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 국정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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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한국 관련 글을 쓰는 나에게 한국뉴스를 24시간 라이브로 방송해 주는 뉴스 전문채널 YTN은 착하고 고맙기 그지없는 매체입니다. YTN에서 깜짝 놀랄 한국의 사건 사고 소식을 보고 서울의 친지에게 안부전화를 하면, 그들은 금시초문인양 “웬 봉창 두드리는 소리냐”고 반문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국소식을 이렇게 본국인들 보다 미국 사는 교포들이 먼저 들을 수도 있는 세상이 됐지만, 답답할 때도 있습니다. 가령 월드컵 축구중계 같은 것은 예선 본선 모두 LA서는 볼 수 없어, 남의 나라에 와 사는 ‘나그네 설움’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아시아나 사고소식을 채널 돌려가며 보던 지난 일요일(7월 7일) 아침, 터키에서 그 시간에  열리고 있던 청소년 월드컵(U-20) 8강전 소식이 궁금했습니다, 게임이 시작된 지 한 시간 쯤 지난 한국시각 월요일 새벽 1시, 경기 결과가 궁금해 YTN과 인터넷을 찾았지만, 전반전 스코어를 보도해 주는 매체는 없었습니다.
이럴 때 나는 이외수를 만나러 갑니다. 이외수 트위터에 들어 가 보니 짐작대로 “방금 전 전반전이 끝났습니다. 우리가 2대 1로 뒤지고 있습니다”라는 이외수 작가의 트윗이 떠 있었습니다. 한국시각 7월 8일 새벽1시 10분께였지요.


연예인 결혼 러시는 정치음모?


 올해 나이 67살로 내일 모레면 고희가 되는 이외수는, 요즘도 새벽 두 세시 까지 잠 안자고 컴퓨터 앞에 앉아 ‘트위터 놀음’을 합니다. 이날 새벽 그는 한국 팀이 승부차기 끝에 이라크에 패배한 소식 까지, 축구 소식으로만 8개의 트윗을 올렸습니다.
이날 내가 확인한 이외수의 트위터 팔로워는 165만 3천7백55명이었습니다. 최근 혼외아들 양육비 문제로 ‘숨겨둔 여인’으로부터 소송을 당해 이미지가 많이 헝클어졌지만, ‘트위터 대통령 이외수’의 존재감은 여전히 창대(昌大)해 보였습니다.
 “이외수의 트위터가 요즘 트위스트 춤을 춘다”는 비판과 조롱도 없지 않습니다. 주로 정치문제 트윗 때 이런 힐난성 댓글이 따라 붙습니다. 그의 정치적 색깔은 진보 쪽입니다. 청소년 축구를 트위터로 생중계(?)하느라 바쁜 와중에서도 2개의 정치 트윗을 날렸습니다. 요즘 나꼼수 대신 뜨고 있는 진보성향의 인터넷 독립매체 <뉴스타파>를 응원하자는 글과, 국정원 규탄 촛불집회 소식을 언론이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는 글등 2편을 트윗했습니다.
 지난 7월 3일 이외수 트위터엔 다음과 같은 글이 떴습니다.
“…요즘은 연예인 스캔들이 터지기만 하면 또 뭔가 덮을 게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위층의 비리가 불거질 때 마다 연예인의 스캔들이 동시 상영되는 바람에 너무 뻔한 수법이다 싶어 이제는 도무지 신뢰감이 안가는 거지요….”
이른바 음모론입니다. 가수 이효리와 이상순, 배우 원빈과 이나영, 축구스타 기성용과 배우 한혜진, 배우 이병헌과 이민정, 가수 장윤정과 아나운서 도경완등 요 며칠새 잇달아 터져 나오는 인기 스타들의 결혼발표나 열애설들이 국정원 댓글사건을 덮기 위한 정치음모라고
그는 믿는 것 같습니다. 아시아나 추락사고도 국정원 짓이라는 일부 네티즌들의 트윗과도 맥이 통합니다.
정부 여당이 정치적 위기탈출의 수단으로 연예인 스캔들을 이용하려면 청와대나 국정원 같은 최고 권력기관이 힘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요즘 동네북처럼 얻어터지고 있는 국정원과 청와대가, 대중문화계 최고의 블루칩인 섹시가수 이효리의 시집가는 일 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할 힘이 과연 있는지 의문입니다. 그들 자신이 이미 막강한 이 시대의 문화 권력이 된 연예계 톱스타들의 사생활을, 힘 빠진 정치권력이 쥐락펴락 할 수 있다고 믿는 발상자체가 시대착오적이지 않을까요.

검찰총장의 ‘배신 때리기’


요즘 박근혜 대통령의 꿈자리를 뒤숭숭하게 만들고 있는 사람은 이 정부의 초대 검찰총장인 채동욱입니다. 박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검찰총장 임명장의 잉크가 채 마르기 전에, 그는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장 원세훈을 정치개입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이 때문에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난감해졌지요. 여권 일각에선 채동욱이 저만 살려고 대통령을 향한 ‘배신 때리기‘에 나섰다고 흥분하고 있습니다.
채 총장은, “정치개입 혐의는 몰라도 공직 선거법 위반까지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검찰 내 다수 의견을 뚝심으로 밀어내고, 원세훈에게 선거법 위반도 덧씌워 기소했습니다. 검찰은 선거법 위반으로 원세훈을 구속하는게 어렵게 되자 개인비리를 걸어 끝내 교도소에 보내는 집요함을 보였습니다.
지난 대선 때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올렸다는 인터넷 댓글 사건 재판이 만약 선거법 위반 판결을 받으면,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은 크게 훼손됩니다. 자칫 대통령 하야론이 제기될 수도 있습니다. 요즘 매일같이 벌어지는 재야단체들의 댓글 촛불집회에선 이미 ‘박근혜 아웃’ 구호가 나오기 시작했고, 제1야당인 민주당 일각에서도 선거 원천무효, 대통령 탄핵 같은 초강경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원세훈 재판의 주임검사 진재선은 PD(민중민주)계열 학생 운동권 출신으로, 검사임용 후에도 좌파단체에 후원금을 내 온 정치색깔 짙은 인물입니다. 국가보안법 철폐와 미군철수, 맥아더 동상 파괴등 종북좌파 성향을 뚜렷이 보여 온 <사회진보연대>의 열렬한 지지 후원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인물을 채동욱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재판이 될 수 밖에 없는 원세훈 재판에 주임검사로 투입했습니다. 여권으로서는 당혹감과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대목이지만, 여론은 어쨌든 채동욱 검찰에 우호적입니다. 지난해 검란(檢亂)으로 만신창이가 된 검찰의 위상을 이 기회에 회복하자는 조직 내의 열망도 뜨겁습니다.


국정조사는 봉숭아 학당 꼴


이런 판국에 국회는 댓글사건 국정조사라는 걸 시작했습니다. 검찰이 수사를 안하거나 수사가 미진할 때, 혹은 정치권력에 의해 수사가 방해받고 있다고 의심될 때,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하는 게 정상입니다. 검찰총장이 운동권 출신 검사까지 동원해 이명박-박근혜 두 보수정권의 정치적 비리와 선거법 위반을 파헤치겠다고 나선 판에, 강제 수사권도 없는 입법부가 국정조사 카드를 꺼내 설쳐대는 모양새는 뒤웅박 차고 바람 잡는 격입니다.
지금까지 여러차례 국정조사가 있었지만, 검찰수사 이상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진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여야가 서로 치고 받고 싸우며 함께 상처를 입고, 그것을 보는 국민들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정치혐오감만 안겨줬을 뿐입니다. 이번 국정조사도 ‘처클 헤드‘에 목소리만 큰 몇몇 의원들이 설쳐대는 무위(無爲)의 ‘봉숭아학당’꼴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못남’들에 희망 준 이효리 결혼


이효리가 시집간다는데 온 세상 남자들이 난리법석입니다. 한국 뿐 아니라 한류가 힘을 쓰고 있는 중국 동남아 여러 나라의 남자들 까지, 이효리의 9월 결혼소식에 환호-낙망-비탄-축하의 복잡한 감정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외수 작가가 이효리 결혼을 정치음모로 몰아가고 있을 때, 중국의 네티즌들은 그녀의 남친인 이상순을 ‘못생긴 남자들의 마지막 희망’이라며 박수를 쳤습니다. ‘평균이하’의 외모로 최고의 미녀스타를 아내로 낚아챈 이상순의 ‘대박인생’이, 코미디언 이주일의 말마따나 ‘못생겨서 죄송한’ 많은 ‘못남’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모양입니다.
이효리는 예쁘고 섹시하고, 춤과 노래 끝내주고, 성격 시원시원하고, 게다가 평생 쓰고도 남을 돈까지 엄청 갖고 있는 ‘만인의 엄친딸’입니다. 그런 이효리가 못 생기고, 가난뱅이에다, 알아주는 사람 없는 무명가수에, 김밥장사 아줌마의 아들인, 마흔 살 다 된 아저씨 같은 남자의 품에 ‘오직 사랑으로’ 안겼습니다. 정치판의 엉머구리 소리에 진저리가 난 사람들에게 이효리의 이 ‘별스럽지만 새콤달콤한’ 결혼소식은, 국정원 댓글사건 보다 훨씬 더 흥미진진한 가십으로 다가왔습니다. 국정조사 좋아하는 대한민국 국회가, 못생기고 가난한 마흔 살  노총각한테 시집가는 이효리가 가엽다며, 국정조사 하자고 나서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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