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취재2> 청백리 검찰 총수 채동욱의 ‘숨겨진 아들’ 파문 일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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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에서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최고의 권력기관인 국정원과 검찰, 청와대와 검찰이 맞붙어 패싸움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와 국정원이 한 패가 됐고, 검찰은 야권과 한패가 됐다. 진보좌파 언론들이 일제히 혼외 정사설에 시달리고 있는 검찰 총수를 두둔하고 나서는 장면도 낯설다.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대통령과 맞장을 뜨고 있는 형국이다. 검찰은 엊그제 채동욱 혼외 아들설을 ‘검찰 흔들기’로 규정하고, 정정보도-법적조치 등 모든 대응조치를 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채 총장은 유전자 검사 등으로 진실을 밝혀내겠다는 정면돌파 입장도 천명했다. 엊그제 아이의 어머니인 임모 여인은 조선과 한겨레 등 일부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아이의 아버지가 채씨인 것은 맞지만 채동욱 총장은 아니라고 밝혔다. 부산과 서울에서 술집을 할 때 채 총장을 손님으로 알고 지낸 사실은 인정했다. 아이가 채동욱처럼 훌륭히 자라라는 뜻에서 아이 아버지가 채 총장이라고 거짓말을 해왔다고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폈다. 문제의 핵심은 두 가지다. 채동욱 혼외 정사설의 진위 여부, 그리고 민감한 시기에 이를 특정언론에 흘려 정치 쟁점화 시킨 주체와 배후가 정말 청와대와 국정원이냐의 여부다.
<임춘훈 기자>

채동욱 혼외 아들설은 지난 9월 6일 조선일보의 특종보도로 처음 세간에 알려졌다. 신문은 “채 총장이 10여 년 간 한 여성과 혼외관계를 유지하며 아들을 두었다”고 충격적인 내용을 보도했고, 이에 대해 채 총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 응수하며 “검찰 흔들기에 굳건히 대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채동욱 총장은 검찰 내에서 도덕적으로 가장 깨끗한 청백리의 표상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당초 다른 인물을 총장 감으로 염두에 두었지만,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고위 공직자 후보들이 잇달아 낙마하자, 고심 끝에 채 총장 카드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 총장이 “털어도 먼지 한 점 나오지 않을” 무균질의 공직자로 알려졌기 때문에, 혼외 아들설은 국민들에게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더구나 당사자가 이렇다 할 반박자료를 내놓지 않자 보도내용이 사실일지 모른다는 추측과 함께 채 총장 조기 경질설이 한동안 정치권과 관가에 급속히 퍼져나갔다.
사안의 성격상 진위여부가 조속히 가려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이는 지난 8월 31일  뉴욕으로 조기유학을 떠났고 아이 어머니라는 임모여인(54)도 현재 잠적해 있는 상태다. 임여인은 채동욱이 부산지검 동부지청(1999~2000) 근무시절 술집을 하며 처음 알게 돼 아들(11)을 낳은 것으로 보도됐다.
이후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와 강남에서 카페를 운영했고, 채 총장은 지인들과 이 카페에 가끔 들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일보의 취재 결과 임여인은 서울 삼성동 아파트에 지난 2004년 3월 초 전입해 9년 넘게 거주했으며, 흰색 BMW를 타고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아들의 존재를 전면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아들로 지목된 채모군과 동반출국한 50대 남자는 뉴욕 퀸즈 서니사이드에 거주하는 재미교포 이모씨로 확인됐다. 그러나 채군이 현재 이씨의 거주지에 머물고 있는 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국정원 발 검찰 죽이기


야권과 진보좌파 언론들은 이번 채동욱 파동을 여권의 채동욱 검찰 흔들기로 거의 단정하는 분위기다. 흔들기의 주체로는 국정원이 지목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채 총장 혼외아들 의혹을 보도하며 출국일, 가족관계 등록부, 아파트 입주 카드 등 정부 부처의 협조 없이는 빼내기 힘든 정보를 일일이 나열했다. 조선일보 배후에 국정원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조선일보는 9월 6일 신문 1,2면 기사를 통해 채 총장에게 숨겨진 아들이 있다며 인사청문회에서 이를 은폐한 사실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채 총장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반박했지만 조선일보는 속보로 계속 혼외 아들설을 확대 재생산해 나갔다. 학교 관계자의 말을 빌려 혼외 아들 학교기록에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이라 적은 기록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이 확인한 결과 학교에서는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조선일보에서는 취재요청을 해온 바가 없다“는 답변을 얻어 냈다. 조선일보가 학교에서 직접 관련정보를 얻지 못했다면 남은 가능성은 ‘나이스’(교육행정 정보시스템)을 통한 정보 조회 밖에 없고 이것을 할 수 있는 곳은 국정원 밖에 없다는 것이 야권의 판단이다.



청와대가 열 받은 까닭


‘채동욱 죽이기’의 이유로 민주당은 검찰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을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하고 두 사람의 구속을 고집했기 때문이라 보고 있다. 채 총장이 운동권 출신 검사까지 앞세워 무리한 수사를 하고, 개인비리를 걸어 원세훈을 끝내 구속한 것을 용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어느 면에서 국정원 보다 더 격앙돼 있다. 박근혜 정부를 괴롭히고 있는 촛불 사태와 야당의 장외투쟁 등 최근의 정치적 악재는, 국정원의 단순 정치개입 사건인 댓글 사건을 선거법 위반혐의까지 적용시켜 박근혜 정부의 정통성을 크게 훼손시킨 검찰의 책임이며, 그 중심에 채동욱 총장이 있다고 청와대는 격분하고 있다.
혼외 아들설이 사실인지, 아니면 사실관계가 불명확한 국정원의 음모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청와대는 그동안 거의 통제불능 상태이던 검찰을 손보기 위해 채 총장의 경질을 여러 각도에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 및 야권의 반발과 여론의 역풍을 우려해 경질을 미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채 총장의 혐의가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나면 박근혜 정권으로서는 눈엣가시 하나를 큰 무리없이 제거할 수 있는 망외의 소득을 얻게되는 셈이다.


채동욱 경질 호기회?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은 지금 동네 북 신세가 돼 있다. 음지에서 일해야 할 국정원이 양지로 나와 연일 뉴스거리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대선 때의 댓글사건으로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서더니 대선개입 의혹을 밝히려는 국회 국정조사 직전인 지난 6월 돌연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무단공개하면서 정국에 메가톤급 폭풍을 몰아왔다. 지난 5월 발견된 이른바 ‘박원순 제압문건’ 역시 정치개입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번에 터진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조차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각이 없지 않다. 전 현직 국정원장이 국정조사에 불려나가고 국정원의 조직축소-폐지 등 개혁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현역 국회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터뜨렸으니, 과거 국정원의 음습한 공작정치를 기억하는 많은 국민들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엊그제 당 상무위 발언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찌르고 있다.
“뜬금없이, 아닌 밤중에 홍두깨 식으로 검찰총장의 사생활을 폭로하면서 검찰을 흔들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크게 우려하고 있다. 도대체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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