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한인타운에서 이민변호사로 활동하다 이민사기 혐의로 지난 7월 한국에서 체포돼 구속된 이문규 변호사가 한국과 미국에서 17명에게 리저널 센터에 50만달러를 투자하면 영주권을 내준다는 미끼로 투자이민 약 1000만달러를 가로챈 혐의로 한국검찰에 기소됐다. 지금까지 밝혀진 피해자 이외 약 80여명의 피해자가 더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피해액은 약 5,000여만달러 이른다고 보고 연방검찰까지 공조주사를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문규 변호사 투자사기 파문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선데이저널>은 이미 3년전부터 이문규 변호사의 투자사기 실체를 보도해 왔었다. 사건의 전모를 추적 취재해 보았다. 조현철(취재부기자)
그는 언제나 곤색 양복에 하얀 와이셔츠에 카우스보단에 붉은 타이, 그리고 머리는 단정하게 무스를 바르고 곱게 빗어 넘겼다. 그의 명함에는 변호사그룹의 대표변호사이고 한국과 미국 중국에서 투자이민 강연을 통해 널리 알려진 유명 변호사다. 미국 정치인들에게도 배포 큰 변호사이자 사업가로 막대한 정치자금도 아낌없이 지원해 정치인들 사이에서 소문난 재력가로 통했다. 그의 호화찬란한 다운타운 사무실에는 유명 정치인들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즐비하게 걸려있었고, 미 정계에서 받은 감사패와 상장들이 빼곡하게 벽에 장식되어 있었다. 누가 보아도 믿음이 가는 변호사로 ‘이런 사람이 사기를 칠 줄은 꿈에도 생각지 않았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증언이다. 그런데 바로 이 사람이 50만불을 투자하면 영주권을 내준다고 하고는 돈만 받아 챙기고는 시치미를 떼었다. 피해자들은 영주권은 고사하고 추방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불체자로 전락한 투자자들
지난 해 10월 본지를 방문해 피해사실을 호소했던 한 피해자는 ‘그는 악마와 다를 바 없었다’고 말하며 ‘50만달러를 투자하면 영주권을 내준다는 이문규 변호사의 말만 믿고 3년을 기다리다가 결국은 이민국으로부터 추방통지를 받았다’고 절규했다. 그 동안 수십 차례 이 변호사에게 항의도 해 보았지만 ‘기다리라’는 말뿐 더 이상의 진척이 없었던 피해자는 이 변호사가 써준 휴지조각이 된 상환각서 한 장뿐이었다. 3년 넘게 미국에 살며 영주권 받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피해자 가족은 끝내 투자금 50만달러를 날리고 영주권도 받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문규 변호사는 본지 취재기자를 찾아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매달렸다. 만약 이 사건이 보도되면 피해자들의 피해만 더 키울 뿐이니 기회를 달라며 애원했다. 그리고 피해자들에게 6개월 후 투자원금을 변제해주겠다는 각서를 발행해 주어 당시 위급한 상황을 면했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끝내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다. 아니면 불법체류자로 전락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약속한 6개월이 지나도 투자금을 반환하지 않았다. 연락은커녕 전화도 받지 않았다. 배신과 분노에 가득 찬 피해자는 한국 검찰에 이문규 변호사를 투자 사기로 고소했다. 고소 사실을 모르고 지난 7월 귀국한 이문규 변호사는 검찰에 긴급 체포 됐다. 그의 체포 소식이 알려지자 그동안 남모르게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던 피해자들은 검찰에 ‘나도 피해자’라며 잇달아 고소장을 접수하기에 이르렀다.
직접 회사 설립이 발목
한국 검찰은 한국에서 9명, 미국에서 8명에게 투자이민 투자금 명목으로 총 905만달러를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추가 기소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한국 검찰과 별개로 이 변호사의 추가 범죄사실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서울과 LA 다운타운에 법률그룹을 열고 이민법 상법전문 변호사로 활동했었다. 이 변호사는 미국 영주권 취득을 원하는 한국인들에게 “미국 내 사업체에 5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면 전 가족이 100%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면서 투자금에 대해서는 연 12% 이자를 지급해 주겠다”고 속였다. 외국인이 미국의 신규사업체에 일정 금액을 투자하면 영주권을 주는 <리저널 센터투자이민>제도를 악용한 것이다. 처음에는 이 제도를 이용해 약 100여명에게 영주권도 받게 해 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가 욕심이 생긴 이 변호사는 자신이 직접 캔사스와 텍사스에 바이오에탄올 회사를 설립해 투자자들을 모았다. 그러나 이 회사는 미 이민당국에서 정한 영주권 제공 조건에 미달하는 곳이었고, 사업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이 문제의 바이오텍 회사에 투자한 금액만 약 3000여만달러였으나 사업 부진으로 투자금은 모두 탕진하고 계속 제3의 영주권 희망자들에게 투자금을 받아 운영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었다. 이 변호사는 2006년부터 끊임없이 투자사기 소송에 시달려 왔다. 이와 관련 LA와 오렌지카운티 법원에 소송 건만도 10개에 이르고 있으며 아직 계류 중에 있다.
피해액 5천만 달러 추산
결국 영주권을 취득하지 못한 피해자 1명이 한국 검찰에 고소하면서 이 변호사는 지난 7월 한국에 들어갔다가 구속됐다. 같은 달 1차 기소될 때는 피해자 2명에게 100만달러를 편취한 혐의가 적용됐다. 이후 추가피해자들의 고소장이 줄을 이었다. FBI 역시 투자이민 사기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획 수사에 들어가 이 변호사의 LA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한국 검찰에 넘기는 등 공조수사를 펼쳤다. 한편 이씨의 투자이민 사기와 관련해 미국과 한국 내 피해자들이 100여명에 달하고 피해액은 최대 5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돼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피해자의 증언대로 이문규 변호사는 수십 가족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악행을 저지른 ‘악마’가 되고 말았다. 그들은 ‘악마’를 만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