 씨에 따르면 사람들은 시장에서 쌀과 생필품들을 구매하고 위안화로 지불한다. 호 씨는 북한의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원 코리아(One Korea)에 따르면 탈북자들의 70% 정도가 북한의 가족들에게 현금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원 코리아는 탈북자들을 돕는 한국의 연구단체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해 탈북자들의 돈이 북한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보도한 바 있다. 탈북자들이 중국의 은행으로 돈을 보내면 한국계 중국인들로 이뤄진 지하조직이 이 돈을 찾아 국경을 이용해 북한의 탈북자 가족들에게 매년 1천만 달러를 위안화로 보내고 있다. 
북한에서 한국 돈을 사용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최근 폐쇄된 개성공단은 5만3천 명의 북한인들이 일을 하지만 임금은 한화가 아닌 달러화로 북한 관리들에게 전달된다.
북한 정권이 외화의 현실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했다는 조그만 징조들이 보이고 있다. 북한 나선경제특구의 한 은행은 1 위안을 1천2백 북한 원화로, 1달러를 7천3백50원으로 환전하고 있다. 이는 1달러에 130원이라는 북한의 공식 환률과는 한참 거리가 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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