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빠」참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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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인터넷에서 ‘요트’를 검색하면 ‘노무현 호화 요트’ 얘기가 뜹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7~80년대 인권변호사 시절 맹렬한 ‘요트광’이었고 실제로 요트를 소유했었습니다. 대통령이 된 후 그는 인권 변호사에 어울리지 않는 호화 요트 전력(前歷) 때문에, 적잖이 곤욕을 치렀습니다. 상고를 나와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하며 고시공부를 한 ‘모태(母胎) 프롤레타리아’ 노무현이, 어쩌다 요트놀이라는 극단적 부르주아 취미를 갖게 됐는지, 많은 사람들은 의아해합니다. 
한국에서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화제의 영화 <변호인>에, 노무현의 요트 얘기가 나옵니다. 영화 속의 주인공 송 변호사는 요트를 구입한 이유에 대해 “올림픽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기 위해”라고 말합니다. 영화 속 ‘송변’은 바로 현실 속 ‘노변’-. 후에 대통령이 된 노무현이지요.
올림픽 금메달을 따기 위해 요트 타기라는 부르주아 취미를 갖게 됐다는 노무현(송변호사)의 강변(强辯)에 ‘노빠’ 관객들은 “그러면 그렇지”하고 무릎을 치며,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바보 노무현’에 대한 그리움에 가슴을 칩니다. 반면 그의 ‘두 얼굴’을 언짢게 기억하는 많은 다른 관객들은 영화가 끝난 후 속이 뒤집어 질 것 같아 화장실을 찾았다며, 노무현 요트가 금메달을 위한 것이라는 영화의 어이없는 허구적 설정에 기막혀 합니다.


영화 <변호인>서 영웅된 노무현


<변호인>은 지난 주말 개봉 32일만에 관객수 1000만명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노무현 아바타 문재인은 영화관을 통째로 빌려 단체관람을 하는 이벤트를 만드는가 하면 좌파 언론과 평론가들은 별(*) 다섯 짜리 호평(好評) 일색의 영화평을 입에 침이 마르게 쏟아내고 있습니다. 노무현의 치세(治世)가 세상을 둘로 갈랐듯이 영화도 본 사람과 안 본 사람, 볼 사람과 안 볼 사람, 다시 볼 사람과 절대로 두 번 다시 안 볼 사람, 두 패로 갈랐습니다.
“위태로운 정의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관객을 끌어 모았다, 중장년층에는 영화속 주인공들과 우리가 야만의 시대를 함께했다는 연대감을, 청년들에겐 사회의 모순이 시스템 안에서 일시적으로나마 해결될 수 있다는 희망의 기시감(旣視感)을 불러 일으켰다.”【영화평론가 심영섭】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영화다. 선동적이고, 정치적이며, 의도적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공권력은 일제 강점기의 악질형사, 히틀러의 비밀경찰, 소련의 스탈린, 중동의 도살자 후세인 보다 더 사악하게 그려져 있다. 반정부 선동을 위한 악랄한 역사왜곡이다. 어이없다는 느낌뿐이다. ”【조선일보 이상흔 칼럼】


좌파의 문화코드 ‘역사 비틀기’


<변호인>은 80년대 초 부산의 대표적 공안사건인 ‘부림사건’과, 이 사건을 맡으면서 세법변호사에서 인권변호사로 변신해 가는 노무현의 ‘영웅적’ 법정 활약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영화는 “실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허구임을 알려 드립니다”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됩니다. 영화가 개봉된 날은 12월 19일로, 2002년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 날이면서 동시에 친노 핵심인 문재인이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날이기도 합니다. 허구라는 말이 무색하게 개봉날짜부터 ‘수상한’ 정치적 복선을 깔고 있습니다.
영화 속 ‘가해자’인 경찰, 검사, 판사들은 “영화가 부림사건을 용공조작사건으로 그렸지만, 우리를 가해자로 단정짓고 피고들을 억울한 피해자, 변호사 노무현을 ‘정의의 사도’로 묘사한 영화의 주요내용이야말로 완전조작“이라고 흥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노무현 영웅신화로 각색된 내용은 모두 과장이거나 허구인데 관객들은 이를 100% 진실로 수용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립니다.
부림사건은 ‘공산국가 건설을 위한 의식화 교육’ 혐의로 야학 교사 등 관련자 22명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사건입니다. 당시 좌경 대학생들은 주체사상에 심취돼 김일성 전집, E 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 이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등 이른바 불온서적들을 돌려가며 읽는 게 유행이었지요. 민중문학, 종속이론, 아나키즘 등에 매료되면서 젊은이들에게 공산주의 의식화교육을 시켰습니다.
당시 수사검사 최병국은 현 새누리당 의원, 고영주는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산주의자가된 피의자들은 검사인 우리들에까지 주체사상을 설교했다. 지금은 우리가 당신한테 조사받고 있지만 나중에 공산당 세상이 되면 우리가 당신을 조사하게 될 것이라 협박했다”고 증언합니다. 노무현은 좌파여서 이 사건을 맡은 게 아니라, 이 사건을 맡으면서 학생들에 세뇌돼 스스로 좌파가 됐다고 말하는 법조계 인사들도 많습니다.
영화에서는 고문경찰이 고문을 하다 애국가가 나오자 부동자세를 취하며 태극기에 경례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관객들에게 애국가와 국가의 상징, 애국심이라는 게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반문하면서, 국가의 권위에 ‘엿’을 먹이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통진당 이정희 이석기 등 종북세력들의 애국가 거부 행태가 연상되는 대목이지요.


영화 한 편에 ‘친노 대 결집’


노빠는 ‘노무현 오빠’의 준 말이고. 친노는 ‘정치판의 노빠’를 이릅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가 있는가 하면 ‘노문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노무현은 이렇게 존재론적으로 ‘죽어서도 살아’ 있습니다.
 한국의 문화예술계는 70% 이상 좌파가 장악하고 있는데, 이들의 대부분이 노빠부대라고 보면 됩니다. 이명박 정부가 영화진흥위원장에 노문모 출신을 기용할 정도로, 좌파 문화권력은 우파정권에서도 여전히 막강한 힘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사회 전 분야, 심지어 청와대 안방 근처에도 노빠가 침투(?)해 있을 것이라는 우스개소리도 있습니다.
 <변호인>은 “억지스럽고 유치한 설정도 있지만 상업적으로 재미있게 잘 만든 영화”라는데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노무현을 연기한 송강호의 명품연기가 돋보이고, 아이돌스타 임시완 등의 캐릭터도 흥행몰이를 도왔습니다.
서울과 부산 등지의 일부 아파트 우편함에선 요즘 누가 보낸 것인지 모르는 <변호인> 무료 관람권이 심심찮게 발견됩니다. 어떤 노빠단체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사람들을 위해 영화관람비의 일부를 보조해 주는 자선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엔딩자막이 뜨면 여기저기서 박수와 함께 환호성이 터져 나오는데, 이들은 필경 ‘노빠 박수부대’일 것이라고 우파진영 사람들은 어이없어해 합니다.
경남 김해의 노무현 생가엔 최근 단체 및 개인 방문객이 부쩍 늘었습니다. 부림 관련 피고인들의 권유로 당시 노무현 변호사가 읽었다는 ‘불온’ 서적들이 서점가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습니다. 정치판의 친노들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대적인 세 결집에 나섰습니다. 수백 명이 기초 및 광역 의회와 단체장 선거에 나서기 위해 모여들고 있다지요. 영화 <변호인> 신드롬입니다. <변호인>의 대박에 고무된 노빠 문화권력이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제2, 제3의 <변호인>을 제작해 ‘전 국민의 좌경 의식화’를 통한 정권교체를 이루려 한다고 우파진영은 우려합니다.
노빠, 참 무섭습니다.
다음 주 노빠를 위한, 노빠에 의한, 노빠의 영화 <변호인>이,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지역  로드쇼에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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