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누군가가 내 뒤를 쫓고 있다. 상대는 건장한 남성이다. 자경대원으로 총까지 들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국 플라로다주 샌포드에 살던 17세 소년은 저항했다. 누가 먼저 누구를 건드렸는지는 모른다.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킨 흑인 소년 살해사건, 이른바 ‘짐머먼 사건’이다. 이와 관련해 자경대원 조지 짐머먼에게 무죄 평결을 내렸던 한 배심원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트레이본 마틴은 자신의 죽음에 큰 책임이 있다.” 배심원 번호 ‘B37’은 15일 미국 CNN방송의 시사 프로그램 ‘앤더슨 쿠퍼 360’에서 얼굴에 어두운 조명을 드리운 채 이렇게 말했다. “짐머먼이 그에게 다가갔을 때, 마틴은 짐머먼을 그냥 무시하고 집에 갔을 수도 있었다”며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든지 간에 다시 돌아와서 싸움을 벌이지 않아도 될 뻔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죄 평결의 이유였던 짐머먼의 정당방위를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짐머먼이 처한 상황에서 그가 생명의 위협을 느꼈으리라는 건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짐머먼도 과도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면서 “상황을 이렇게까지 만든 데엔 두 사람 모두 책임이 있다”고 했다. 15~16일 이틀간 방송이 나간 후 ‘짐머먼 사건’에 대해 평결을 내렸던 6명의 배심원 가운데 4명은 성명을 통해 “배심원 B37이 방송에서 말한 내용은 개인의 견해일 뿐, 배심원 전체를 대표하는 의견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짐머먼 사건’ 배심원단은 백인 여성 5명과 히스패닉계 여성 한 명으로 구성됐었다. 배심원 B37은 성인 자녀 2명을 둔 백인 여성으로 알려졌다. 변호사인 남편과 함께 ‘짐머먼 사건’에 대한 평결 과정에서 느낀 개인적 경험을 책으로 내려다 여론이 악화되자 출판 계획을 철회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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