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숙이 ‘꽃 누나’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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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춘훈(언론인)

LA의 위성방송 Direc-TV에서 방영 중인 MBC-TV의 수목 드라마 <미스 코리아>에는 미인들이 아름답게 웃는 법을 연습하는 장면이 재미있게 그려져 있습니다. 입을 앙다문 채 웃으면 안 되고, 목젖이 보일 정도로 크게 벌리고 웃어도 실격입니다. 윗니만 살짝 드러날 정도로 입을 가볍게 벌리고 ‘와이키키~’ 하면, 고혹(蠱惑)적인 ‘미인의 미소’가 만들어 집니다.
퀸 메이커로 유명하다는 드라마 속 강남 미장원 원장이 이 ‘와이키키 웃음법’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엘리베이터 걸 출신으로 “발랑 까진 것 같지만 내면은 순수한” 여주인공 이연희가, 시도 때도 없이 ‘와이키키~’하며, 저 혼자 웃는 연습을 하는 장면이 재미있습니다.
미스 코리아 급의 ‘꽃 미모’와는 한참 거리가 먼 우리 같은 사람들은, 사진 찍으며 억지웃음을 지어야 할 때, 흔히 ‘김치 웃음법’을 사용합니다. 미스 코리아들은 왜 우리 같은 ‘못난 것’들처럼 ‘김치~’ 대신 ‘와이키키~’ 하고 웃을까요. ‘국산 김치’보다는 ‘미제(?) 와이키키’가 낫다는 걸까요.
김치는 두 음절, 와이키키는 네 음절이고, ‘이키키’ 발음은 가벼운 장모음입니다. 윗니만을 드러내며 웃을 듯 말 듯 ‘살짝 웃음’을 짓는 데는, 구강의 해부학적 구조상 두 음절인 김치보다는 네 음절에다 장모음으로 끝나는 와이키키가 제격입니다. 킹 메이커 미장원장의 말이 아니라, 내가 나름대로 ‘열공’해 얻어 낸 ‘믿거나 말거나’ 연구결과입니다.


윤진숙… 임명도 해임도 박근혜 式


지난 주 한국의 윤진숙 해양수산부장관이 해임됐습니다. 의원(依願)면직도 아니고 해임이라니,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방식은 참 별나기도 합니다. 입 가진 사람들은 다 안 된다고 말리던 인사를 ‘모래 속의 진주’라며 고집스레 장관 자리에 앉히더니, 내 칠 때는 ‘모래 속의 유리조각’ 처럼 골라 내 무정히 내쳐버렸습니다.
윤진숙의 주된 해임사유는 ‘시도 때도 없이 웃은 죄’입니다. 웃었다고 장관 목이 달아나다니 해외 토픽감입니다. 지난 해 4월 국회인사청문회 때 그는 미스 코리아처럼 계속 웃었습니다. 김치~ 하고 웃었는지 와이키키~ 하고 웃었는지 하여튼 청문회 내내 웃었습니다.
의원들의 질문에는 대개 ‘몰라요’로 응수했습니다. 야당은 물론 여당의원들도 ‘자격미달-임명불가’ 결론을 내렸지만, 대통령은 “진주가 빛을 발할 때가 올 것”이라며 윤진숙 해수부장관의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그 후 9개월 간 윤 장관은 몇 차례 더 국회에 출석해 답변할 기회가 있었지만, 미스 코리아 식 ‘와이키키 코스프레’만 되풀이 할 뿐, 대통령의 장담대로 ‘진주’로 반짝이지는 못했습니다.


‘나 홀로 수첩인사’가 화 불렀다


지난 달 여수 앞바다에서 최악의 원유유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외국국적의 유조선이 GS 칼텍스의 송유관을 들이받아 일어난 이 사고로, 막대한 양의 기름이 전라도 뿐 아니라 경상도 앞바다 까지 오염시켜 나갔습니다. 어민들의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습니다.
이런 판에 윤진숙은 국회답변에서 “1차 피해자는 GS 칼텍스이고, 2차 피해자가 어민들”이라는 해괴한 답변을 했습니다. 대부분의 어려운 질문엔 역시 웃기만 했습니다. “지금이 웃을 때냐”고 의원들이 열 받아 핀잔을 줘도 그는 굳세게 웃었습니다.
 피해어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국민여론도 싸늘하게 돌아섰습니다. 대통령의 인상비평식 ‘나 홀로 수첩인사’에 대한 국민적 불만이 폭발직전에 이르자, 박 대통령은 해임이라는 초강수로 모래 속 진주를 사금파리로 만들어버렸습니다. 자신의 인사실패를 웬만해서는 인정하려 하지 않는 대통령이, 이번엔 어지간히 다급했던 모양입니다.
윤진숙은 경희대 지리학 박사 출신으로 해양환경 전문가입니다. 몇몇 지방대 강의와 연구원 경력이 커리어의 전부인 윤진숙이 해양수산부 장관에 임명되자 “어! 이건 아닌데…”하는 당혹과 우려가, 정치권과 학계, 해수부 안팎 관료사회에서 일제히 터져 나왔습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윤진숙은 의원들의 질의에 거의 답변을 못하거나 동문서답으로 엉겼습니다. “제주도 해녀를 장관에 앉혀도 윤진숙 보다는 낫겠다”는 탄식이 쏟아졌지만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고, 그 결과가 이번 ‘인사 참사’로 나타난 겁니다.


야당의 윤진숙 ‘성 차별’ 이지메


여의도 정가에서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의 ‘명품 웃음’이 늘 화제입니다. ‘하회 탈’을 뒤집어 쓴 것 같은 황우여의 웃음은, 안철수의 새 정치, 대통령의 창조경제, 김정은의 ‘또라이 짓’ 등과 함께, 정치의 ‘5대 미스터리’로 꼽히고 있습니다.
지난 5일 황우여는 자신의 웃음이 5대 미스터리에서 빠졌음을 공식선언(?) 했습니다. 그 자리를 윤진숙의 웃음이 차지하게 됐다며, 특유의 웃음을 지어보였습니다. 황우여가 왜 ‘웃는지’ 대신, 윤진숙이 그동안 왜 굳세게 ‘웃었는지’를 연구해 볼 차례입니다.
역시 내가 ‘열공’해 얻은 결론은 대충 두 가지 정도입니다. 하나는 장관으로서의 능력(전문성) 부족, 다른 하나는 외모 콤플렉스입니다. 이 두 가지 약점을 웃음으로 얼렁뚱땅 ‘정면 돌파’해 나가려다 생고생을 사서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윤진숙의 이 ‘치명적’ 아킬레스건을 물고 늘어지며, 의원들은 지난 9개월 동안 그녀에게 거의 ‘성 희롱 급’의 ‘집단 이지메’를 가했습니다. 윤진숙 자신의 자질부족, 대통령의 파행인사, 정치권, 특히 야당의 가학(加虐)적-성 차별적 윤진숙 죽이기 ‘집단 린치’는, 해양환경분야에서 나름대로 능력을 인정받으며 잘 나가던 여성 연구원 하나를 불명예의 나락으로 처박은 꼴이 됐습니다. 능력은 다소 부족해도 그가 남성장관이었다면…이연희 처럼 예쁜 얼굴로 와이키키~하며 곱게 웃는 여성장관이었다면…. 


박-천주교 싸움, 갈 데 까지 가나


천주교의 좌파신부들은 요즘 박근혜 사퇴 목소리를 점점 더 거칠게 내기 시작했습니다. 매달 여는 정의구현사제단과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신부들의 시국미사는 이제 ‘박근혜 자진사퇴’를 넘어 ‘박근혜 축출’을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민중봉기를 선동하는 듯한 통제불능의 주장이 신부들의 강론을 통해 마구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대통령으로서는 국정의 파천황적 쇄신으로 국민의 확고한 지지를 좀 더 이끌어 내야할 시점입니다. 아직은 천주교 내 소수 사제들의 주장에 동조하는 국민이 많지 않습니다. 허지만 시국미사가 회를 거듭할수록 에스컬레이트 돼 가고 있는 일부 사제들의 “대통령 몰아내자” 구호가 국정 난맥과 연계될 경우, 심각한 정치적 상황이 빚어 질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국민불만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입니다. 온 나라에 가득 찬 건 중국 발 미세먼지와 5000만 국민의 ‘화(火)’ 뿐이라고 말하면 지나칠까요? 사랑과 평화의 종교인 천주교 신부들이, 저마다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대통령을 악마 권세로 몰아치며 “끌어내자”고 외치는 나라가 정상일 수는 없습니다.
드라마 <미스 코리아>의 주인공인 이연희가, 이 화 난 신부들을 모아놓고 강연을 한번 가져보면 어떨까요?
“자, 신부님들 제 얼굴을 보세요. 저를 따라 해 보세요. 대한민국 와이키키~. 강론 하실 때  와이키키~ 한번 하시고 시작하세요. 자, 와이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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