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영장 기각 <내막과 흑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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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탈세 및 배임·횡령 혐의를 받고 있는 효성그룹 조석래 회장에 대한 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중앙지법 전휴재 영장전담 판사는 전날 오전 조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주요 범죄혐의에 관한 소명 정도, 피의자의 연령과 병력 등을 감안하면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조 회장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회장은 1조원대 분식회계를 통해 1천억원대 차명재산을 운영하고 차명 계좌로 주식을 거래하면서 법인세 및 양도세를 내지 않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탈세액은 1천억이 넘는 가운데 배임 및 횡령 액수는 700억∼800억원대에 이르는 등 전체 범죄액수는 2천억원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검찰은 본지가 제기했던 하와이 별장 매입을 비롯한 해외비자금 의혹까지 두루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조 회장의 혐의가 이미 구속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나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혐의보다 중하다고 봤다. 따라서 영장 발부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었다.
하지만 조 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 되면서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데 이어 검찰에서도 영장 재청구를 안 하는 방향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정권 차원에서 조율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영장 기각의 내막을 쫓아가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조석래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것은 지난 10월이다. 검찰은 조 회장의 배임 및 횡령 그리고 해외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 기업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전 정권 손보기라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조 회장 일가는 효성그룹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1조원대의 손실을 숨기기 위해 분식회계를 해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1990년대부터 200여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주식을 보유·관리하면서 1000억원대 자산을 운용, 양도소득세 등을 납부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 1996년 싱가포르 법인 명의로 외국계 은행에서 수백억원을 대출받아 그룹 임원 명의로 만든 홍콩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국내 주식을 보유,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영장기각, 청와대 조종 의혹


검찰이 범죄사실로 추산한 조 회장 일가의 탈세액은 1000억원이 넘는다. 배임 및 횡령 액수는 700억∼800억원대에 달하는 등 전체 범죄액수는 약 20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가법상 조세포탈과 특경가법상 배임·횡령죄의 공소시효(각각 10년) 이내에 해당하는 혐의를 적용해 조 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회장은 검찰 소환 전인 지난 5일 급성 심장 부정맥으로 서울대 병원에 입원했고, 10일과 11일 두 차례 검찰에 소환됐다. 검찰은 지난 10일 조 회장을 소환해 조사하다가 건강 문제로 예정 귀가시간보다 일찍 돌려보내기도 했다.
법조계에서 조 회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조 회장의 혐의가 워낙 중했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구속된 한화 김승연 회장이나 SK 최태원 회장보다 그 혐의가 훨씬 중하다는 것이 대세였다. 하지만 법원은 조 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시켰다. 조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전휴재 영장전담 판사는 19일 새벽 “주요 범죄 혐의에 관한 소명 정도, 피의자의 연령과 병력 등을 감안하면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조 회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공은 다시 검찰로 넘어왔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 사건을 수사한 윤대진 특수 2부장의 성향을 보았을 때 영장을 재청구할 것이 유력하다고 봤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특수 2부는 현재까지도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았고, 내부적으로 영장 재청구를 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찰은 조 회장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조 회장과 그의 장남 조현준 사장(45) 등 그룹의 주요 임원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수부가 나서서 떠들썩하게 수사를 시작했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영장 재청구 않기로 왜?













▲ 김기춘 비서실장(왼쪽)과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
본지 취재 결과 검찰은 이번 사안을 두고 청와대와 긴밀하게 협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조 회장인 현재 검찰을 비롯한 사정라인의 컨트롤 타워인 김기춘 비서실장 및 홍경식 청와대 민정수석 등에 건강상의 이유 등을 들어 선처를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경남 함안 출신으로 경남 거제 출신의 김 실장, 경남 마산 출신의 홍 수석과 모두 PK(부산-경남)이다. 특히 조 회장은 홍 수석과 과거 자주 골프를 즐겼다고 한다. 이런 것이 인연이 되어 조 회장이 사정 라인에 호소했고, 청와대에서도 이를 받아들여 검찰과 조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채동욱 키즈(KIDS)라 불릴 정도로 강골 검사로 알려진 윤대진 특수 2부장의 상황도 영장 재청구를 하기로 하지 않은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윤 부장은 평소 강골 기질 때문에 신임 김진태 검찰총장과의 사이가 원만하지 않다는 것은 검찰 내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윤 부장은 남기춘 전 서부지검장부터 시작되어 채동욱 – 최재경으로 이어지는 특수 라인의 막내다. 김진태 총장도 특수통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통 특수통 검사라인에서는 한 발 비껴있다. 따라서 김 총장의 취임과 함께 여환섭 특수 1부장 및 윤대진 2부장은 인사 대상 1순위였다. 이런 상황에서 윤 부장이 청와대와 신임 총장의 요구를 쉽게 거절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장이 기존 특수통들을 배제하고 있다는 것은 이번 인사에서 좌천된 최재경 인천지검장의 경우만 봐도 알 수 있다. 현직 최고 특수통 검사 중 하나로 꼽히는 그는, 작년 12월 대검 중수부장 시절 ‘한상대 (당시 검찰총장) 파동’ 여파로 전주지검장으로 물러났다가 대구지검장을 거쳐 이번에 인천지검장으로 발령났다. 일선 검사들은 “도대체 왜?”라며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들이다. 최 지검장은 이번 인사 초기엔 유력한 서울중앙지검장(고검장급)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중앙지검장은커녕 3명의 고검장 승진 대열에도 합류하지 못했다.


사정라인 청와대에 의해 장악


청와대가 사실상 사정라인을 장악, 검찰과 긴밀하게 협의하는 정황은 비단 조석래 회장 영장 청구 뿐만 아니라 채동욱 혼외자 정보유출과 관련한 수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수사 초반 검찰은 속전속결로 관련자들을 압수수색 및 소환조사했다. 하지만 청와대 행정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수사는 한 발 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 하고 있다.
검찰은 말을 바꾸고, 서로 진술이 엇갈리는 조 행정관과 조 국장 사이에서 수사의 갈피를 좀처럼 잡지 못하고 있다. 조 행정관은 자신의 배후로 안전행정부의 김장주 국장을 지목했다가 다시 번복하고, 이명박 정권에서 민정비서관을 지낸 신모 씨를 새롭게 지목했다.
하지만 조 행정관의 ‘진짜’ 윗선을 감추기 위해 전 정권 사람의 이름을 댔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검찰은 두 사람을 대질조사하는 등 사실 파악에 나섰다. 조 국장도 애초 “조 행정관이 지난 6월 11일 오후 4시쯤 문자로 채 군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본적을 알려주고 맞는지 알아봐 달라는 연락을 해 왔다”고 했지만, 검찰은 조사결과 서초구청이 이보다 2시간 앞선 오후 2시 10분쯤 채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조 행정관과 조 국장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100% 복원하지 못했다. 검찰은 “수사 한계상 실체를 못 밝힐 수는 있지만, 안 밝히거나 덮고 갈 사항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검찰의 수사의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김진태 총장이 수사팀을 향해 “왜 신속하게 사실을 밝혀내지 못하느냐. 누가 외압을 넣는 것도 아닌데 시원하게 수사를 하지 못하느냐”고 답답함을 토로했지만 이는 ‘레토릭’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조석래 회장 건이나 채동욱 혼외자 정보 유출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청와대의 검찰 장악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12월 20일 발표된 검찰 인사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 승진하기 위해 김기춘 실장에게 줄을 댔다는 이야기가 검찰 내부에서도 파다하다. 당장 야당에서는 이번 검찰 인사에서 네 번 연속 TK(대구·경북)출신이 중앙지검장에 임명된 것, 검찰총장과 중앙지검장 모두가 영남 출신이라는 점도 우려스럽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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