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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춘훈(언론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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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때 어느 일선 국군 부대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초로의 아낙네가 젊은 처녀를 데리고 아들을 면회 와, 다짜고짜 부대장을 찾았습니다. 4대독자를 전쟁터에 보낸 이 어머니는 며느리 감을 데리고 와 아들이 전사하면 집안의 대가 끊기니 ‘씨’를 받게 해 달라고 부대장 앞에서 ‘진중(陣中)농성’을 벌였습니다.
하루에도 수백 명이 전쟁터에서 죽어가는 마당에 4대독자 아들의 씨를 받아주는 것도 진충보국(盡忠報國)이라 생각한 부대장이, 전투를 잠시 중단하고 ‘씨받이 작전’에 들어갔습니다. 부대 안에 천막을 치고 ‘인스턴트 신혼 방’을 꾸린거지요.
헌데 걱정이 생겼습니다. 단 한 번에 씨를 받아야 하는데, 그것이 괴뢰군 일개 부대를 ‘박살’내는 일보다 결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부대장은 신랑을 전 부대원 앞에 세워놓고 비장한 어조로 작전명령을 내렸습니다. “김 일병, 알겠나? 무조건 초전박살이다! 두 번은 없다. 단 한 번이다! 자, 이제 천막 안으로 돌격!”
3대 세습, 4대까지 갈까?
그때 김 일병의 ‘초전박살 작전’이 성공해 아들을 얻었다면, 그 아들은 지금 환갑이나 진갑 나이가 됐을 겁니다. 6.25 전쟁 발발에서 휴전까지 3~4년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6.25 동이’라면, 그들 중엔 김 일병처럼 3대나 4대독자의 씨를 전쟁터의 막사 안에서 받아 탄생한 ‘초전박살 동이’도 꽤 있지 않을까요? 그들이 지금 북 쪽 ‘김가 왕조’의 3대 세습 통치자 김정은의 광적인 살인-전쟁 놀음에 열 받아 가슴 치며 분기탱천하는 한국의 ‘안보 중추세대’가 됐습니다. 김정은의 할애비 김일성이 남조선을 해방 시키겠다며 처내려온 전쟁이 6.25 한국전쟁입니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1950년 6월 25일 전쟁 개시일 부터 53년 7월 27일 휴전일 까지, 대충 500여 만 명의 군인과 민간인이 희생되고 1000여 만 명의 이산가족이 생겼습니다.
한 민족의 내전(內戰)의 상처는 보통 100년, 즉 3~4 대를 지나야 어느 정도 치유 봉합된다는 게 역사의 교훈입니다. 이 역사의 가르침에서 보면, 동족상잔의 끔찍한 전쟁을 치른 우리 민족은 이제 겨우(?) 60년을 남북이 분단된 채 살아왔을 뿐입니다. 역사의 변증법적 발전 이론대로 라면, 우리민족이 평화롭고 부강한 새 통일한국으로 거듭 태어나는 데는 앞으로 40년의 세월이 더 흘러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김가 왕조의 저 완악(頑惡)한 ‘피의 세습’이 3대에서 4대 까지 이어지는 꼴을 봐야 한다는 뜻일까요? 작가 황석영이 말했습니다. “분단된 나라에서 작품을 쓴다는 것은 사나운 마누라와 사는 것과 같다.”
유감스럽게도 “사나운 마누라와 살아보지 못해” 작가가 내면에서 아파하고 괴로워하는 분단의 비참함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사나운 마누라야 견디기 힘들면 헤어지거나 도망쳐 안 볼 수도 있습니다. 사나운 마누라 덕에 소크라테스는 철학자가 돼 인류의 정신사를 새로 썼습니다. 핵무기, 중장거리 미사일, 생화학무기, 자폭무인기, 사이버 공격, 중성자탄, 장사정포…. 정신없이 쏟아지는 김정은의 ‘살인-전쟁 불꽃놀이’ 시리즈를 바라보며, 우리는 악처 앞에 무력한 공처가나, 악처 앞에 초탈한 철학자, 둘 중의 하나가 돼야 할 선택을 강요받는 신세가 됐습니다. 철학자가 돼야 할까요, 공처가가 돼야 할까요?
한국민들, 전쟁위기 실감 시작
지난 보름사이 잇따라 발견된 북한 무인기 사건으로 한국사회에 전쟁공포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 직전에 있었던 동해에서의 단거리 로켓과 중거리 미사일 발사, 그 며칠 전에 감행된 서해안 포대의 NLL 인근 포격 등 일련의 사태에 이은 이번 무인기 도발로 한국의 ‘안보우려층(層)’은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습니다. 최근 북한의 도발에 “안보 불안을 느낀다”는 응답은 54.4%에 달했습니다. 19년 전 전쟁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던 이른바 제1차 북핵 위기 때도 이런 수치가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한국민들이 김정은을 그의 애비 김정일, 할애비 김일성 보다 훨씬 더 위험한 예측불능-통제 불능의 철권 독재자로 보기 시작했다는 반증입니다.
미국 등 서방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 사회주의권 국가들마저 김정은 정권에 등을 돌리고 있습니다. 엊그제 워싱턴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 출연한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김정은을 “모든 행동이 경솔함과 잔인함이 혼재된 최악의 독재자”라며, “우리가 그동안 아시아에서 봐 왔던 인물 중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북한의 협박에 대한 한국의 인내심이 한계에 도달 해 보복 준비가 갖춰지고 있다”고 말해, 김정은의 위험천만한 각종 도발이 우발적 무력충돌이나 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김정은 나이, 성격, 권력地形 모두 위험
김정은의 최근 도발은 겉으로는 한미군사훈련에 대한 나름의 대응으로 보입니다. 허지만 본질은 핵과 인권문제 등으로 국제사회의 압박 분위기가 고조되자, 국면전환용으로, 거의 발작적인 다단계 도박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마지막 ‘믿는 구석’이던 중국마저 시진핑 체제에서 압박공세로 나서자 군사적 긴장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 김정은을 자극했을 수도 있습니다. 통일대박 담론은 결국 북한체제의 몰락, 이른바 급변사태에 따른 흡수통일론과 끝이 닿아 있습니다. 통일대박론에 대해 되치기를 하면서, 한편으로는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김정은이 핵과 각종 도발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김일성이 6.25 전쟁을 일으킨 것은 나이 38세 때였습니다. 당시 나이가 50살 지천명이라도 됐었다면, 소달구지에 보급품 싣고 남조선을 열흘 만에 해방시키겠다며 동족상잔의 6.25전쟁을 감히 일으키지는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김정은은 6.25 때 김일성 나이보다 7~8년이나 어린 30 전후의 애송이입니다. 오는 4월 15일은 김일성의 생일인 태양절입니다. 김정은은 할애비 생일을 장성택 숙청 마감일로 정하고 지금 이 시간도 무고한 주민들을 상대로 피의 숙청극을 벌이고 있습니다. 최대 10만 명까지 숙청될 것이라는 북한판 살생부에 주민들이 떨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성격은 폭력적-즉흥적이고 과대망상증세도 보인다고 정신의학자와 심리학자들은 진단합니다. 고모부인 장성택 처형 직후, 그리고 대남 무력도발을 계속하고 있는 요즘, 그는 자주 숙취에서 깨어나지 않은 듯한 퉁퉁 붓고 어수선한 얼굴로 TV에 등장합니다. 보드카 두어 병을 간단히 해치운다는 폭주가에다 신경정신적 불안 증세, 거기에 과대망상증까지 있다는 이 애송이 공산 독재자가 언제 무슨 일을 어떻게 저지를지, 전 세계가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습니다. ‘김정은 리스크’는 우리 민족에겐 의문의 여지없는 실재적- 존재론적 위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