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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의 친구들(왼쪽부터) 조셉 에스코바( Joseph Escobar), 웨너 고메즈( Werner Gomez) 빌리 발이야스, 에드왈도 카데나스(Edwardo Carden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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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즈음 영화관에서 한국영화 ‘친구2’가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영화는 친구의 우정을 드라매틱하게 그려 감동으로 주고 있다. 누군가는 “우정이란 친구들 딛고 내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친구가 나 자신을 딛게 하여 친구를 높이는 것이다. 그것은 둘이 함께 높아지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리아타운내 한인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일하는 라티노 청년의 백혈병 소식을 들은 한인여성이 청년의 병의 쾌유를 기원하며 만든 종이학 1천개를 선물해 잔잔한 감동 을 주었는데 이번에는 라티노 친구들이 친구의 함암 치료에 사기를 높히기 위해 동시삭발을 해 2014년 새해 벽두에 훈훈한 소식을 전하고 있다. 인디언 속담에는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지고 가는자”라고 말한다. 성 진 <취재부 기자>
코리아타운내 우리병원(원장 알버트 안)에서 사무직을 담당하는 빌리 발리야스(29, Billy Barillas) 라는 히스패닉계 청년은 지난 1년전 갑자기 백혈병 진단을 받아 현재 항암치료를 받는 중이다. 항암치료를 받으면 보통 머리털이 빠지게 된다. 이를 본 빌리의 친구 3명이 친구의 투병의지를 높히고, 쾌유를 빌기 위해 동시삭발을 했는데 주위에 골수기증도 호소해 감동을 주고 있다. 동시삭발을 한 주인공들은 빌리의 친구들인 조셉 에스코바 (Joseph Escobar), 웨너 고메즈( Werner Gomez), 에드왈도 카데나스(Edwardo Cardenas) 이다. 우리병원의 가정주치의인 로리 안 박사는 “친구들의 우정이 깊다고 들었으나, 친구들이 함께 삭발을 할 정도로 우정이 돈독함에 놀랐다”면서 “라티노들의 우정에 대해 새삼 부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우리병원의 원장인 알버트 안 박사도 “빌리라는 청년은 절대로 ‘노우’라는 말을 하지 않을 정도로 남달랐다”면서 “평소 남을 돕는 성격이기에 친구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아왔지만 솔직히 친구들이 삭발까지 할지는 몰랐다”며 놀라와했다. 화제의 청년 빌리는 친척들은 물론 주위 이웃들로부터도 사랑을 받을정도로 평소 남을 도와주는데 천성을 타고날 정도이다. 누군가 도움을 청하면 한번도 거절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천성이 너무나 착해 여자친구도 간호에 지극 정성이다. 지난해 빌리가 처음 백혈병 진단을 받는 응급실에서 하루밤을 지내게 되었다. 남자친구가 온 밤을 지내 는데 외롭지 않게 하기 위해 그 여자 친구는 차가운 응급실 콩크리트 바닥에 주저앉아 함께 밤을 새웠다고 한다. 지난해 여름에는 빌리의 친척들이 서로 골수기증검사에 나서기까지 했으며, 나아가 롱비치 공원 에서 빌리를 위한 ‘골수기증 캠페인’도 벌여 친족간의 연대감을 보여주었다. 또한 지난해 여름에는 한 한인여성으로부터 쾌유를 기원하는 ‘종이학’을 선물받기도 했다. 평소 의료 관련 관계로 이 청년을 알고 지내던 한인 여성은 20대 청년 빌리가 갑자기 백혈병이라는 중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서 “마음으로나마 위로를 주기 위해 힘을 내라고 종이학을 접기 시작했다”면서 “평소 한인들을 위해 말없이 도와주던 라티노 청년이 다시 활기를 찾게 되기를 바란다”는 뜻에서 종이학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 라티노 청년 빌리는 지난 20여년 이래 우리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원인 어머니 ‘안나’씨의 아들로 평소 어머니를 도와 우리병원의 빌링 관련 업무를 파트타임으로 도와왔다. 지난해 아들에게 종이학이 전달된 날 안나 씨는 “서양에는 이런 미담이 없는데 동양에서의 종이학이 소원을 풀어주는 의미라고 처음 들었다”면서 “아들의 병이 확실히 치유될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다”며 반가워했다. 이 같은 백혈병 치유를 위한 골수기증 안내는 ‘비더매치’ www.bethemath.org로가면 쉽게 판별 하는 방법을 안내해준다.
골수기증이 사랑
한편 아시아계 가운데 한인들의 골수 기증이 가장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안 골수기증 협회(A3M)는 단체 설립(1991년) 이후 지난 22년간 남가주 지역에서 골수 기증 등록을 마친 한인은 약 4만2000명으로 아시아계중 가장 많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계(약 3만7000명)와 베트남계(약 3만5000명)가 뒤를 이었다. A3M 신 이토 디렉터는 “혼혈 등을 제외한 아시아계 등록자는 25만 명”이라며 “다만 골수 이식 수술은 90% 이상이 18~44세 기증자의 골수를 사용하는데 요즘 젊은 등록자들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A3M에 따르면 지난 22년간 등록자와 백혈병 환자의 골수가 일치해 이식수술까지 간 사례는 약 400건, 지난 2012년 한 해에는 59건뿐이었다. A3M 조형원 한인 캠페인 담당자는 “물론, 피를 나눈 형제자매들의 골수 일치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약 30% 정도의 확률이다. 나머지 70%는 같은 아시아계에 희망을 걸어야 하는데, 전국골수기증협회 (비더매치)에 등록된 기증자는 72만 명뿐(전체의 7%)”이라며 “그 중 한인은 10%도 안 된다”며 더 많은 한인들의 골수 기증 등록을 부탁했다. 비더매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전국 골수 기증 등록자 는 약 1050만 명으로 그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인종은 백인(67%)이다. 골수 기증 및 등록에 대한 한국어 정보는 비더매치(bethematch.org)와 A3M(213-625-2802)에서 제공하고 있다. 백혈병( leukemia)은 혈액 세포, 특히 백혈구가 이상 증식하는 혈액종양의 일종이다. 제대로 성숙하지 못한 백혈구가 대량으로 혈액 속에 존재하므로 백혈병이라 한다(또한 이 백혈구는 생검 시 정상 백혈구보다 세포 기관을 포함한 세포의 크기가 휠씬 크다). 백혈구의 비정상적인 증식에 비해, 정상적인 혈구 세포의 수는 극히 적어지게 되어 면역기능은 물론 산소 운반이나 영양 공급과 같은 기본적인 혈액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또한 비정상적인 백혈구는 자가 면역 질환과 유사한 반응을 일으켜 정상 조직을 파괴하기도 한다. 방사능 물질을 가까이 하거나 고압선 근처에 거주 할 경우 걸릴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어떤 친구인가
난치병으로 꺼져가는 어린 생명을 미주한인들이 살려 화제가 되었다. 난치병으로 고통받던 애틀랜타 한인 어린이가 한인들의 정성으로 희망을 되찾았기 때문이다. 재생불량성 악성빈혈을 앓고 있던 최승리(7) 양은 지난 2012년에 애틀랜타 병원에서 성공적으로 골수이식 수술을 마친 후, 지난 해1월 9일 퇴원해 스와니 자택으로 돌아와 정상적으로 회복을 하고 있다. 최양의 어머니 류영지 씨는 지난해 3월 언론과의 통화에서 “승리가 지난해 11월 골수 이식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이식 120일만에 기증자의 골수가 100% 잘 생착되고 있다는 좋은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양은 지난 2011년 4월 난치병인 ‘재생불량성 악성 빈혈’ 진단을 받았다. 통계에 따르면 이 병은 1000만명당 1명꼴로 나타나는 희귀한 병이다. 이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골수를 기증 받아야 하며, 특히 최양과 체질적으로 비슷한 한인의 골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최양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애틀랜타를 비롯해 전국 각지 한인사회에서 대규모 골수기증 행사가 전개됐다. 그 결과 지난해까지 골수기증 등록의사를 밝힌 한인들은 3600여명에 달했다. 이에 전미조혈모세포 은행협회는 최양에게 ‘2012년 골수기증 홍보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최양은 결국 자신에게 알맞은 골수를 찾을수 있었으며, 지난 2012년 10월 ‘칠드런스 헬스케어 오브 애틀랜타’에 입원해 11월 1일에 골수이식 수술을 받았다. 그리고 두달간 약물 등 치료를 받은 후, 마침내 지난해 1월 스와니 집으로 돌아올수 있었다. 어머니 류씨는 “골수이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지만, 완치까지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며 “현재 위생에 신경쓰면서 외부출입을 자제하고 회복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류씨는 마지막으로 “제 딸 승리를 위해 애써주신 애틀랜타 지역사회와 한인단체, 그리고 한인 동포분들께 너무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세상에는 세 종류의 친구들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그대를 사랑하는 친구요, 또 하나는 그대를 버리는 친구요, 다른 하나는 그대를 미워하는 친구다. 과연 여러분은 어떤 부류의 친구가 되고 있는지, 2014년 새해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