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주 본지에서 보도했던 우병우 민정비서관 인사와 관련해서도 대통령의 공약은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우 비서관 전임이었던 이중희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검찰에 복귀한 것도 공약파기 사례 중 하나다. 이 전 비서관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의혹’에 대한 청와대의 특별감찰을 실무적으로 주도한 인물이다. 법무부는 19일 “최근 검사 임용을 신청한 이 전 비서관에 대해 통상의 검사 임용절차를 거쳐 이날 서울고검 검사로 임용했다”고 밝혔다. 이 전 비서관은 당분간 법무부 산하 법무연수원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검 부장검사로서 예금보험공사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장으로 파견나가 있던 이 전 비서관은 지난해 2월 검찰에 사표를 낸 뒤 현 정부 초대 민정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겨 1년3개월간 일하다 이달 초 물러났다. 법무부가 이날 이 전 비서관을 검사로 재임용함에 따라 17년간 현직 검사를 청와대 민정비서관에 보내기 위해 편법으로 활용해 온 ‘검사 사표-민정비서관 근무-검사 재임용’이라는 관행이 또다시 되풀이된 것이다. ![]() 이중희 전 비서관 검찰 복귀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검사의 외부기관 파견을 자제해 정치권 외압을 차단하겠다”고 약속했다. 박 대통령이 검사 파견을 자제하겠다고 한 외부기관에는 청와대도 포함돼 있었다. 박 대통령의 공약은 종래 관행처럼 되풀이돼 온 검사의 편법적 청와대 파견을 근절하겠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이 때문에 이 전 비서관이 민정비서관에 임명되는 과정에서 “민정비서관을 그만둔 뒤 검찰로 복귀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날 이 전 비서관을 검찰에 재임용함으로써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깨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검사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외부 기관 파견을 제한해 정치권의 외압을 차단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약속은 검사의 청와대 파견을 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중희씨의 검사 재임용은 편법으로 그때의 공약을 피해간 것이다. 청와대가 법 규정과 대선 공약을 우습게 본다는 뜻이다. 헌신짝 버리듯 내버리는 공약 세월호 침몰 참사는 여객선과 승객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 부처와 감독 기관, 선사인 청해진해운 등이 법과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일어났다. 검찰은 이런 잘못을 바로잡겠다며 대대적으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 대통령도 그런 오랜 적폐를 바로잡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대책을 발표하는 바로 그날 법무부는 대선 공약을 파기하고 법을 무력화하는 꼼수 인사를 결행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내용을 담은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지만 이런 약속들이 지켜질 것이라고 보는 국민들은 거의 없다. 비단 이번뿐만 아니라 이미 수차례 공약들을 밥 먹듯 뒤바꿨기 때문이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대표인 안철수 대표가 기초공천 폐지를 주장했다가 파기하면서 여론의 역풍을 맞았지만 사실 기초공천 폐지는 박 대통령의 주요 대선 공약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 부분에 대해서 한 마디 언급도 없이 당에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모른 체 했다. 오히려 안 대표가 이를 추진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새누리당은 이를 폐기하면서 최 원내대표가 사과했을 뿐이다.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그런 점에서 사과를 하려면 대통령이 사과해야 했다. 사과의 논리 역시 수긍하기 어려웠다. 최 원내대표는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가 “수많은 후보들이 난립해 선거를 혼탁하게 하고 지역사회를 혼란에 빠뜨린다”고 했다. 이런 부작용은 누차 지적된 만큼 새누리당도 안다. 새누리당은 그런 부작용을 알고도 국민에게 정당공천 폐지를 약속한 셈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지키지 못했다”는 최 원내대표의 말과 달리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공약이 처음부터 지킬 생각이 없었던 약속이었다는 의심을 갖게 한다. 박 대통령의 공약은 이런 식으로 대부분 폐기됐다. ![]() 진정성 없는 사과도 지겹다 더 큰 문제는 공약파기에 대한 대통령의 자세다. 대통령은 이처럼 많은 공약들이 폐기되거나 수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한 것은 단 한 차례뿐이다. 그는 지난해 9월 26일 기초연금 공약 파기와 관련해 국무회의 석상에서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에 죄송한 마음”이라고 사실상 사과의 뜻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공약 포기는 아니며 실행에 옮기지 못한 부분은 임기 내에 반드시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철저취재> 자고나면 무참히 파기하는 朴의 대선 공약들
이 뉴스를 공유하기
@SundayJournalUSA (www.sundayjournalus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