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유출 의혹 무혐의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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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회담록 불법 유출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김무성·서상기·정문헌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 남재준 국가정보원장 등 관련자 전원에 대해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예상됐던 바지만 찌라시(정보지)에서 대화록 관련 내용을 봤다는 여당 의원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셈이다. 검찰의 수사에 따라 새누리당은 찌라시를 토대로 국가의 중대사를 언급했으며, 선거운동을 한 모양새가 됐다. 일류국가를 만들겠다는 나라의 여당 중진들이 근거로 삼은 것이 고작 찌라시인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검찰의 이번 수사는 시작 전부터 어느 정도 결론을 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여당이 이를 이용해 지난 대선에서 득을 본 만큼, 유죄로 결론 내릴 경우 관권선거 논란이 불거질 게 뻔했다. 이에 검찰과 여권이 머리를 맞대서 나온 결론이 ‘찌라시’였다는 것이 법조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검찰이 정상회담 대화록 불법 유출 의혹 관련자들을 무혐의 처리하기로 결정된 내막을 <선데이저널>이 집중취재해 보았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최성남)는 김·정 의원과 권 대사가 2012년 대선 전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담록을 불법 열람한 혐의로 고발된 데 대해 김 의원 등의 주장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정보지(찌라시) 내용을 토대로 한 보고서를 받아 유세에서 얘기했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다. 정 의원은 청와대 통일비서관 시절 합법적으로 회담록을 열람했다고 진술했으며, 권 대사는 서면조사를 통해 회담록을 불법 열람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2013년 6월 남 원장이 국정원에 보관돼 있던 회담록 공개 결정을 내린 것이나, 국회정보위원장인 서 의원 등이 해당 회담록을 열람한 행위는 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국정원 보관본이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이고, 비밀 공공기록물 공개 절차에 따라 해당 기록물의 공개와 열람이 이뤄진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상회담 대화록 유출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의 내막을 취재해봤다.


김무성 ‘찌라시’ 진술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검찰 내부에서는 김무성 의원 및 권영세 주중대사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를 놓고 적지 않은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사전유출로 결론을 내든 무혐의로 결론을 내든 양쪽 모두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특히 여당이 이를 이용해 지난 대선에서 득을 본 만큼, 유죄로 결론 내릴 경우 관권선거 논란이 불거질 게 뻔했다. 이에 검찰과 여권이 머리를 맞대서 나온 결론이 ‘찌라시’였다는 것이 법조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김무성의원      ▲ 서상기의원       ▲ 정문헌의원    ▲ 권영세의원    ▲ 남재준 국정원장

한 법조계 인사는 <선데이저널>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13년 2월 검찰이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 낸 사건을 잘 들여다봐야한다. 당시 정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발언을 했다’고 주장해 야당이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무혐의를 내렸다. 김 의원이나 권 대사도 비슷한 건으로 고발이 됐는데 일단 검찰은 2월에 이미 NLL 포기발언이 사실이라고 결론내렸다. 결국 출처가 어디냐가 관건인데 찌라시로 한정하거나 다른 사람들에게 들었다고 하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여기서부터는 검찰이 의지를 가지고 수사해야 하는 부분인데, 과연 검찰이 정권 초반 이 문제에 대해 의지를 가지고 수사할 수 있었을까. 사실상 이 부분은 여당과 검찰이 머리를 맞댔다고 봐야 한다.”
결과적으로 김 의원과 권 대사에 대해 무혐의를 내리는 것은 수사 시작 때부터 정해진 수순이었고, 발표할 틈만을 노렸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특히 찌라시를 들먹인 부분은 현 정권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김 의원은 검찰 소환 당시 찌라시에서 보고 이를 유세 때 말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집권 여당의 대선캠프  선대본부장이었다는 사람이 수 만 명 앞에서 찌라시에서 본 것을 가지고 발언했다는 사실 자체가 경악을 금치 못하게끔 한다.


잘 짜여진 시나리오


사실 NLL을 둘러싼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간 대화는 지난 대선 최대의 이슈였다. 여당은 노 전 대통령이 “영토를 팔아먹었다”며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를 맹공했다. 박 대통령이 당선된 후에도 이 문제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여당과 야당인사 간 고소와 고발이 이어졌다. 이 와중에 여당 인사들이 어떻게 비밀기록물인 정상회담록을 읽었는지가 관심이 모아졌다. 이와 관련한 충격적인 증언들이 이어졌다.
먼저 대선 전 부산 유세에서 대화록과 관련된 내용들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읽어내려갔던 김무성 의원. 그는 12월 14일 부산 유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대한민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에게 ‘북핵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북측의 대변인, 변호인 노릇을 했다, NLL 문제는 국제법적인 증거도 없고,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다, 헌법 문제가 절대로 아니다, 얼마든지 내가 맞서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나중에 공개된 대화록과 그 내용이 거의 흡사했다.



김 의원은 지난해 6월 26일 열린 새누리당 중진 비공개 연석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내가 너무 화가 나서 대선 당시 비 내리는 오후 3시쯤 부산 유세에서 그 대화록을 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울부짖듯이 쭈욱 읽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때 기자들이 많이 와 있었는데도 그걸 기사화하지 않더라. 그래서 그때 (회의록) 공개에 실패한 것이지, 결국 그때 공개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회의록 공개에 대한) 절차적 문제를 삼고 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 확실히 이걸 강력히 밀고나가 진실을 가려야 한다.”
김무성 의원과 더불어 정상회담록 공개에 관여됐다는 의혹을 받는 권영세 주중대사의 경우 관련 녹취록까지 폭로된 바 있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6월 17일 국회 법사위에서 관련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은 2012년 대선 전인 12월 10일 여의도 모 식당에서 권영세 당시 선거 종합상황실장이 한 말이다.


정상회담 폭로 덕본 박근혜


녹취록에 따르면 권영세 당시 상황실장은 “NLL 관련된 얘기를 해야 하는데…(중략)…자료 구하는 건 문제가 아닌데 그거는 역풍가능성…(중략) 그냥 컨틴전시플랜이고”라고 말한다. 이어 권 상황실장은 “근데 지금 소스가 청와대 아니면 국정원 아닙니까 그게…(중략)…그래서 그걸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까고…”라고 말한다.
실제로 국정원은 남재준 원장 취임 후 이 대화록을 공개했다. 대선 당시 권 상황실장의 발언이 실행으로 옮겨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어 권 상황실장과 배석한 인사가 “지난 달에 월간조선이..월간조선 조갑제 대표가 그걸 본 사람들 얘기를 들어가지고…그걸 읽어본 사람들이 땅을 쳤다 그래요…”라고 말하자 권 실장이 “상당히 가능성이 있죠. 그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아요. 국정원에서…”라고 답한다. 남북정상회담록이 국정원을 통해 사전에 유출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권 실장은 “전해들은 얘기라고…가지고 쓸 수가 없겠지만 만약 이게 문서 뒷받침이 된다면 엄청난 얘기지”라고 말한다. 이에 배석자가 “그렇겠네요. 이번에 되시면 바로 저희한테 주세요”라고 하자 특히 권 실장은 “언론을 통해서는 안할거야 아마…분명..정상회담록 공개하는 과정에서 7년에 정상들이 도대체 가서 뭔 얘기를 하고 앉아 있는 거였는지..그때 가서 ‘본다’…”고 말한다.
녹취록을 해석하면 배석자는 언론인으로 추정이 되는데 권 상황실장이 남북정상회담록을 ‘언론’을 통해서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언과 함께 “정상회담록 공개하는 과정에서”라고 표현한 것은 이미 대선 이후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회담록을 공개한다고 기정사실화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 등 당시 박근혜 선거캠프에서 일하던 핵심인사들이 정상회담 대화록을 이용하려 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정치권에서 공개됐고,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검찰이 사건을 수사하기 시작한 지 수 개월. 결국 검찰은 애초 계획했던 시나리오대로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의원에 대해 무혐의로 처분키로 했다. 이번 수사에 대한 야당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정국은 다시금 큰 혼란 속에 빠져들 전망이다. 

 







지난 주말 본국에서는 한 주간지의 보도를 놓고 큰 해프닝이 있었다. 11일 오전 주간한국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2011년 해외 원전수주 과정서 아랍에미리트(UAE) 정부로부터 받은 자이드 환경상 상금 50만 달러(한화 약 5억5,000만원)을 수표로 받은 뒤 농협 청와대 지점을 통해 현금화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매체는 은행이 외화 수표를 추심하기 전 매입해 현금화했고, 당시 전산기록은 2011년 4월 11일 발생한 이른바 ‘농협 전산장애사태’ 이후 삭제됐다고 전했다. 농협 전산장애사태는 농협 전산망이 해킹돼 거래 자료가 통째로 삭제된 사건으로, 당시 조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부는 북한의 사이버테러에 따른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보도는 이날 정오를 전후해 삭제됐고,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서 ‘외압’ 논란이 일었다.



이번 논란에 농협중앙회 측은 농협 내부규정에 따라 신용이 확실하면 외화수표 추심 전 매입이 가능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 신용이 확실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해당 매입기록이 외환지원센터에 기록과 원본이 남아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또한 이동관 청와대 전 홍보수석 역시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300억원을 기부한 사람이 5억원을 떼어먹겠냐”고 반박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농협 내부에서부터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전국농협노조,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들은 14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농협노조 등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이드환경상 상금세탁의 일단이 드러난 바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와 진위여부에 관한 명확한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 사건을 그동안 간헐적으로나마 ‘설’로 나돌던 이명박 정권의 비자금 관련 의혹 일체가 해소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농협중앙회 역시 해당 사실의 분명한 일 주체인 만큼 한치의 거짓이나 가감없이 모든 사실관계를 있는 그대로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불법적인 ‘대통령의 금융거래행위기록 삭제’ 건과 관련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최소한 그에 관한 도의적 책임을 다하는 게 농협중앙회장으로서 책무”라며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최원병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동지상고 후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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