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참극이 계속되고 있다. 정권이 출범한지 2년도 안 되었는데 벌써 2명의 총리 후보자가 낙마했다. 초대 총리인 정홍원 국무총리 역시 여러가지 결격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의 고집으로 겨우 총리에 임명됐다. 새로운 총리 내정자로 지명된 문창극 내정자 역시 청문회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18일 현재까지 청와대는 임명동의안을 제출하지 않으면서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고 있지만, 동의안 제출이 계속 미뤄지는 것으로 보아 청와대도 고심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문창극 내정자의 각종 결격사유를 비꼬며 ‘문참극’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박심(朴心)의 서청원 의원과 김무성마저 김기춘을 원망하며 자진사퇴를 권고할 정도로 참극인사나 다름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배짱 인사를 한 첫번째 원인은 6·4 지방선거다. 이전까지 저자세이던 정권이 선거를 계기로 자세가 바뀌었다. 이번 선거에서 여야는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최소한 ‘새누리당 패배’라고 볼 순 없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이어졌던 여당 참패 흐름을 감안하면, 여기에 세월호 심판 여론까지 강했던 것을 감안하면 새누리당이 상당히 선전한 결과였다. 선거 후 박 대통령은 문창극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을 새로운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문 내정자는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과 비슷한 극우 언론인이었다. 행정 경험도 전무했다. 통합과도 거리가 멀어 “뭐 저런 사람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하느냐”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특히 언론계에서부터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사실 문 내정자가 총리로 임명되면 기자 출신으로는 헌정 사상 최초의 총리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언론계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따라서 청와대에서도 그에 대한 언론의 검증작업이 이전보다는 무뎌질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하지만 청와대의 예상은 보기 좋게도 빗나갔다. 언론계에서부터 그와 관련된 구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음주가무를 지나치게 좋아했다’ ‘권력지향적이었다’, ‘극우에 가까웠다’ 등은 모두 언론계 선후배들 사이에서 흘러나온 얘기였다. 이런 사정을 알았던 언론계에서는 그가 과연 총리로서 적합한 인물인지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친일 총리에 차떼기 국정원장 문 후보자뿐만이 아니었다. 교육수석, 교육부 장관 내정자, 그리고 국정원장 내정자와 청와대 수서비서관들도 하나같이 문제가 많은 인물들이었다. 특히 지나친 이념 편향을 갖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송광용 청와대 교육수석 내정자는 2011년 한국현대사학회 창립기념 학술대회에서 축사를 했고, 김명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도 올해 2월 인터뷰에서 보수 편향인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는 제주 4.3 사건을 ‘공산주의 세력의 무장봉기’로 규정한 인물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집필을 주도했던 한국현대사학회 이사를 맡고 있다. 청와대 비서관 중 김영한 민정수석과 우병우 민정비서관은 ‘공안통’ 출신으로 노사모 희망돼지 저금통 선거법 위반 수사, 박연차 게이트 사건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했던 인물들이다. 여당 내에서도 비토론 문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보이콧 가능성까지 내비친 새정치연합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문 내정자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논란이 커져도 문 내정자를 놓칠 마음이 없었던 것 같다. 청와대는 오는 16일 국회에 총리 임명동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그리고 같은 날 박 대통령은 우즈베키스탄을 시작으로 21일까지 중앙아시아 순방에 나선다. 최소한 순방을 다녀올 때까지는 임명동의안을 철회할 뜻이 없음을 확실히 한 것이다. 하지만 순방을 떠난 후 여론이 급속도로 나빠졌고, 여당 내부에서도 비토론이 나오면서 18일까지 동의안은 국회에 제출되지 않았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숱한 시행착오에도 불구하고 인력 풀이나 인사 스타일을 조금도 바꾸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기 내각이 사람만 달라졌지 1기 내각과 내용상으로 바뀐 게 없던 것. 사실 박 대통령은 안대희, 한광옥, 김종인 등을 대선캠프에서 중용했듯이 위기상황에서는 합의외의 카드를 뽑아들기도 했는데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그런 인사가 없었다. 본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가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바꿀 좋은 기회였는데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며 “한동안 큰 선거가 없기 때문에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바뀔 것이라고 예견하긴 어렵다”고 전망했다. 특히 김기춘 비서실장의 유임은 이번 인사의 백미로 꼽힌다. 김 실장의 거취는 안대희 전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와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망언’ 파문으로 주목받았지만 결국 유임으로 결정됐다. 청와대 인사위원장을 겸하는 김 실장을 향한 책임론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세월호 참사 이후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사퇴론이 나오는 등 공세의 표적이 됐지만 박 대통령은 변함없는 신임을 나타냈다. 대신, 인사 검증 실패에 대한 책임은 홍경식 민정수석에게 물었다. 야당의 공세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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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못차리는 朴…인사참극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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