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회’를 추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는 8월-10월 사이에 한국 방문이 거의 확정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가톨릭월드뉴스(CWN)는 지난달 22일 자 톱뉴스로 “교황은 금년 중 대한민국을 방문할 것”(Pope may visit Korea this year)이라고 보도했다. CWN은 “교황은 한국에서 개최되는 세계 가톨릭청년 대회 참석을 고려하고 있다고 교황청의 공보담당 페데리꼬 롬발디 신부가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에 AP통신과 미국의 뉴욕 포스트 등 중요 언론들도 CWN 보도를 인용해 “교황이 금년 8월에 한국 대전에서 개최되는 세계 가톨릭청년대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언론들도 교황의 방한을 기정 사실로 보도했다. 이는 교황 프란치스코의 아시아 순방의 첫번째 나라가 한국이 가장 적격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해 바티칸에서 한국의 오웅진 신부를 특별알현 하는 자리에서 ‘한국에 가고 싶다’며 ‘한국이 사제없이 평신도에 의해 복음을 받아들인 나라라는 점에 감명을 받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의 한국방문은 최근 세번째 추기경 탄생과 함께 최대 축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이같은 소식에 미주의 한인 천주교계에서는 교황 방한에 맞추어 한국 방문단 모집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소년층에서 모국방문을 선호하고 있다. <성진 취재부 기자>
AP 통신은 로마 가톨릭 제 266대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여름 브라질에서 개최된 세계청년의 날 행사를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오면서 기자들과 만나 ‘아시아 국가를 방문하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쳤다면서 그 대상국이 한국일 것으로 보도했다. 당시 교황은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이루지 못한 여정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전임 베네딕토 16세 교황에게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식 (천주교에서 일정 심사를 거쳐 ‘성인’의 전 단계인 ‘복자’로 추대하는 것)에 초청했었다.
대전 세계 가톨릭 청년회의 참석 유력
AP통신은 ‘한국은 성인 103명을 지닌 아시아 천주교계에서 가장 괄목한 성장을 보이는 나라’이다. ‘교황은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필리핀, 스리랑카 등으로부터 초청을 받았으나 한국을 먼저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통신은 ‘교황은 오는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요르단, 이스라엘 예루살렘과 예수가 탄생한 베들레헴 등 성지를 순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바티칸 교황청에 교황 프란치스코 방한을 요청한 뒤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며 “방한이 결정될 경우 오는 8월이나 10월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8월에는 한국천주교 대전교구 주최의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가, 10월에는 교황청에서 심사 중인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식이 예정돼 있다. 시복식은 성인품에 오르기 전 단계이다. 천주교 신자인 박근혜 대통령도 교황의 방한 초청을 여러 경로를 통하여 요청했다. 박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교황 방한을 요청한 것만 네 차례다.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3월 19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즉위 미사에 정부 대표로 참석한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통해 방한을 요청하는 친서를 전달했다. 친서는 한국과 교황청 양국 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교황의 방문을 부탁하는 내용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두 달 뒤인 5월 다시 공식 방한 초청 친서를 교황청에 전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방한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인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을 접견한 자리에서 “교황께서 상당히 바쁘신 일정을 갖고 계신 줄 잘 알고 있지만 꼭 방한해 주셨으면 한다”며 “천주교인들은 물론이고 모든 종교인들이 교황을 뵙기를 원하고 있다. 한국을 방문해 한국의 갈등 치유에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한다”고 공개요청했다. 이에 필로니 추기경은 “교황은 한국에 대해서 특별한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이 직접 미사를 집전한 한ㆍ로마교황청 외교 수립 50주년 기념 경축미사에서 감사 서한을 전달하며 다시 한번 한국을 방문해 달라고 초청 했다. 정부는 이 같은 대통령의 공식적인 초청과 함께 지난해 11월쯤부터 교황청과 비공식적인 접촉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대통령도 네차례 초청
이어 지난 1월7일자 국내 중앙일보는 천주교 핵심 관계자가 “교황의 방한 시기는 8월로 정해졌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통상 교계에선 교황이 동북아시아로 올 때는 한국과 중국ㆍ일본을 모두 찾으리라 예상하지만 이번엔 중국ㆍ일본을 제외하고 한국만 방문한다”며 “한국에서 8월에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6th Asian Youth Day)’가 열리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아시아청년대회’는 아시아 여러 나라의 가톨릭 청년들이 모여 함께 기도와 미사, 순례 등을 하며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체험하는 국제 행사다. 한국을 방문하면 15개국이 넘는 아시아 각국의 청년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교황청이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이어 “한국 주교회의에서도 이미 교황 방한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 됐다”며 “교황 방한의 구체적 날짜는 아직 미정이나 ‘아시아청년대회’가 8월 13일부터 17일까지 열리므로 방한 일정은 이 기간을 포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중앙일보는 교황청이 현재 심사를 진행 중인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의 시복(천주교에서 일정 심사를 거쳐 ‘성인’의 전 단계인 ‘복자’로 추대하는 것)식이 주로 10월에 열리므로 “한국 천주교 측은 교황의 방한(8월)에 맞춰 시복식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국 천주교는 전임 교황인 베네딕토 16세 때도 교황청에 방한을 계속 요청했으나, 교황이 워낙 고령인데다 아시아 중 한국만 찾기는 어렵다는 이유로 무산됐다고 전했다. 만약 올해 방한이 성사된다면 교황의 한국 방문은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이다.

올해 갑오년은 한국 천주교 230년 역사에 큰 획을 긋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에 이어 세 번째 추기경으로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가 선임된 이후 25년 만에 교황 방한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교황 방한에 맞춰 한국인 최초로 세례를 받은 이승훈을 비롯해 초기 순교자 124명에 대한 시복식도 열릴 것으로 점쳐진다. 성인(聖人) 이전 단계인 복자(福者)로 추대하는 ‘시복식’ 시점에 대해 강우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주교는 “올 가을쯤 시복식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는 언질을 받았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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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황을 알현한 오웅진 신부(왼쪽). |
| 올 하반기 교황 방한설에 대해서도 주교회의는 “방한 여부와 시기가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는 “만약 교황이 방문한다면 그 시기는 올 8월이나 10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올 한 해 천주교계는 그야말로 잔치 분위기다. 세 번째 추기경 임명과 교황 방한은 한국 천주교회는 물론이고 역대 대통령들이 수년간 다양한 루트로 교황청에 요청해온 것이다. 그 명분은 한국 가톨릭계 위상에 걸맞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위상을 찬찬히 뜯어보면 우선 신자 수를 들 수 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밝힌 국내 가톨릭 신자 수는 536만명. 2011년 미국 CIA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가톨릭 인구수는 전 세계 42위지만 경제 협력 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16위를 기록했다. 아시아에서는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이어 다섯번 째로 많으며 아시아 OECD 국가 중에서는 1위다.
중국은 사제 서품 권한을 놓고 교황청과 대립하는 관계이고, 일본 가톨릭 신자 수는 한국의 10분의 1인 50만명 수준이다. 여기에 교황청에 매년 내는 재정분담금에서도 한국은 아시아 국가들에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진석 추기경이 밝힌 2009년 자료에 따르면 한국 가톨릭교회는 총 154만6575달러(당시 18억5000억원)를 바티칸에 봉헌했다. 매년 6월에 있는 교황주일 헌금과 납부금을 합한 액수다. 지난해 10월 방한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은 “교황께서 한국인을 사랑하고 한국을 위한 열정이 있음을 전해달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한국 가톨릭교회는 최근까지 인류복음화성의 지원을 받는 처지였다가 이제는 주는 교회로 성장했다. 한국의 성인(聖人) 숫자도 세계 상위권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1984년 신자 103명이 성인으로 한꺼번에 추대된 결과 성인 수에서 세계6위를 기록하고 있다. 올가을 ‘복자’가 되는 124명이 성인 절차를 밟으면 성인 숫자는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내 가톨릭 성직자 수도 총 4800명으로 세계 18위를 기록하고 있다.
교황의 방한에 대해 충북 음성 꽃동네는 지난해 9월 회보 ‘오웅진 신부의 교황 특별알현’ 기획특집 기사를 통해 “124위 시복 심사가 성사되면 한국 방문을 희망한다고 화답했다”고 밝혔다. 오 신부가 “한국 가톨릭 교회와 정부의 협조 아래 새 복자들의 시복식을 거행해 주시고 아울러 꽃동네도 방문할 것을 소망한다”고 요청하자 이 같이 화답했다는 것이다. 이 기사는 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한국을 특별히 사랑한다며 한국은 사제없이 평신도들이 열정을 갖고 교회를 이룬 나라였기 때문이며, 그 힘의 원동력은 세례성사였다고 말씀했다”고 밝혔다. 교황 알현 자리에 함께 했던 윤심덕 수녀는 “평신도가 세례를 받아서 한국 천주교가 뿌리내리게 한 배경에 (교황께서) 각별한 관심을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난한 이들을 섬기는 꽃동네에 특별한 애정과 관심을 보이시며, 한국을 찾게 되면 꽃동네도 방문을 약속했다”고 말했다. 현재 주교회의 시복시성특별위원회(시복시성특위)는 교황청 시성성에 2차에 걸쳐 모두 3건, 총 338인의 시복을 청원해 놓은 상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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