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기업이 분담해서 3천2백만명 국민이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자는 오바마 건강개혁안 시행을 사실상 1년 연기하자는 법안이 하원을 통과함으로서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쉽 문제와 국정수행 능력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달 오바마 케어 등록이 시작되고 나서 웹사이트 접속 불량 사태로 말미암아 보험계약 무더기 해지사태가 이어지자 내년 중간선거에서 이로 인한 국민 불만 때문에 낙선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민주당 내부에서 조차 팽배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법안 통과에 민주당의원 39명이 당론을 이탈해 공화당 편을 들었다는 사실에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치명적 패배감을 안겨다 준 것이다. 민주당이 적전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법안 처리 문제에서도 감지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 핵개발 저지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게 새 제재 카드는 협상 실패 이후에 써먹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앉혀 합의에 이르도록 하려면 지금 내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치적 사면초가에 몰려있는 오바마 대통령, 전망과 과제를 짚어 보았다. 김 현(취재부기자)
민주당 내부에서 조차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건강보험 개혁안인 오바마 케어와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문제를 놓고 제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이 전날 오바마 케어의 시행을 사실상 1년 연기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을 때 민주당 의원 39명이 당론에서 이탈해 공화당 편을 들었다는 사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심각한 정치적 위기라고 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지난달 연방정부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사태와 국가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여론의 몰매를 맞았던 공화당은 뜻밖에 굴러들어온 반전의 호기를 놓치지 않고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을 한껏 밀어붙인 결과 오바마 케어 1년 연기 법안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번 사태로 오바마 대통령의 리더쉽이 도마 위에 올라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원들 조차 회의적 시각
2010년 건강보험 개혁 관련 법안이 의회를 통과한 이후 공화당의 46번째 폐지 내지 유예 시도가 있었으나 지금까지 상·하원 민주당이 이를 막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태는 지극히 이례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이번 표결에서 공화당에서는 4표만이 이탈했으나 민주당에서는 무려 39명의 의원들이 공화당의 법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은 앞으로 오바마 대통령의 남은 집권 2기가 순탄치 않음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원에서 같은 법안이 통과돼 넘어오더라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오바마 케어 졸속 추진에 대한 대국민 사과에 이어 이번 투표 결과로 정치력에 또 한 번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오바마 케어 시행 유예 여부에 대한 공을 넘겨받은 상원 민주당도 곤혹스러운 처지는 매한가지다. 현재 상원에서 100석 가운데 54석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내년 중간 선거를 치러야 하는 의원을 중심으로 7명이 이미 이 법안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혀 상원의 무난한 법안 통과가 예상된다. 오바마 케어 유예 법안을 발의했던 프레드 업튼(공화·미시간) 하원의원은 “오바마 케어로 수백만명의 국민이 자기가 원하는 건강보험을 잃었다”며 “국민에게 그들이 원하는 보험을 유지할 수 있게 하라”고 촉구했다. 론 존슨(공화·위스콘신) 하원의원도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정치적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릭 캔터(버지니아)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민 모두에게 저렴한 보험을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깼다”고 공격했다. 실제로 오바마 케어 실시를 앞두고 미국의 대형 건강보험 회사들이 70~150%까지 보험료를 올렸다.
민주당 분열상 드러나 상원도 ‘곤혹’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의 언론들은 오바마 케어(건강보험개혁안) 연기 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하자 ‘사실상 오바마 케어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며 뒤따를 후폭풍을 전망하고 있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 연방 하원에서 오바마 케어의 전면 시행을 1년 연기하는 내용의 법안을 살펴보면 기존의 건강보험상품이 오바마 케어가 규정한 조건에 미달되더라도 1년 이상 더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긴급 발표문을 통해 기존 가입 보험회사가 오바마 케어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이를 1년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수정안과 함께 행정명령을 내렸고 “모든 사람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어도 많은 이들에게 도움은 될 것”이라며 보험 가입 취소 통보를 받은 사람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기존의 주장과 달리 한발 양보한 셈이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기존의 보험 가입회사로부터 가입 취소 통보를 받은 미국인은 480여만명인 것으로 알려져 오바마 케어 시행 1년 연장안 통과로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공화당 일색인 하원과 달리 상원 100석 가운데 54석의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 중 7명이 이미 이 법안에 대해 지지의사를 밝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팽팽한 대결구도를 보이고 있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낙선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쉽 부재로 인한 국민적 저항감이 크다는 것이다. 오바마 케어 연기에 찬성표를 던진 론 바버 하원의원(민주당)은 “웹사이트 문제가 연이어 불거졌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시민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공정하다”고 말했다.
오바마 인기 조사 30%대까지 급락
벌써 기존의 보험회사들이 보험료를 70~200%까지 대폭 올렸다.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올리는 이유는 오바마 케어가 내건 ‘10대 기본진료 보장’ 조항 때문이다. 오바마 케어는 모든 건강보험상품이 외래나 응급실 만성 질환 진료와 산모 및 신생아 치료 등 10대 항목을 보장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험사들은 “모든 보험 가입자들에게 과거에 의무적으로 제공하지 않았던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13일 여론조사기관 유거브의 발표에 따르면 오바마 케어 정보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오바마 대통령(11%)보다는 폭스뉴스(19%)를 더 신뢰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 퀴니피악 대학교가 15일 발표한 설문조사결과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도는 3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행정기관에서도 불만이 쌓였다. 워싱턴DC 보험관리청의 월리엄 화이트 청장은 14일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 명령에 “건강보험개혁법의 목적을 훼손하는 것이며 예외 인정은 보험거래소의 운영을 더욱 힘들게 만들 것”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정최대의 업적으로 추진해온 오바마 케어가 실패작이 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장악력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 지난달 1일부터 시행된 오바마 케어는 웹사이트의 접속 차질에 기존 보험의 무더기 해약 등으로 차질이 생기자 공화당의 공세에 시달려왔었다. 게다가 민주당 내부에서도 수정을 요구하는 여론이 일자 백악관은 오바마 케어 시행에 대해 1년 유예 등 부분적인 수정을 가했다. 특히 미 연방 하원 민주당 의원들은 오바마 케어 도입과 관계없이 원하는 국민에게 기존 보험을 유지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원 민주당 의원들은 13일 미 행정부 관리들을 면담한 자리에서 오바마 케어 웹사이트 기술 오류 문제가 중간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추가제제 법안 처리도 발목
오바마 케어 문제 이외에도 민주당의 내분은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 법안 처리 문제에서도 감지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 핵개발 저지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게 새 제재 카드는 협상 실패 이후에 써먹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는 이란을 협상 테이블에 앉혀 합의에 이르도록 하려면 지금 내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로버트 메넨데즈(민주·뉴저지) 상원 외교위원장은 이르면 내주 상·하원 공화당과 함께 2014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에 이란 제재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반면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 정보위원장은 현 시점에서 이란에 대한 어떤 새로운 제재 움직임에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수권법안이나 다른 법안에 추가 제재 항목을 끼워넣는 것은 지금 진행되는 협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공화당 설득은커녕 해리 리드(네바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나 팀 존슨(민주·사우스다코타) 상원 은행위원장 등을 상대로 집중 로비를 펼치는 등 집안 단속에 급급한 처지다. 삼년초가에 몰려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집권2기, 그 해결책이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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