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맥도널드 업장에서 쫓겨난 한인노인들 ‘어떻게 생각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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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인타운인 퀸즈에 자리잡은 한 맥도날드 햄버거 식당에서 연초에 발생한 소위 한인노인들의 장시간 자리 점거 싸움이 뉴욕타임스(NYT)에 보도되면서 국내는 물론 미전국적으로도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요약하면 한인노인들이 싼 커피를 시키고는 장시간 자리를 차지한다며 업주측에서 경찰까지 불러 노인들을 내쫓아 갈등을 빚은 일이다. 이를 두고 일부 한인사회 단체들이 ‘맥도널드 불매운동’을 주장하고, 많은 미국 네티즌들은 ‘영업방해’라는 반응으로 엇갈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과 함께 맥도널드도 노인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오고 있다. 해당 기사를 보도한 NYT의 댓글 란에는 네티즌 댓글이 584개나 달리는 바람에 현재 댓글창은 폐쇄돼있다. “커피 한잔을 시키고 하루종일 앉아있는 것은 영업방해” 라는 입장에서부터 “사회적 약자인 노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 하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애초 이같은 사건은 지난 3일 뉴욕한국일보가 신년특집 기획기사로 ‘한인노인들이 갈 곳이 없다’라는 주제로 노인들의 여가 선용을 위한 쉼터를 한인사회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한 것인데, 그 와중에서 맥도널드 식당에서 한인 노인들이 쫓겨났다는 제보에 이를 다시 기사화했는데 이를 NYT가 관심을 갖고 ‘맥도널드 자리싸움’ 으로 집중 보도하는 바람에 전국적인 논란으로 비화 됐다. LA코리아타운 웨스턴과 7가에 소재한 맥도널드 식당에서도 수년전 이번과 같은 유사한 형태로 한인고객들과 업주측간에 갈등이 있었다는 점에서 관과할 문제가 아니다.
성 진(취재부 기자) 



이번 사건을 지난 15일부터 3차에 걸처 보도한 NYT 16일자 신문 ‘편집자에게 보내는 글’(Letter to Editor)란에는 필라델피아에 거주하는 리즈 레바인이란 독자의 글이 실려있다. 대충 이런 글이다.
<문제의 한인노인들은 맥도널드 식당과 싸움을 벌여서는 안된다. 그들은 커뮤니티에 대해 그들의 여가선용을 행할 공간을 마련해야하는 노인센터 등과 싸워야 한다. 한편 맥도널드도 쫓아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 노인층을 위한 배려에 대한 운영방침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사회 모두가 노인들이 느끼는 소외감에 대해 좀더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
이번 논쟁에 대한 합리적인 의견이라고 본다. 그래서 NYT의 편집자들도 그 많은 제언들 중에서 이 글을 실렸던 것으로 보여진다.


‘영업방해인가, 인종차별인가’


LA코리아타운에 거주하는 J. 정씨(75)는 “이번 사건을 두고 뉴욕의 일부 한인노인들과 한인 학부모협회가 주장하는 인종차별 주장과 불매운동은 참으로 한심하고 부끄러운 일이다”면서 “우리자신들과 한인사회의 미래를 본다면 좀더 성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 씨는 “뉴욕타임스 보도는 일부 고객들이 영업에 분명히 지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인데 이를 두고 인종 차별로 몰고가는 것은 한마디로 오버액션이다”라고 주장했다. 
UCLA에 재학한다는 이 모(20)양은 “만약 우리 같은 젊은이들이 카페에서 죽치고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당연히 눈총을 받았을 것”이라면서 “만약 뉴욕타임스 보도가 사실이라면 업주 측의 행동은 당연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양은 “기사에 따르면 한인커뮤니티센터에서 커피를 25센트에 제공하는데는 노인들이 가지 않는다고 했다”면서 “맥도널드에 단체로 가서 다른 고객들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은 한인으로서 창피한 노릇이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라디오 서울 방송도 “뉴욕의 한 한인단체가 맥도널드 불매 운동을 벌인다는 것에 대해, 특정 일부 지역 문제를 괜히 전국 이슈로 만들어 다른 지역 한인들에게도 부담을 주게 될 수 있다” 며 “민감한 문제에 대해서는 커뮤니티의 중지를 모으고 좀더 깊이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 문제의 맥도널드 식당 앞에 고객들이 쉬고 있다.
코리아타운에서 40년을 살아온 제임스 심씨(81)는 “맥도널드는 미국을 상징하는 대기업이고 가족이 즐겨 찾는 식당이다”면서 “이번 일(경찰을 동원해 쫓아내는 일)을 벌이기 전에 노인 고객들이 왜 맥도널드를 애용하는 가를 생각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심씨는 “공공시설에는 노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는데, 대기업인 맥도널드도 이런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혔다.
한편 퀸즈 플러싱의 맥도널드 업주측은 영업 환경을 개선해 모든 손님이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거듭나겠다며 논란 확산을 진화하고 나섰다. 맥도널드 매장의 잭 버트 사장은 지난 15일 한인언론에  “우리 매장을 찾는 손님들의 원활한 이용을 가로막는 다른 손님을 대처하는 문제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이해해 달라”고 말한 뒤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영업환경을 조성할 계획” 이라고 밝혔다. 맥도널드의 아시안 마케팅을 담당하는 IW그룹 역시 이날 본보에 “지역 커뮤니티의 각계 인사들과 이번 문제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를 하고 있다”며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 이면엔 이민 1세대들이 겪고 있는 ‘노인 소외’ 문제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맥도널드 사건은 1970년대에 미국으로 이민을 떠난 1세대들의 고령화와도 관계가 깊다. 이민 1세대들은 돈을 벌기 위해 악착같이 일하느라 미국 사회에 제대로 동화되지 못했고, 별다른 취미도 갖지 못했다. 또 미국에서 교육받은 1.5세나 2세들이 주로 영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녀들과도 깊은 대화를 나누기 힘들다. 이 때문에 같은 처지의 1세대들과 모여 소일하는 것이 유일한 낙이 됐다. 그중의 한 현상이 맥도널드 식당에서 친구들과 만나 소일하는 것이다.


커피한잔 온종일 죽치는 노인들


사건은 지난 2일 한인 거주 인구가 많은 뉴욕의 퀸즈 지역 맥도널드 플러싱점에서 발생했다. 매장 측은 “한인 노인 고객 6명이 장시간 좌석을 점거해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오후 3시쯤 경찰에 신고 해 이들을 쫓아냈다. 
NYT에 따르면, 매장 측은 ‘매장 내 테이블에서 20분 이상 머무를 수 없다’는 안내문을 가리키며 노인들에게 나가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매장 책임자인 마사 앤더슨은 “새벽 5시부터 노인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여러 차례 비켜달라고 정중히 요청 했지만 거절당했다”면서 “자리가 없어 메뉴를 주문한 다른 고객들이 환불을 요청해 경찰에 신고 했다”고 밝혔다.
NYT는 “맥도널드 플러싱점은 한인 노인들이 1~2달러짜리 커피나 감자튀김을 시켜놓고 장시간 대화를 나누는 사랑방으로 이용돼왔다”면서 “작년 11월 이후 노인들을 내보내달라는 신고가 관할 경찰서에 4차례 접수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뉴욕 한인학부모협회 등 한인 단체들은 16일 이 매장 앞에서 규탄집회를 갖고 “인종 차별과 노인차별을 행한 맥도널드에 대해 범동포 차원에서 2월 한 달간 불매운동을 전개한다”고 밝혔다. 최윤희 한인학부모협회 공동회장은 “미국의 어느 곳에 가든 아침에 델리나 커피숍, 식당 에서 은퇴한 노인들이 자리를 잡고 담소를 나누며 커피를 즐기는 것은 일상적 풍경”이라고 주장 했다.
이런 현상은 LA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한인타운 경노당을 연상하는 7가와 웨스턴의 맥도널드의 경우도 뉴욕의 상황과 흡사한 풍경이다. 심지어 일부 몰지각한 한인 노인들은 맥도널드 앞에서 하루종일 장기나 바둑을 두기 일쑤고 어떤 때는 주먹다짐과 고성이 오고가 경찰이 출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져 업장은 아예 공간을 폐쇄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커피를 두고 고객과 업주간의 분쟁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고 한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카페 뎀셀브즈 홈페이지 게시판은 현재 온갖 비난과 댓글로 가득하다. 얼마 전 한 사이트에 글을 남긴 소비자와 해당 카페의 대응이 인터넷상에서 뜨겁게 논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 따르면 이 소비자는 크리스마스에 해당 카페를 방문했다가 커피 4잔을 주문했음에도 ‘매장에 있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소비자는 당시 커피 2잔과 케이크 1개를 주문한 뒤 한참이 지나 다시 커피 2잔을 더 주문했지만 문제의 발단은 테이크아웃과 관련한 매장 규칙이었다.
해당 매장은 테이크아웃 주문 시 일정 금액을 할인해주는 대신 매장 내 섭취가 불가능하다.  매장에서 마시다가 도중에 테이크아웃 할 경우 용기를 교체해주는 방식이다. 소비자 주장에 따르면 당시 제대로 안내받지 못한 채 테이크아웃으로 음료를 구매했고 이미 음료와 케이크를 구매했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지만 매장 대응은 강경했다.
‘나가달라’는 식으로 반복해서 말하는 매장 측 대응에 소비자는 몹시 기분이 상했고 해당 글을 읽은 사람들 역시 카페 측의 융통성 없는 태도에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카페 외벽과 매장 계산대 옆에 ‘테이크아웃 주문 시 할인’에 관한 내용이 명시돼 있고 테이크아웃 잔을 들고 매장에 앉아있는 경우 다른 소비자에게 혼돈을 줄 수 있다는 카페 측 입장에도 불구하고 대응 방식이 소비자의 원성을 샀다.
특히 “룰을 인정해주는 분만이 저희 커피와 케이크를 즐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룰을 지키지 못하는 분들은 굳이 오지 않아도 무방하다”고 답한 매니저의 대응이 논란을 폭발적으로 급증시켰다.  현재 해당 카페 홈페이지는 “커피 마실 자격증 어디서 취득할 수 있죠?”, “직원 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서비스가 그 모양”, “커피 1잔 머그컵에 시켜 나눠먹는 사람은 앉아 있고 4잔 마신 손님은 나가라?” 등의 항의 글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해당 매니저 사퇴해라”, “그 카페 절대 가지 말자”는 글까지 올리고 있지만 카페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아무것도 아는 사실이 없으며 현재 어떠한 답변이나 인터뷰도 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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