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사퇴 등 시국문제 놓고 염수정 추기경-좌파 神父들 大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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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 내부의 좌우 이념갈등이 심상치 않다. 새로 서임한 염수정 추기경이 정의구현사제단 등 좌파 신부들의 대통령 사퇴요구 등 지나친 정치참여를 “합리적이지 않다. 계속 이런 시국미사를 열면 주변부로 밀려날 것”이라고 비판하자, 사제단 신부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정구현’ 사제들은 “추기경의 말로 믿기지 않는다. 예수 그리스도 역시 이렇게 싸우다 주변부로 살다 가셨다”고 염 추기경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주말 전주에서 열린 정의구현사제단의 ‘불법 대선개입 규탄과 대통령 사퇴를 위한 시국미사’는 지금까지 열린 어떤 미사보다 격렬했고 규모도 컸다. 이들은 박 대통령을 짝퉁 대통령, 국정원을 내란죄 현행범, 타락하고 추악한 범죄 집단이라 부르며 “박근혜는 사퇴하라. 국정원은 해체하라”고 외쳤다. <임춘훈>
 












▲ 염수정(71) 추기경이 가톨릭교회 추기경으로 공식 임명됐다. 우리나라 사제로는 세 번째다.

정의구현사제단은 24일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시국미사를 열었다. 사제 100여명과 수녀, 신자, 좌파단체 회원 등 500여명이, 성당 아닌 광장에서 이례적으로 열린 이날 미사에 참석했다. 지난해 11월 미사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을 정당화 해 보수층의 반발을 샀던 박창신 신부는 이날 박 대통령을 ‘대변 후 밑도 닦지 않는 사람“에 비유하며 지난 대선에서의 개표부정을 거듭 주장했다.
“박근혜는 국민이 뭐라 해도 말을 안 듣고 그냥 간다. 통일대박이니 규제완화니 하며 대변 보고 밑도 안 닦은 것처럼 가고 있다. 뭔가 얘기 하면 옳고 그른 것 따져 벌 줄 놈 벌 주고 국정을 올바르게 해야 하는데 냄새 나서 가까이 갈 수 있겠느냐. 지금 독일 가서 아마 냄새 풍기고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미사 말미에 연단에 오른 박 신부는 “밑도 안 닦은 사람” “냄새를 풍긴다”라는 표현을 여러 번 반복했다.
박창신 신부는 이날도 지난해 11월 군산미사 때 손에 들었던 ‘제18대 대통령 부정선거 백서’를 들고 나와 개표부정 등을 거듭 주장했다. 그는 “백서의 저자 두 명을 구속하며 간첩조작 하듯이 했고, 선거법에 따라 6개월 안에 처리해야 하는 데 명예훼손으로 걸었다. 웃기는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에는 “다른 건 몰라도 개표부정이라니 이걸 누가 믿느냐. IT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컴퓨터 개표부정이 자행됐다는 주장을 누가 귀 담아 듣겠느냐. 정신분열증 신부 같다” 라는 따위의 댓글이 무수히 올라왔다.




이날 강론은 좌파사제의 대부 격인 문규현 신부가 맡았다. 80분간 계속된 강론에서 문 신부는 “외교문서까지 위조해 간첩조작 질 하는 일도 서슴없이 벌어지고 있고, 의견이 다른 사람을 빨갱이와 종북으로 몰아붙이는 일이 한국사회의 유행병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정원을 ‘국민을 적으로 알고 나라를 붕괴시키려고 획책한 내란죄 현행범, 타락하고 추악한 범죄집단’ 으로 규정하면서 “우리나라는 초유의 짝퉁 대통령을 갖게 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제단 대표로 미사를 집전한 송년홍 신부는 “아무리 사퇴하라 외쳐도 대통령이 아무 말도 안한다. 지금은 무엇이 무서운지 비행기 타고 독일로 도망갔다. 오늘은 박근혜라는 이름을 안 쓰겠다. 이미 대통령이 아니니까…. 그냥 ‘가-’ 이렇게 부르겠다”고 막말욕설을 퍼부었다. ‘정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은 이날 성명을 통해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개입으로 대통령이 된 박근혜는 즉각 사퇴하라’ ‘국민을 적으로 간주하는 국정원을 해체하라’라고 주장했다.














▲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 사제들과 신도들이 24일 전주 시내 풍남문 광장에서 부정선거 규탄과 대통령 사퇴 촉구를 요구하는 시국미사를 열었다

좌파신부들의 시국미사가 점점 더 험악해지고 있는 것은 이들에 대한 염수정 추기경의 엄중한 비판과 박근혜 정부의 일관된 국정운영, 그리고 60%를 넘나드는 국정지지도에 자극 받은 때문으로 보인다. 천주교 신자 중 6~70%가 넘는 절대다수가 좌파사제들의 주장과 이념노선에 동조하지 않고 있어, 내부결속용으로 시국미사의 발언수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20일 서임식을 받기 위해 바티칸을 방문한 염수정 추기경은 바티칸 일간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와의 인터뷰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이 민주적 선거절차를 무시하고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현재 민주주의 제도에서는 대통령이 지지를 잃어버리면 5년 뒤에 정권을 바꿀 기회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염 추기경은 현 시국에 대해 “사제단은 1987년까지만 해도 매우 중요한 민주화 투쟁을 이끌었지만 오늘날 정치환경은 완전히 바뀌었다. 지금은 맞서 싸울 독재정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반정부 활동보다 대중의 현실적인 필요에 그들의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염 추기경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해 “만일 그들이 기존 방법론을 고집한다면 사회의 주변부(변두리)로 밀려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두고 사제단은 “과연 추기경이 한 말인가 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내 놓았다. ‘정구현’의 총무신부를 역임했던 김인국 신부는 24일 한 좌파 인터넷 매체와의 회견에서 “세계를 파악하고 세상을 둘러보는 관점이 너무 다르고 한국사회에 대한 평가도 너무 달라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다”면서도 “아무리 생각이 다르더라도 이렇게까지 말하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김 신부는 “생각이 다른 추기경이라 해도 정말 추기경의 말이라고 믿기지 않는다”며 “추기경이 이런 인식을 드러낸 것은 국가기관에 의한 대선개입이라는 팩트를 인식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대선이 매우 공정했으며, 이에 승복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을 깨트리는 파울플레이라고 염 추기경은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염수정 추기경이 “지금은 반정부 활동보다는 대중의 현실적인 필요에 그들의 에너지를 집중해야지 기존 방법론을 고집한다면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날 것”이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김인국 신부는 “염 추기경의 방법론과 사제단의 방법론을 두고 어떤 것이 복음적, 교회적인지, 어떤 방법론이 현 교황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것인지 토론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행동 때문에 변두리에 밀려나는 경우가 생긴다면 어쩔 수 없다”며 “오히려 그런 운명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수님을 보라. 예수님도 그렇게 살다 가셨다”라며 “우리에겐 세상의 중심이 되려는 집착이 없으며, 대중의 지지를 못 받아도 상관없다. 그것이 십자가 부활의 신비”라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8월 한국에 온다. 교황이 한국천주교계의 첨예한 이념갈등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 지 주목된다. 설사 현 정의구현사제단의 ‘대통령 퇴진’ 같은 급진적인 현실정치 참여에 교황이 부정적 입장을 취하더라도, 박창신-문규현 등 좌파사제들이 지금까지 벌여놓은 시국미사라는 정치 이벤트를 스스로 거두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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