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북한을 통틀어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파워 우먼은 북한의 로열 패밀리 김여정(27)이다. 죽은 김정일의 3남4녀 중 막내딸이며 김정은의 유일한 동복 여동생이다. 17일 북한중앙통신은 김정은의 모란봉악단 공연 관람소식을 전하면서,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등 정권 실세들과 함께 김여정을 수행인사로 이례적으로 소개했다. 김여정의 실명이 북한 매체에 등장한 것은 지난 9일 치러진 최고인민회의 제13차 대의원선거 이후 두 번째다. 김여정은 이날 대의원선거에서 화려하게 정치무대에 데뷔했다. 오빠 김정은을 수행한 그를 관영매체들은 ‘김여정 동지’로 불렀다. 노동당중앙위원회 책임일꾼이란 호칭은 그가 핵심권력으로 급부상했다는 신호다. 장성택 처형 여파로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가 권력에서 밀려난 시점에 이뤄진 김여정의 공식 등장은 시기적으로도 절묘하다. 김여정은 오빠 김정은에게, 부인 리설주도 못하는 직언(直言)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로 알려졌다. 김정은의 통제불능의 ‘미치광이 정치’에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는 점에서 김여정의 등장을 의미있게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임춘훈>
김여정의 공식등장은 그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백두혈통’의 직계라는 점에서, 3대 세습체제의 정통성을 더욱 강화하는 이벤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가 낳은 자녀 중에서 친형 정철은 권력의 양분화를 막기 위해 철저히 역할이 배제됐다. 그러나 여정은 여자라는 점에서 김정은 유일 통치체제 구축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북한 지도부는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김여정을 등장시켜 로열 패밀리의 정치적 위상을 더 부각하면서 장성택의 처형으로 생긴 고모 김경희 노동당 비서의 공백을 메우려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여정의 역할은 김정은의 처 리설주의 역할보다 더 클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김여정은 그동안 당 선전선동부 과장 겸 국방위 행사과장으로 활동해 왔다. 이번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책임일꾼이라는 직함으로 소개돼 노동당 양대 부서인 조직지도부나 선전선동부의 부부장 직을 갖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차관급 직책이다. 이는 앞으로 김여정의 역할이 김정일 시대 김경희가 차지했던 정치적 역할을 훨씬 뛰어넘을 것으로 시사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김여정은 27세에 불과한데다 정치적 경험도 없는 만큼 중요한 역할을 직접 맡기 보다는 당분간 오빠 김정은을 보좌하면서 중요사안에 조언하는 역할에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에게 ‘아니오’라고 조언할 수 있는 핵심간부가 전무한 상태에서 그가 권력핵심부의 여론을 종합해 김정은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여정은 1990년대 후반 오빠들인 정은 정철과 함께 스위스에서 유학생활을 보냈다. 7세 때부터 5년간 베른의 국제학교에서 정순이란 이름으로 유학했다. 평양으로 귀환한 후에도 고려호텔 등에 머물며 외국인 초빙강사로부터 불어와 영어 등 외국어를 배웠다. 한 대북 전문가는 “고영희의 세 자녀 중 여정이 제일 영리하고 똑똑하다. 아마 남자였다면 그가 권력을 물려받았을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치적 감각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권력승계가 빨랐던 김정은 체제는 부인을 공개하고 여동생을 내세우는 등 과거 김정일 체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김여정은 고모 김경희의 공백을 채우면서 정치적 활동을 더 많이 해 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김정은의 후광을 업은 김여정이야말로 사실상 북한권력의 2인자라는 분석도 있다. 입에 올리기 어려운 쓴소리로 김정은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 북한에 김여정뿐 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북정보 관계자는 18일 “오빠 김정은의 일정관리는 물론 헤어스타일이나 안경테 모양, 키높이 구두까지 김여정의 작품이라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정은을 밀착수행하며 외투나 서류를 챙겨주는 보좌관 역할을 한다는 방북인사의 전언도 있다. 당 간부들 사이에 “여정 동지와 가까워야 원수님을 모실 수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고 한다. 한미정보당국은 김정은의 후계자 부상 이후 김여정을 주목해 왔다. 할아버지 김일성의 모습을 닮은 지도자로 김정은을 이미지 메이킹 한 것도 김여정의 작품으로 파악하고 있다. NBA 출신 미 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먼을 평양에 불러들여 국제사회의 이목을 끈 이벤트도 김여정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김여정은 자유분방한 행동으로 관심을 끌었다. 2012년 7월 평양 능라인민유원지 개관식 때 그가 보인 행동은 파격적이었다. 김경희 등 고위간부가 부동자세로 줄지어 서 김정은을 맞았지만 김여정은 아스팔트 광장을 뛰어다니면서 재미있다는 듯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김정일 장례행사 때는 김정은과 당 간부들이 추위에 떨며 추도사를 들었으나 김여정은 대열을 이탈해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이듬해 11월 김여정이 김정은 김경희와 함께 말을 타는 장면이 TV에 공개되자 정보당국은 “머지않아 김여정의 등장을 공식화 하려는 예고편”이라고 판단했다. 김여정은 이번 최고인민회의 선거에서 대의원으로 선출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오빠 김정은의 현장행사를 잇따라 수행한 점으로 미뤄 중앙정치무대 활동을 공식화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는 이날 행사에 불참해 최근 제기된 임신설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아일랜드 트리니티 칼리지 교수인 이언 로버트슨 교수가 지난주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김정은의 뇌를 들여다 본다’라는 흥미있는 강연을 했다. 세계적인 뇌 과학자인 그는 왜 김정은의 뇌에 대해 질문을 던졌을까? 그는 “지도자의 성격이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독재국가에서는 더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다음은 강연 발췌. 인간욕구에는 세 가지가 있다. 친화욕구, 성취욕구, 그리고 권력욕구다. 권력욕이 강한 국가지도자는 국가를 전쟁으로 이끌고 갈 확률이 높다. 김정은의 욕구는 뭘까. 미국의 한 전직 국무장관은 그를 가리켜 “폭력적, 예측불허”라고 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눈에 광기를 띈 폭군” “합리적 의사결정이 아니라, 보기만큼이나 제정신이 아닌 성격으로 일을 주도한다”라고 그를 제 정신이 아닌 인물로 묘사했다. 성취욕은 어떨까. 유학시절 학교에 출석하지 않은 때가 많았고, 성적도 별로였다. 아버지 김정일만큼 똑똑하지 않았다는 얘기가 있다. 권력욕은 어땠을까. 김정일의 요리사인 일본인 후지모토에 따르면 김정은은 항상 팀메이트들에게 엄격했으며 어른대접을 받고 싶어 했다. 김정은은 7살 때부터 발밑에 박스를 대고 차를 운전했으며, 첫차는 벤츠였다. 김정은의 성격구성 중 권력욕이 제일 높고 친화욕구는 중간 정도, 성취욕은 알려진 바가 없다.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 같고, 성격장애도 없는 것 같고, 따라서 제 정신이 아닌 것 같지는 않다. 허지만 억제가 거의 없었다. ‘작은 장군’으로 자라 그의 성격에 억제가 없었다. 충동적이고 폭발하는 성격을 갖게 된 것이다. 그의 관심사는 무엇일까? 북한에 대한 애정과 주민에 대한 걱정이 있었으나 아버지와 같은 이데올로기적인 동기는 없었다. 허지만 사람의 성격은 변한다. 그의 성격은 이미 변했을지도 모른다. 사람의 성격을 변하게 하는 건 세 가지 요인이다. 권력과 공포, 건강이다. 후지모토는 김정은이 어렸을 때 보드카 한 병을 다 마실 정도로 술을 좋아하고 10대 때 흡연을 시작했다고 했다. 만약 그것이 계속됐다면 그에게 당뇨와 고혈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장기적으로 뇌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마무리를 하자. 김정은은 권력에 대한 강력한 욕구를 갖고 있는 동시에 타인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한다. 정치적 이념적 관심은 많지 않다. 이렇게 추론해 볼 수 있다. 만약 김정은이 공격적인 행동을 한다면 그건 북한에 대한 외부의 적대행위나 내부 결속 때문일 것이다. 그는 내부를 결속하고 반체제 세력을 억누르기 위해 ‘우월한 민족 신화’를 강화할지 모른다. 실제로 우리가 어느 정도 합리적인 김정은을 포용할 수 있는 기간이 별로 없다. 그에겐 문화적 경제적 개입에 열려있을 가능성과 북한인민에 대한 공감능력이 남아 있다. 또 서방국가, 특히 미국에게 존중받고 싶어 한다. 허지만 궁지에 몰리면 무자비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시간이 남아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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